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한화·교보생명 소극적 대처로 ‘내 갈 길’
보험금 지급 결정, 삼성생명 0.7% 교보생명 28% 한화생명 40.2%
문제의 본질 찾아야 지적…위험률 산출 근거 밝혀야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전재수 의원실

금융감독원이 지난해부터 보험사들에게 암입원보험금 지급 재검토를 권고하고 있는 가운데 소위 ‘빅3’라 불리는 상위 보험사들의 수용률이 다른 보험사들에 비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주요 생명보험사들이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감원에서 제출받은 ‘보험사별 암입원보험금 분쟁조정현황’에 따르면 금감원으로부터 287건의 재검토 권고를 받은 업계 1위 삼성생명은 2건만을 수용해 수용률 0.7%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암보험 요양병원 입원비 논란의 쟁점은 요양병원 입원이 ‘암의 직접 치료’로 볼 수 있는지다. 약관에는 ‘암의 직접 치료’를 목적으로 한 입원에 한해 보험금을 지급한다고 돼있지만 어떤 치료가 ‘암의 직접 치료’인지 조건이 구체화돼 있지 않아 분쟁이 촉발됐다.

이에 2018년 금감원은 30여 개의 판례와 2018년 9월 관련 민원에 대해 분쟁조정위원회에서 결정한 내용을 기반으로 ▲말기암 환자의 입원 ▲집중 항암치료 중 입원 ▲암수술 직후 입원에 대해 보험사가 요양병원 입원비를 지급해야 한다는 기준을 세웠다. 이후 각 보험사에 재검토 권고를 내렸다.

검토를 권고한 민원건수는 생보사 527건, 손해보험사 99건으로 각 보험사는 금감원 기준과 내부 조사를 통해 지급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었다.

삼성생명과 더불어 소위 ‘빅3’로 꼽히는 교보생명과 한화생명의 수용률도 저조하기는 마찬가지다. 교보생명은 82건 중 21건을 수용해 수용률 28%, 한화생명은 75건 중 33건을 수용해 수용률 40.2%로 나타나 생보사 평균 수용률인 52.4%에도 훨씬 못미쳤다.

삼성·교보·한화의 수용률은 대부분의 생보사가 100%의 수용률을 보인것과 대조됐고 손해보험사와도 대조적인 모습이다. 손보사들은 금감원으로부터 총 99건 중 전건 수용 의사를 밝혀 수용률 100%를 기록했다.

지급의사를 회신하지 않은 미회신 비율도 KDB생명(1건 중 1건)과 미래에셋생명(10건 중 5건)을 제외하면 삼성생명이 287건중 198건으로 69%, 한화생명 82건중 43건으로 52.4%, 교보생명이 75건중 45.3%로 높게 나타났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현재 민원건에 대해 계속적으로 검토 중에 있다. 검토가 끝나면 수용률과 미회신률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면서 “2월말쯤 추가로 30건에 대해 수용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교보와 한화도 추가적인 수용건수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면서도 계속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상위사에 민원건수가 많이 몰려있어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면서 “암 요양병원 입원 치료의 경우 환자마다 건강 상태와 치료방법, 치료시기 등 각 민원이 보험금 지급 기준에 포함되는지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보험금 지급 판단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금융소비자들의 신뢰를 받고 있는 대형 보험사들이 민원건에 대해 너무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재수 의원은 “업계를 대표하는 보험사들이 정작 분쟁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은 매우 무책임한 처사”라며 “암환자들이 치료에 전념할 수 있도록 보험사들의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금감원은 암입원보험금 지급 재검토를 비롯, 2019년부터 출시되는 암보험의 경우 암 진단을 받으면 요양병원에서도 입원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암보험 약관 개선안을 지난해 9월 내놨다.

그러나 개선안은 올초부터 판매된 새 암보험 상품 가입자에게만 적용될뿐 소급 적용되지 않아 기존 암보험 가입자들은 구제수단이 없는 실정이다.

여전히 기존 암보험 가입자들은 약관대로 보험금을 지급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고 특히 요양병원에서의 입원 치료도 암 직접치료의 과정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오세헌 금융소비자원 국장은 “금감원 권고 수용률의 높고 낮음과 신상품 출시는 문제해결의 본질이 아니다. 보험사들이 상품 개발 시점에 직접적인 치료와 간접적인 치료가 구분돼 있는지와 요양병원 입원 환자에 대해서도 위험률 계산이 됐었는지 확인을 하면 문제의 본질이 명확해 진다”면서 “하지만 금융당국도 자신들의 할 일이 아니라며 손놓고 있고 보험사들도 관련 자료를 내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보험사들이 상품 개발 시 요양병원 입원도 위험률에 반영했을 거라는 주장이다.

이어 “더군다나 이같은 상황을 대비해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이 약관에 명문화 돼있다”면서 “약관 해석이 모호할 때는 가입자들에 유리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원칙이 있음에도 보험사들 스스로 약관에 기재한 그 원칙을 함구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이진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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