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실적’ 메리츠종금…증권사 희비 가른 수익성 다각화
자기자본 4조원 성큼, 초대형 IB 진출 여부 관심

사진=메리츠종금증권

지난해는 메리츠종금증권의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증시 불안 속에서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면서 승승장구했기 때문이다. 자기자본 규모도 성장하면서 초대형 IB 판도를 흔들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2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주요 10대 증권사 중 KB증권, NH투자증권을 제외한 8개 증권사의 지난해 순이익 규모는 전년 대비 늘어났다. 하반기 증시 불안에도 상반기 호실적을 기록한 덕분에 양호한 성적을 기록했다.

다만 상·하반기 희비는 엇갈렸다. 메리츠종금증권을 제외한 9개 증권사의 하반기 순이익이 상반기보다 줄었다.

대신증권이 상반기(1030억원)보다 84.37% 줄어든 161억을 벌어들여 상·하반기 낙폭이 가장 컸다. 이어 KB증권(-67.07%), 키움증권(-66.39%), 미래에셋대우(-63.32%), 삼성증권(-58.86%), NH투자증권(-50.89%), 하나금융투자(-42.17%), 신한금융투자(-40.89%), 한국투자증권(-29.62%) 순이었다.

미국 금리 인상과 미·중 무역갈등 심화 등으로 증시 불안이 발생하고 주식 거래가 얼어붙으면서 거래대금이 감소한 것이 실적 부진을 이끌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1~6월)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친 일평균 거래대금은 매월 10조원을 넘겼다. 하지만 하반기(7~12월)에는 9월(10조7776억원)을 제외하면 8조~9조원 수준에 머물렀다.

반면 메리츠종금증권은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은 4338억원으로 전년 대비 22.1% 증가했다. 영업이익과 세전 이익도 각각 5323억원, 5892억원으로 20.0%, 26.3% 늘었다. 상반기 대비 하반기 순이익도 16.77% 증가했다.

금투업계 성장성 지표인 순영업수익도 1조345억원으로 전년 대비 21.9% 증가하면서 순영업수익 1조원을 돌파했다.

IB 수수료가 크게 증가하면서 호실적을 기록했다. 대부분 증권사가 위탁매매 수수료와 트레이딩 및 상품 손익 부진으로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지만 IB 경쟁력을 기반으로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순이익을 냈다는 평가다.

이남석·유승창 KB증권 연구원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에서의 경쟁 심화로 수익성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컸지만 부동산 외에도 국내외 대체 투자 중심으로 포트폴리오가 분산되면서 이익 성장이 지속됐다”며 “특히 주식 거래대금이 감소한 하반기에는 리테일의 수익 비중이 낮다는 점이 유리한 점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고무적인 것은 메리츠종금이 자기자본 규모 4조원을 넘긴 초대형 IB에 버금가는 성적을 냈다는 점이다.

지난해 10대 증권사 중 순이익 1위, 2위는 전년과 마찬가지로 한국투자증권(5035억원), 미래에셋대우(4341억원)였다.

3위 자리는 메리츠종금이 NH투자증권을 밀어내고 차지했다. NH투자증권(3241억원)은 한 단계 떨어진 4위를, 삼성증권은 한 단계 오른 5위를 기록했다. KB증권은 전년(5위)보다 두 계단 내린 7위로 집계됐다.

이에 메리츠종금의 초대형 IB 진출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됐다. 초대형 IB 조건인 자기자본 규모가 4조원에 성큼 다가섰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메리츠종금의 자기자본은 3조3915억원이다. 차기 초대형 IB 후보로 거론되는 하나금투(3조2159억원), 신한금투(3조3641억원)를 소폭 앞선 수준이다.

심형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017년 말 대형 IB로 지정된 이후 메리츠종금은 ‘종합금융투자회사’로 전환하기 위해 사업 포트폴리오 전반에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며 “ELS 발행 및 잔고 규모, 리테일 고객 예탁자산 규모 등이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기존 강점이던 부동산 PF 및 IB 역량을 글로벌 시장에서 발휘하면서 종합금융투자회사로 가기 위한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초대형 IB 대열에 합류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다만 자기자본이익률(ROE) 관리가 중요하기 때문에 단기에 자기자본을 확충하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고 예상했다.

메리츠종금 역시 무리하게 자기자본 규모를 늘리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메리츠종금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주주의 이익을 해치는 증자는 계획하지 않고 있다”며 “자본 규모를 무리해서 키우지 않아도 순이익 증가로 인해 자연스럽게 4조원이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초대형 IB 자격을 획득해도 발행 어음을 출시하는 것 외에는 현재 진행하는 사업과의 차이가 없어 특별히 자기자본 규모 4조원을 넘기는 것에 집착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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