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명·부산 등 각 지자체, ‘접근성·상징성’ 내세운 경쟁 돌입
“도시 브랜드가치 향상 및 지역경제 활성화 기대”

사진=연합뉴스

남북관계 훈풍을 타고 ‘유라시아 횡단열차’ 탑승의 기대감이 높아진 가운데 각 지자체에서는 철도 출발역 선정 경쟁에 힘을 쏟는 모습이다.

남북철도 연결은 서울에서 북한을 거쳐 중국, 러시아, 유럽까지 닿는 유라시아철도 공동체의 기반이 되는 사업이다. 한반도 뿐만 아니라 유라시아 대륙으로의 경제지평을 넓힐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특히 지난 23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기차를 통해 베트남 국경을 넘자 해당 사업의 기대감은 더욱 높아진 상황이다.

분단 이전 한반도는 대륙과 연결된 경의선(서울~개성~신의주)과 동해선(강릉~고성~나진)을 통해 유라시아 대륙까지 기차 통행이 가능했었다. 당시 국제역을 담당한 곳은 서울역으로, 1927년 화가 나혜석과 1936년 베를린올림픽 마라톤 우승자 손기정 선수는 서울에서 기차를 이용해 유럽을 방문하기도 했다.

분단 이후 끊어진 철도를 연결하기 위해 남북은 지난해 12월 북측 개성 판문역에서 ‘경의선·동해선 철도·도로 현대화 착공식’을 가졌다. 대북제재 완화 시 착공에 돌입할 수 있는 준비를 마친 셈이다.

출발역으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후보지는 서울역이다. 남북철도 연결사업 중 가장 먼저 개통 예정인 선로는 서울과 개성, 신의주를 연결하는 경의선이다. 경의선 개통 시 서울역이 북한으로 향하는 첫 출발역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거머쥘 수 있다. 또한 분단 이전 유라시아 대륙을 오가는 국제역을 담당해 다른 후보지 보다 출발역으로서의 가능성이 크게 점쳐진다.

경기도 광명시는 KTX광명역의 연간 이용객이 500만명 이상이라는 경제성을 내세웠다. 경부선과 호남선이 모두 통하는 KTX광명역은 독립터미널과 국제철도 플랫폼을 확보했다. 특히 광명역은 주박기지(영업 외 시간에 전동차를 별도의 선로에 주차해 두는 것)를 통해 화물 적재가 가능해 반도체와 자동차 부품 등을 운반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부산시는 ‘한반도 남쪽 끝’이라는 지리적 상징성을 내걸었다. 오거돈 부산시장은 철도와 항만, 공항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트라이 포트’ 구축을 통해 부산역을 유라시아 대륙 진출의 출발지로 내세우고 있다. 남북철도 출발역 및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통해 세계적 물류도시로 발돋움한다는 계획이다.

이외에도 충북 오송역은 ‘행정수도인 세종시의 대문’이라는 점을, 전북 익산역은 ‘100년 역사를 지닌 철도교통의 요충지’를 내세우며 경쟁에 뛰어들었다.

전문가들은 남북철도 출발역으로 선정될 경우 ▲도시브랜드 가치 향상 ▲시·종착역 위상 확보 ▲지자체 세수증대 ▲일자리 창출 ▲관광객 증가 등의 긍정적 효과를 기대한다.

양기대 국립한국교통대학교 유라시아교통연구소장은 “남북철도 출발역은 도시 브랜드 가치를 향상시킨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여객 외에도 첨단화물 운반을 담당해 지역경제 발전의 발판이 된다”며 “때문에 국제공항과 지방에서의 접근성, 역사 크기와 이용객 수 등을 고려한 출발역 선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국토부 관계자는 “한국철도시설공단에서 향후 남북철도 및 대륙철도 운행에 대비해 선로용량과 운행 노선 등을 검토할 예정이다”며 “철도공단에서 검토자료를 제출하면, 국가철도망구축계획 수립과 함께 남북철도 시·종착역에 관해 검토해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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