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헌 금융소비자원 국장.

많은 보험사(보험설계사)들이 “보험은 저축과 같은 것이니 저축하는 셈 치고 보험을 가입하라”거나 ‘적금보험’이라며 가입을 권유한다. 그러나 이 말을 그대로 믿으면 안된다. 과거 고금리 시절엔 맞는 말이었지만 현재 저금리기에는 틀린 말이기 때문이다. 보험은 저축이 아니고 설령 저축성보험이라도 가성비가 가장 나쁜 저축상품이며, 더구나 적금보험이라는 상품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보험은 예기치 못한 위험(질병, 사고)을 보장 받는 상품이므로 위험 보장을 위해 가입해야 한다.

그러나 이를 모른 채 저축으로 가입하는 것은 스스로 ‘호갱님’이 되는 것이고, 보험을 가입해서 ‘보험사(보험설계사) 먹여 살리기’에 동참하는 것이다.

저축은 목돈을 마련하거나 이자를 불리기 위한 것이므로 수익률이 높아야 한다. 수익률이 높으려면 원금이 많아야 하고 이율도 높아야 한다. 그런데 보험은 당초부터 원금(저축보험료)이 적으므로 이율이 높더라도 원금을 회복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10년 이하 단기 저축으로 부적합한 이유다.

보험을 단기 저축으로 가입하면 손해를 보게 되는데, 그 이유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첫째, 보험은 사업비를 공제하여 원금이 적기 때문이다. 사업비는 통상적으로 저축성보험은 월보험료의 10%, 보장성보험은 20~30% 정도다. 더구나 특약보험료는 대부분 보장성이므로 저축보험료에서 제외된다. 은행 적금은 10만원 모두가 원금이지만, 만약 주계약 보험료로 매달 10만원씩 납입할 경우 사업비(3만~1만원)를 뺀 나머지(7만~9만원)만 원금(저축보험료)이 된다. 그러므로 공제된 사업비를 보충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고 이 기간 중에는 수익률이 항상 마이너스다.

둘째, 보험은 위험(보장)보험료를 공제하여 원금이 적어지기 때문이다. 보험은 위험(질병, 사고)을 보장하는 상품이므로 보험료에 위험보험료가 반드시 포함되어 있다. 그러므로 이를 제외하면 원금(저축보험료)이 더 적어진다.

셋째, 보험 공시이율이 은행보다 2배 높더라도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은행 예·적금 금리가 연 1%대인데, 공시이율이 2~3%이므로 표면적으로 은행보다 2~3배 높다. 이에 보험사(보험설계사)들은 공시이율이 은행보다 크게 높다고 강조하며 보험 가입을 권유하지만, 정작 중요한 내용은 말하지 않는다. “공시이율은 낸 보험료가 아니라 저축보험료에 대해서만 적용되고, 가입 후 계속 변동된다”는 사실이다. 이를 알려주지 않으므로 가입자들이 착각해서 손해를 본다. 필자의 주장대로 ‘공시이율’이 아니라 ‘저축보험료 공시이율’로 명칭을 바꿔서 사용해야 한다.
넷째, 중도 해지 시 해약공제를 하기 때문이다. 보험을 가입해서 유지하던 중 급전이 필요하면 계약을 해지하게 되는데, 보험사들은 해지 당시 적립금에서 해약공제를 한 나머지 금액을 해지환급금으로 지급한다. 즉, 사업비와 위험보험료를 뺀 저축보험료로 적립금으로 쌓다 보니 적립금이 적은데, 여기에서 신계약비(보험설계사에게 기 지급한 모집수수료)를 다시 공제하기 때문에 조기에 해지하면 해지환급금이 쥐꼬리이거나 아예 없다.

다섯째, 추가납입제도를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추가납입제도는 추락된 수익률을 조금이라도 만회하기 위해 보험사들이 고육지책으로 만든 방법이다. 이 제도를 제대로 활용하면 수령액이 조금 늘어날 수 있지만, 보험사들 말처럼 수익률이 올라갈지 미지수다. 더구나 이 제도를 실제 활용하는 가입자가 드물어 실효성이 의문이다.

여섯째, 만기보험금의 실질가치 하락으로 저축이란 말이 무색하기 때문이다. 보험은 장기계약이므로 만기보험금의 실질가치를 따져야 한다. 40세 남자가 80세 만기로 만기보험금 3000만 원을 받는 상품을 가입한다고 가정할 경우 80세 3000만 원의 가치는 물가가 4%씩 오른다고 하면 실질가치는 625만원에 불과하다. 60세만 돼도 실질가치가 반 토막이다. 해지환급금도 마찬가지다. 만기에 원금 돌려준다는 만기환급형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 만기환급금은 공짜가 아니라 나중에 받을 돈을 미리 장기간 분할하여 더 내는 금액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만기까지 유지하는 경우가 드물고, 설령 만기보험금을 받더라도 실질가치 하락으로 쓸모가 없다. 가입 당시 목표했던 용도(주택·사업·노후·자녀결혼 자금 등)로 사용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저축성보험은 지난 2017년 3월 비과세 혜택 축소로 메리트가 크게 줄었고, 보험사들에게도 애물단지로 전락되고 있다. 2022년 도입될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에 따라 보험사들이 저축성보험 판매를 대폭 축소하였기 때문이다. 저축성보험은 팔면 팔수록 보험사 부채로 인식되어 자본 부담이 커진다. 종신보험, 암보험과 같은 보장성보험을 팔아야 하는 이유다.

그런데 보험사들은 저축성보험인 변액보험 판매 확대에 나섰다. 변액보험은 투자운용 수익을 지급하는 보험이므로 약정이율을 지급하는 일반 저축성보험과 달리 준비금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여기에 언론사들도 변액보험 띄우기에 가세하여 ‘저금리 시기에 인기’, ‘지금은 변액보험 전성시대’등 사실을 호도하는 미사여구를 남발하며 소비자를 현혹하고 있다.

일부 보험사(보험설계사)들은 보험에 무지한 사회초년생(미혼자)들에게 변액보험을 적금과 같은 것이라며 단기저축으로 가입시키고, 이것도 모자라 보장성보험인 종신보험을 저축으로 둔갑, 판매하여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준다. 그들에게 돈벌이만 보일 뿐, 가입자의 피해(원금 손실과 정신적 피해)는 보이지 않는다. “변액보험 저축성 9년, 종신형 13년 지나야 원금손실 없어”, “종신보험, 알고 보니 사업비가 2배”라는 기사가 왜 나왔는지 알아야 한다. 보험을 저축으로 가입하지 말고, 스스로 ‘호갱님’으로 만들지 말라는 뜻이다.

‘저축은 은행 적금, 위험보장은 보험’이다. 지금과 같은 저금리 상황에서는 보험으로 저축하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하고, 중도에 해약할 보험이면 처음부터 가입하지 말아야 한다. 보험은 저축이 아니므로 원금 보장이라는 생각도 버려야 한다. 보험료는 화재보험이나 자동차보험처럼 위험 보장의 댓가로 지불하는 ‘안심료’이다. 일정 기간 동안 위험을 보장 받고 버리는 비용이고 지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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