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천수에 라돈 미량 함유, 일각 ‘방사선 호르메시스 효과’ 주장
“과학적 증명 불가…되레 위해 가능성 높일 뿐”

척산온천 전경. 사진=척산온천 휴양촌 홈페이지 갈무리

일명 ‘라돈침대’로 라돈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가중되는데, 한편에서는 라돈이 피부미용, 질병치료 등 효능이 있다며 호응하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라돈(Rn)은 원자번호 86번의 원소로 강한 방사선을 내는 무색‧무취 비활성 기체다. 국제암연구센터(IARC)는 라돈을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실내공기질 라돈 농도 국내 권고기준치 ℓ당 4pCi(피코큐리, WHO 2.7pCi, 유럽 2pCi)를 넘어서는 환경에서 과량의 라돈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시 폐암 등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환경보호국은 라돈 흡입이 흡연 다음으로 주요 폐암 원인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라돈은 지난해 대진침대가 제조‧판매한 침대 매트리스에서 기준치 이상 검출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바 있다. 최근에는 씰리침대에서도 국내 기준치를 넘어서는 라돈이 검출돼 약 500개 제품에 대해 리콜을 실시했다.

라돈침대 논란으로 소비자들은 한국소비자원에 해당 제품 외에도 라돈 검출 가능성을 상담하는 등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라돈이 함유된 온천수가 피부미용이나 피부병 예방·치료, 염층, 류머티즈 관절염 등에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소비자들로부터 각광 받고 있다.

국내에 라돈이 함유된 주요 온천은 ▲설악산 척산온천 ▲충남 온양온천 ▲대전 유성온천 ▲부산 해운대온천 ▲울진 백암온천 등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온천이 발달한 일본에서는 이미 수년 전부터 ‘라돈온천’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홍보하는 곳도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온양온천을 다녀온 A씨는 “온천수에 발암물질인 라돈이 함유돼 있는지 전혀 몰랐다”며 “온천을 하고 나서 피부도 좋아지고 손에 생긴 물집도 사라져서 신기했다”고 말했다.

대전 유성온천을 자주 이용하는 B씨는 “우리나라 온천수에 라돈이 조금씩 함유돼 있다는 건 어렴풋이 들은 적 있다”며 “사실 침대에서 라돈이 검출되면서 불안함이 커지긴 했는데 온천을 다녀오고 나면 피부도 매끈매끈 해지니까 유해하긴 한 것인지 긴가민가하다”고 설명했다.

고에너지인 방사선을 직접 쬐면 인체에 해롭다는 것은 학계의 정설이다. 다만 온천수나 광물에서 나오는 소량의 자연방사선은 몸에 이로울 수 있다는 ‘방사선 호르메시스효과’도 있을 수 있다는 견해다.

호르메시스(hormesis)란 다량이면 독성을 나타내는 물질이지만 작용원이 소량인 경우는 생체를 자극해, 생리학적으로 유익한 효과를 내게 한다는 것을 뜻한다.

알칼리성을 띠는 천연온천수에 함유된 라돈은 대부분 미량에 그친다. 실제로 대전대학교 산학협력단에서는 대전 유성온천 온천수를 활용해 화장품을 만들기도 했다.

대전대학교 산학협력단 관계자는 “당시 화장품을 만들기 전 온천수에 대해 성분 검사를 한 결과 라돈 함유량은 미국 환경청(EPA)에서 제시한 음용수 기준치(ℓ당 4000pCi)에 근접한 수치로 확인됐다”며 “해당 온천수로 만든 화장품에 대해서도 한국기초과학연구원의 검증을 마쳐 인체에 무해하다는 것이 증명됐다”고 말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라돈 자체의 효능 및 효과보다는 온천수의 알칼리 성분이 피부 미용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전문가들 역시 미량의 라돈은 인체에 무해하나 이를 내세워 홍보하는 것은 라돈의 위험성을 희석시킬 수 있다며 우려했다.

척산온천 관계자는 “온천수에 라돈이 미량 함유된 것은 맞지만 인체에 해가 되는 정도는 아니다”며 “라돈으로 인해 인체에 이로운 것보다는 온천수가 강알칼리성이기 때문에 노폐물 제거나 피부미용, 신경통에 효과가 있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 역시 “라돈이 함유된 온천이 건강에 도움 될 가능성은 전혀 없다”며 “되레 위해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고 귀띔했다.

이 교수는 “일부 원자력 전문가들은 호르메시스 효과를 라돈에 접목해 미량은 인체에 무해하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의학적‧과학적으로 전혀 검증되지 않았다”며 “특정 방사선을 어떤 방법으로 어느 정도의 양을 쬐면 이로운 효과가 있는지 결과를 도출해야만 과학적으로 증명이 되는데 호르메시스 효과는 근원적으로 확인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라돈이 함유된 천연온천수라고 광고하는 온천을 굳이 찾아가 건강을 해칠 가능성을 키울 필요는 없어 보인다”고 제언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제갈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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