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대 저리, 연 소득 3500만 이하 최고 1억 대출
집주인 불이익 전혀 없어, “제도 정착, 관련 매물 점차 늘어”

서울 시내 한 대학가에 붙은 원룸 안내 게시물.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청년세대 주거안정을 꾀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들이 점차 시장에 정착하는 분위기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서울의 1인(20~34세) 청년가구 중 주거빈곤가구 비율은 2005년 34.0%에서 2010년 36.3%, 2015년 37.2%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는 이른바 ‘지옥고(반지하·옥탑방·고시원)’에서 사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해부터 정부는 청년들을 위한 맞춤형 주거안정대책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특히 작년 9월 개정된 ‘중소기업 취업청년 전월세보증금 대출’ 제도는 1%대 낮은 금리로도 안정적인 주거가 가능해 청년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기존 중소기업 전세대출은 취업 시기, 소득에 따라 대출대상을 선정하고 지원 가능한 주택 대상도 제한적이었다. 한도 역시 3500만원으로 설정돼 피부에 와닿지 않는 정책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이에 정부는 지원대상을 늘리고 대출 기간 및 한도를 증가, 대상주택 기준도 완화해 실효성을 높이고 기존과 동일한 1.2% 저금리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개정했다. 대출한도 역시 1억원까지 늘렸다.

중소기업 전세대출은 중소기업에 다니고 있거나 중소기업진흥공단, 신용보증기금 또는 기술보증기금의 청년창업지원을 받은 만 34세 이하(현역 복무시 만 39세 이하) 청년을 대상으로 한다.

해당하는 대출주택은 임차보증금 2억원 이하 전용 85㎡ 이하 규모의 주택(주거용 오피스텔 포함)이다. 소득 기준은 단독 세대주일 경우 연간 3500만원 이하, 부부합산 총소득이 5000만원 이하여야 한다. 대출기간은 최소 2년이며 4번까지 연장해 최장 10년 동안 거주할 수 있다. 중도상환 수수료는 없다.

서울 여의도의 한 은행에서 상담 중인 시민. 사진=연합뉴스

가령 임차보증금 1억원에 집을 구했다면 월 10만원 상당의 이자비용만 은행에 지불하면 되는 셈이다. 해당 제도를 통하면 청년들은 지옥고를 탈출해 쾌적한 주거를 누릴 뿐만 아니라 월세를 아껴 목돈까지 준비할 수 있는 셈이다.

시행 초기에는 제대로 된 홍보가 이뤄지지 않아 청년들은 물론 집주인도, 중개인도 관련 내용을 아는 경우가 드물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개정한 지 반년째 접어든 지금, 중소기업 전세대출은 실제 대출을 진행한 청년들의 입소문을 타고 시장에 점차 녹아든 모습이다.

해당 대출을 받아 최근 이사한 A(26)씨는 “서울에서 자취하면 사실 월세 부담이 커서 목돈 마련은 꿈도 꿀 수 없다”며 “전보다 방도 넓고 쾌적한데 이자도 적어서 너무 좋다. 진작 알았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지금이라도 집 걱정을 덜어서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B(30)씨는 “서류도 많고 집주인도 꺼린다는 얘기를 얼핏 들어서 처음에는 엄두가 안 났는데 생각보다 중소기업 전세대출로 이사한 친구들이 많더라”며 “은행에서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고 부동산에서도 다양한 매물을 소개해줘서 마음에 드는 집을 골랐다”고 전했다.

중소기업 전세대출을 위해 필요한 서류는 ▲확정일자부 임대차계약서 ▲5% 이상 보증금 납입영수증 ▲주민등록등본·초본 ▲가족관계증명서 ▲재직증명서 ▲월급여명세서 ▲건강보험자격득실확앤서 ▲4대보험가입내역서 ▲소속기업 사업자등록증 사본 ▲고용보험피보험자역이력내역서 ▲소속기업 주업종코드확인서 ▲임차인 및 임대인 통장·신분증 사본 등이다.

임대차계약서 및 보증금 납입영수증 등을 제외한 대부분 서류는 온라인에서 발급할 수 있다. 재직증명서, 월급여명세서, 사업자등록증 사본 및 주업종코드 확인서 등은 회사를 통해 발급받으면 된다.

구로구 일원 한 부동산 관계자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생소한 서류가 많고 대출이 이뤄지기까지 한 달가량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 때문에 쉽게 제도를 활용하지 못하는 청년들이 많았는데 요즘에는 그렇지 않다”며 “아직까지 제도를 꺼리는 집주인도 많은데 청년들의 선호도가 높다보니 중소기업 전세대출이 가능한 매물로 등록해달라는 집주인들도 많다”고 설명했다.

집주인들이 제도를 꺼리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주택 대상에 융자가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계약과정도 일반보다 복잡하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임차보증금의 전액을 보증하는 경우는 집주인이 건물에 질권설정을 해야해 번거롭다는 점도 장애요인으로 작용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청년 주거안정대책이 보다 활성화하려면 세입자는 물론 임대인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또한 임대인에게 부담으로 작용하는 세부 지침들을 지속해서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집주인들은 은행에서 받은 보증금을 다시 돌려주는 것 뿐이다. 꺼려할 이유가 전혀 없는데 관련 내용을 잘 모른다”며 “세입자를 보호하는 대책인건 분명하지만 정부에서 임대인에게도 불이익이 안 간다는 걸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권 교수는 “HUG에서 선순위 채권을 확보하려고 하다보니 질권설정도 해야한다, 융자가 없어야 한다 등 조건이 붙는데 집주인들은 이런 말 자체에 부담을 느낀다”며 “현재 가입당시 부동산 가격을 판단해서 선순위가 있더라도 채권에 대한 무리가 없거나 집값에 일정부분 이하라면 전세대출을 할 수 있는 등의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파이낸셜투데이 배수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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