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경협시대 재개막, 비핵화 및 대북제재 완화 관건
‘메이드 인 개성’…남북 간 이질감 해소, 상호 이해 발판

사진=연합뉴스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지가 베트남으로 확정되며 구체적인 가닥이 잡히는 가운데 굳게 닫힌 개성공단의 빗장도 풀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북한의 비핵화 진전에 따라 미국이 개성공단 재개를 검토할 가능성이 크게 점쳐지기 때문이다.

개성공단은 남북 경제협력의 상징으로 꼽힌다. 남한의 기술·자본과 북한의 인력을 결합해 조성된 공업지구로, 2000년 6·15공동선언으로 급물살을 탄 이후 2004년부터 본격 가동됐다. 2015년 기준 개성공단 입주기업은 122개, 협력업체 5000개, 관련 종사자는 약 6만명에 달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개성공단이 활발하게 운영됐던 2005년부터 2013년 사이 남한은 32억6400만달러(한화 약 3조6000억원), 북한은 3억7540만달러(한화 약 4200억원)의 경제적 효과를 거뒀다.

하지만 순항하던 개성공단은 연평도 포격 사건과 북한의 잇따른 핵실험 등 정치적 현안으로 위기를 맞았다. 2016년 박근혜정부는 북한의 4차 핵실험 및 장거리 로켓발사 등으로 개성공단 폐쇄를 결정했다.

갑작스러운 개성공단 폐쇄로 입주기업들은 제대로 문도 닫지 못한 채 약 8000억원의 피해를 떠안고 쫓겨났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현재까지도 공단 재개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올해로 개성공단은 폐쇄한 지 3년째 접어들었다. 2017년 미국의 대북제재 이후 사실상 재가동은 불가능한 것으로 보였다. 북한 내 금융기관 개설금지와 석유정제제품 반입금지, 섬유 봉제류 반출금지 등은 개성공단 재개에 큰 걸림돌로 작용했다. 재가동 시 들여올 공장 설비와 전자제품 등의 상당 부분이 제재 대상에 속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분위기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며 조금씩 누그러지고 있다.

지난해 세 차례에 걸쳐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은 개성공단 사업을 정상화하는 데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특히 신년사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전제조건이나 대가 없이’ 개성공단을 열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개성공단 재가동 여부는 남북 간 의지로만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미국의 대북제재 해제가 선결과제다. 때문에 이번 북미회담은 개성공단 재개에 있어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외교전략연구실 실장은 “북한이 비핵화를 약속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만 있다면 올 하반기 개성공단 재개가 가능할 것이다”고 내다봤다.

이에 개성공단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개성공단 입주기업들 역시 오는 26일 베트남을 방문해 27~28일 이틀간 열리는 북미정상회담을 응원할 계획이다.

개성공단 재개는 입주기업의 경제적 이익을 넘어서 남북 경협시대의 재개막을 알리는 상징성을 지닌다. 지난 10년간 남북이 협업해 공단을 운영한 것은 남북경제공동체 형성의 본보기 역할을 톡톡히 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개성공단 중단 전인 2015년 남북교역액은 사상 최대인 27억1400만달러(약 2조9300억원)로 집계됐다. 가동이 중단된 2016년에는 3억3300달러(약 3740억원)에 그쳤다.

개성공단 재개 시 남북교역액은 3조원 이상의 효과를 거둘 것으로 정부는 전망한다. 북한에는 노동 생산성 및 주민소득 향상·산업 인프라 확충을, 남한에는 중소기업의 활로 모색을 통해 국내 경제 활성화에 큰 영향을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밖에 개성공단에서 생산되는 내수용 제품이 ‘메이드 인 개성 (made in Gaeseong)’ 또는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로 표기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를 통해 남북 주민 간 이질감 해소와 상호 이해, 민족공동체 형성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전문가들이 개성공단 재개의 필요성에 입을 모으는 이유다.

이와 관련 임강택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개성공단 재가동은 대북제재 완화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 미국에서도 남북 양측이 개성공단 재개에 큰 관심이 있다는 걸 안다. 때문에 이번 북미회담에서 미국의 긍정적 검토가 중요한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성공단 기업인들도 2차 북미정상회담에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언급했듯 이번 회담에서 개성공단 재가동에 관한 실마리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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