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만원 훌쩍 “고급 초콜릿” vs 가성비 중요 “밥 한끼로 대체”
양극화 추세, 향후 3~5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

사진=연합뉴스

밸런타인데이가 연례행사처럼 자리 잡은 가운데 기념일을 챙기는 것에서도 소비 양극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경기침체와 소비심리위축으로 고급 초콜릿을 선호하는 소비자와 실속을 따지는 그룹이 확연하게 나뉜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다가오는 화이트데이를 비롯, 각종 기념일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20~3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가심비(가격 대비 만족도 추구)가 중시되는 분위기가 형성되자 유통가에서는 이번 밸런타이데이에 앞서 프리미엄을 내세운 수입 초콜릿을 내놨다. 현대백화점은 프랑스·미국·벨기에 등에서 수입한 유명 초콜릿 브랜드를, 신세계백화점은 에콰도르산 초콜릿으로 소비자들을 공략했다.

대형백화점에서 내놓은 해외 직수입 세트 가격은 10만~20만원을 훌쩍 넘는다. 위스키가 들어간 초콜릿은 10만2000원, 프랑스 직수입 초콜릿은 21만8000원에 판매됐다. 비싼 몸값을 자랑하는 프리미엄 상품이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온라인 마켓 옥션에 따르면 최근 5년(2015~2019년)간 초콜릿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 고급 초콜릿의 판매 비중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밸런타인데이 직전 2주간 판매량 중 수입 초콜릿 비중은 2015년 11%에서 올해 22%로 증가했다. 5년 사이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소비자 A(35) 씨는 “10만원이 넘는 가격이지만 초콜릿 모양이 고급스러워 구매했다. 밸런타인데이까지 굳이 돈을 아끼면서 보내고 싶지 않다. 1년에 하루밖에 없는 날이지 않느냐”며 “평소에 10만원 이상의 고급 초콜릿을 사 먹긴 어렵지만 특별한 날인 만큼 돈을 써서라도 만족감을 얻고싶다”고 말했다.

비싸더라도 만족스러운 상품을 구입하는 소비자가 있는 반면 초콜릿을 주고받는 대신 맛있는 식사를 하거나 근처 편의점 제품으로 가볍게 기분을 내는 소비자들도 늘고 있다.

편의점 CU는 1만원 이하의 중저가 상품 매출이 계속 늘고있는 점을 감안해 밸런타인데이 초콜릿 중 75%를 중저가로 구성했다. 이마트 역시 45개 품목 중 30개를 ‘2+1’ 상품으로 꾸렸다.

소비자 B(31) 씨는 “애인과 각종 기념일을 챙기지 않은 지 오래됐다. 초콜릿은 평소에도 자주 사 먹는 제품이라 굳이 밸런타인데이에 비싼 제품을 구매하지는 않는다”며 “비싼 초콜릿을 선물할 바엔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저녁을 즐기는 게 더 좋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인 C(26) 씨는 “취업준비를 하느라 각종 기념일을 챙기는 게 사치로 느껴진다. 편의점이나 마트에 저렴한 행사상품이 많다. 가성비 높은 ‘1+1’ 제품으로 기분만 챙긴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이 같은 현상을 두고 가심비를 내세우는 소비트렌드와 경기침체 현상이 공존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가심비를 추구하는 트렌드가 밸런타인데이에도 적용된다”고 말했다. 그는 “받는 사람과 주는 사람 모두 만족해야 한다는 감정이 비싼 초콜릿을 사는데 망설이지 않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또 경기침체 속 값비싼 제품을 소비함으로써 암울한 현실을 위안받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 같은 양극화 현상은 밸런타인데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며  “통상 트렌드는 한 번 형성되면 3~5년 정도 이어진다. 밸런타인데이에 양극화 현상은 3월 화이트데이를 비롯해 앞으로 다가올 각종 기념일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민희 기자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