사진=김민희 기자

최근 시행된 ‘https 차단’에 거센 반발이 이는 가운데 근본적 근절을 위해서는 사회적 공감이 형성돼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정부는 디지털성범죄 대책의 일환으로 지난 11일 불법도박·음란물 사이트에 대한 접속 차단을 강화하는 ‘https 차단’을 시행했다.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심의를 통해 https(보안접속)을 무력화하는 ‘SNI(Server Name Indication) 필드 차단’ 방식으로 유해사이트 접근을 막기로 했다.

SNI차단 방식은 인터넷 보안접속 시 암호화하기 전 주소를 파악해 유해사이트를 차단한다. 기존에도 URL차단과 DNS(도메인네임서버) 차단 방식을 이용해 유해사이트를 관리해왔지만 손쉽게 뚫린다는 점에서 차단 방식을 강화한 것이다.

지금까지 SNI방식으로 차단된 유해사이트는 895곳에 달한다. 차단된 사이트 중 대부분(776곳)이 불법도박사이트다. 하지만 관심은 불법성인사이트 차단에 쏠린다. 일각에서는 “성인물 감상 자유 박탈”, “정부 감청” 등을 주장하는 반발이 빗발치고 있다.

정말 그럴까? https차단은 국내 유통이 불법인 프로노 콘텐츠나 아동촬영물, 일반인 몰카 등이 공유되는 불법 음란사이트 접속을 차단한다. 현행법(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 제8조,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 위반 등)상 국내에서는 성기가 노출된 포르노 콘텐츠를 불법 음란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아동촬영물이나 일반인 몰카 등 불법 음란물이 유통되는 사이트는 정보통신망법 제44조(불법정보의 유통금지)에 근거해 차단이 가능하다. 성인영화·성인비디오와 같은 합법적 성인물은 차단 대상에 속하지 않는다.

“인터넷 사용 기록을 정부가 감청한다”는 주장 역시 사실이 아니다. SNI 필드 차단은 민간독립기구인 방심위가 심의를 통해 결정한다.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인 통신사는 요청에 따라 현행법을 위법한 사이트일 경우에만 접속을 막는다. 정부는 통신사의 정보 수집 내역을 알 수 없을뿐더러, 통신사가 정부에 내역을 제공하거나 유출할 경우 그 자체로 통신보호법 위반에 속한다.

그럼에도 반대 여론이 가라앉지 않는 이유는 해당 정책이 국민적 공감대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https 차단 반대 국민청원은 1일 기준 26만명의 동의를 얻었다.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달 21일 청와대 홈페이지를 통해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소통이 부족했다”고 밝혔다.

이후 불법사이트 접속이 가능한 어플리케이션이 등장하며 어김없이 우회접속 방법이 공유되기 시작했다. 인터넷 검색창에 https를 입력하면 ‘모바일 https 우회’, ‘kt·sk https 우회’가 자동완성으로 나타난다. 불법에 대한 관용은 없다며 정책을 내놨지만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국민적 공감대 형성부터 법 개선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내다본다. 불법 도박·음란사이트 차단의 당위성에 사회적 공감이 먼저 이뤄져야 법을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술적으로 진화한 방법을 사용하면 막힌 사이트쯤이야 손쉽게 뚫을 수 있다. https차단 정책이 ‘무용지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처럼 서둘러서는 안된다. 불법 근절을 위한 좋은 의도였다 해도 충분한 설명 없이는 ‘막고 뚫고’의 반복에 그칠 뿐이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민희 기자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