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메인 스폰서·인터넷은행·해외 주식 투자 확대 속도
경쟁자 등장·실적 부진 ‘이어진 악재’…“시장 나아지면 실적 회복”

이현 키움증권 대표이사가 지난달 15일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 ‘키움히어로즈’ 출범식을 열었다.사진=키움증권

취임 2년 차를 맞은 이현 키움증권 대표가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이에 마케팅 강화, 인터넷전문은행 도전 등 공격적 사업 행보를 보이면서 분위기 반전에 나섰다.

키움증권은 지난해 영업이익 2890억원, 당기순이익 1932억원을 기록해 전년보다 각각 8.51%, 19.57% 줄었다고 11일 공시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76.5% 늘어난 2조1467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지난해 4분기에는 218억원의 손실을 내면서 2011년 이후 처음으로 분기 손실을 기록했다.

키움증권 측은 운용 부문에서 시장조정에 따른 손실이 발생했고 시장거래 대금이 감소하면서 수익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자기자본 투자(PI) 부문 실적 악화가 4분기 부진을 이끌었다. 키움증권의 핵심이익인 브로커리지와 이자 이익은 전 분기 대비 각각 5.4%, 18.7% 증가한 536억원과 721억원을 기록했지만 PI 운용손실이 547억원, 지분법 투자손실 190억원, 법인세 상승 80억원, 자회사 및 증권 성과급 등이 발생하면서 적자를 면치 못했다.

원재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PI 부문 손실은 대부분 10월부터 이어진 증시 하락에 따른 주식 운용 부문 손실이다”며 “법인세 증가는 조세특례법 변경으로 배당 재원 혜택이 사라지고 법인세율이 증가한 까닭이다”고 분석했다.

예상 밖 적자를 기록하면서 이 대표의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 당초 이 대표는 키움증권을 국내 자기자본 규모 상위 10대 증권사 반열에 올린 권용원 현 금융투자협회장에 이은 CEO 자리에 오르면서 상당한 부담감을 안고 한 해를 시작했다.

이에 키움증권은 마케팅과 사업 다각화 등 공격적인 행보로 분위기 쇄신에 돌입했다.

지난해 11월 프로야구단 ‘서울 히어로즈’와 메인 스폰서 계약을 맺고 지난달 15일 키움히어로즈 출범식을 개최하면서 증권업계 최초로 야구단 메인스폰서로 나섰다. 올해부터 2023년까지 5년간 네이밍 라이츠를 행사하게 된다. 메인 스폰서십 금액은 연간 100억원, 총 500억원 규모다.

앞서 키움증권은 야구 마케팅에 공을 들여왔다. 야구장 펜스 광고를 증권업계 최초로 진행하고 전광판 광고도 집행한 바 있다. 이번 메인스폰서 계약으로 키움증권이 브랜드 인지도 상승과 젊은 고객 확보라는 일거양득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해외주식 거래가 증가하면서 해외주식 투자자 유치에도 나섰다. 지난달 원화, 외화의 동시 표기로 호가 시인성을 높인 해외 홈트레이딩시스템(HTS) ‘영웅문 글로벌’ 베타버전을 공개했다.

국내 주식거래 시스템인 ‘영웅문4’의 주요 기능을 글로벌 버전에도 이식해 호가 주문, 차트 주문, 시스템트레이딩 전략 등을 제공해 편의성을 높였다.

사업 진출 의지를 적극적으로 드러내던 제3 인터넷전문은행에도 출사표를 던졌다. 내부적으로는 ‘인터넷전문은행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사업 진출을 준비해왔고 지난달 23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개최한 ‘인터넷전문은행 인가심사 설명회’에도 참석했다.

하지만 야심차게 출범한 ‘키움히어로즈’는 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부터 잡음이 나왔다.

키움히어로즈는 지난달 22일 임은주 전 FC 안양 단장을 신임 당장으로 영입해 프로야구 첫 여성 단장을 탄생시켰지만 임 단장이 과거 일감 몰아주기, 특혜 채용, 감독에 대한 월권 및 경기 개입을 저질렀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선임 열흘 만에 교체됐다.

게다가 신한·하나 등 금융지주사들이 인터넷은행 진출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면서 강력한 경쟁자를 맞았다. 신한금융은 간편송금 서비스 업체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와 함께 예비 인가를 신청하겠다고 발표했다. 하나금융도 SK텔레콤과 손을 잡고 인터넷은행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키움증권은 첫발도 떼지 못한 상황이다. 애초 지난달 중 컨소시엄 구성을 마무리할 예정이었지만 현재까지도 마무리 짓지 못했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 컨소시엄 구성은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며 “다만 모회사인 다우기술이 ICT 기업이고 과거 온라인 증권사라는 새로운 플랫폼을 성공시킨 만큼 경쟁자에 비해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10월부터 증권시장이 부진하면서 실적이 예상보다 부진했다”며 “하지만 기존 리테일 고객 점유율이나 고객 기반 등은 여전히 견조하게 유지하고 있고 IB 부문은 DCM(채권발행시장)을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어 시장 상황만 개선되면 회복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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