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연임 확정…8년째 대신증권 이끄는 ‘장수 CEO’
작년 순이익·IPO 주관 껑충, 하반기 뒷심부족 문제 지적

서울 삼일대로에 위치한 대신파이낸스센터. 사진=대신금융그룹

증권가 공채신화를 쓴 나재철 대신증권 대표가 내년 임기 만료를 앞두고 시험대에 올랐다. 지난해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뒷심부족을 문제로 지적받았기 때문이다.

2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대신증권은 지난해 괄목할 만한 성과를 달성했다. 별도 재무제표 기준으로 지난해 순이익은 1190억원으로 전년(614억원) 대비 93.85% 급증했다. 2008년 이후 최대 실적이다.

이는 미래에셋대우·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삼성증권·KB증권·메리츠종합금융·신한금융투자·키움증권·하나금융투자·대신증권 등 국내 상위 10개 증권사 중 가장 큰 증가 폭이다. 대신증권을 포함한 10개 증권사의 전년 대비 평균 순이익 증가율은 19.09%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리테일 및 투자은행(IB) 부문에서 실적이 개선된 영향이다”고 설명했다.

성장은 IPO(기업공개) 부문에서 두드러졌다. 지난해 대신증권이 상장을 주관한 기업은 총 10개이고 공모총액은 4899억원으로 집계됐다. ▲2015년 5개·1437억원 ▲2016년 4개·4761억원 ▲2017년 6개·1484억원과 비교하면 공모 건수와 총액이 모두 큰 폭으로 뛰었다.

지난해 IPO 시장이 얼어붙었음에도 양호한 성과를 기록한 셈이다. 공모 건수로는 한국투자증권(12개)에 이어 2위를 차지했고 공모 총액 역시 미래에셋대우(5466억원) 다음으로 높았다.

IB 부문이 약진하면서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년 만에 급증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대신증권의 지난해 ROE는 6.77%로 나타났다. 전년(3.61%)보다 3.16%p 늘어 주요 10개 증권사 중 증가 폭이 가장 컸다.

신한금융투자가 1.09%p 증가해 대신증권의 뒤를 이어 2위를 차지했고 ▲삼성증권(0.85%p) ▲하나금융투자(0.43%p) ▲한국투자증권(0.36%p) 순이었다.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KB증권, 메리츠종금증권, 키움증권 등은 ROE가 감소했고 키움증권(-2.8%p)의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장수 CEO에 이름을 올린 나재철 대표의 탁월한 역량이 대신증권의 성장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나재철 대표는 1985년 공채로 입사한 뒤 35년째 대신증권과 함께한 정통 ‘대신맨’이다. 나 대표는 강남지역본부장, 리테일사업본부장, 홀세일사업본부장 등 핵심 업무를 두루 거친 후 2012년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이어 지난해 3월 주주총회에서 3연임이 확정돼 내년 3월까지 대신증권을 이끌 예정이다.

나 대표는 취임 이후 자산관리 부문을 강화하는 데 집중했다. 취임 당시 고객의 평생 투자 건강을 책임지는 ‘금융주치의’가 되겠다고 선언한 것처럼 자산관리(WM) 비즈니스 비중 확대를 위해 움직였고 브로커리지가 주 수익이던 사업 포트폴리오를 WM 영업으로 확대했다.

대신증권은 지난해를 ‘WM 사업의 본격적인 성장기’로 설정하고 WM 비즈니스 강화에 박차를 가했다. 단순한 상품중개와 투자자문에서 벗어나 생애주기를 고려한 자산 배분 컨설팅을 수행한다는 의도다.

이에 대신증권의 1억원 이상 개인 고객 수는 ▲2015년 3만1694명 ▲2016년 3만6002명 ▲2017년 4만2844명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반면 뒷심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해 하반기 증시 부진으로 실적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대신증권의 하반기 순이익은 161억원으로 상반기(1030억원)보다 무려 84.37% 급락했다. 10개 증권사의 하반기 평균 순이익 증감률은 –48.68%다. 타 증권사 역시 하반기 증시 불안을 이기지 못하고 상반기보다 부진한 실적을 냈지만 대신증권의 실적 감소가 유독 컸다.

일각에서는 이번 실적 감소가 나 대표가 임기 만료를 1년 앞둔 상황에서 발생한 만큼 올해가 4연임을 결정짓는 시험대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대신증권 관계자는 “하반기 증시 불안으로 주춤했지만 IPO 성과가 좋았던 점 등 호재가 있었다”며 “이전부터 관계를 맺었던 기업들과의 IPO가 지난해 다수 성사됐고 올해 역시 기세가 이어져 IPO 부문 실적이 양호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경영 목표 역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WM 부문을 강화하는 것이다”고 전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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