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합한 정책수단 선택해 추진해야
규제 강화, 금융산업 성장·사회 후생에 악영향
금융당국의 수수료 체계 개편까지 진통 예상

사진=연합뉴스

금융상품의 수수료 및 보수체계 규제 강화가 금융산업의 성장과 사회 후생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보험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주요국 금융상품 수수료 규제의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수수료 체계, 중개인에 대한 보수체계 규제 강화는 불완전판매 억제 등 소비자 보호를 위해 필요하지만 금융산업의 성장과 사회후생도 고려해 적합한 정책수단을 선택해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험연구원은 미국, 영국, 유럽연합에서 금융상품 중개인과 소비자와의 이해상충과 이로 인한 잠재적인 소비자의 피해를 억제하기 위해 금융상품 판매 수수료 및 보수체계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대표적으로 ▲유럽연합의 금융상품 및 보험상품 판매지침 ▲영국의 소매판매채널 규제 ▲네덜란드의 주택담보대출, 투자형 상품 및 연금 상품 판매 수수료 금지 ▲호주의 자문수수료 금지 등을 꼽았고 독일도 유럽연합의 보험상품 판매지침을 반영한 수수료 및 모집행위 규제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덧붙였다.

전용식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상품 중개인과 소비자와의 이해상충은 금융투자, 주택담보대출, 보험 등 다양한 금융업에서 금융소비자가 필요한 금융상품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상품 판매 이후 상품 금액에 비례한 수수료를 받는 관행에서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호주는 주택담보대출 모집인의 모집수수료가 대출금액 3억 달러 기준, 대출금액의 0.60%에서 0.65%의 선취 수수료를 지급하고 독일은 투자형 금융상품과 보험상품 구매자의 70%가 상품 구매 시 선취 수수료를 납부해야 한다는 안내를 받는다.

미국, 영국, 캐나다, 아일랜드의 보험상품 판매 수수료는 초년도 또는 첫 달 보험료에 비례해 결정되고 보험상품 판매 직후 지급되는 선취 수수료가 보편적이다.

보험연구원은 중개인에게 금융회사가 지급하는 선취 수수료는 다양한 산업에서 이뤄지는 사업 관행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금융상품 중개 수수료 및 중개인의 보수체계에 대한 규제는 정보 비대칭성이 초래할 수 있는 소비자의 피해를 줄이고 포용적 금융을 지향하는 추세에 부합한다고 봤다.

주요국 보장성보험 판매수수료 개요. 자료=보험연구원

대표적인 소비자 피해로는 불완전판매가 꼽혔다.

전 연구위원은 “불완전판매가 금융상품 중개인의 수수료 및 보수체계에서 비롯됐다는 판단에서 수수료 및 보수체계 규제가 확대되고 있다”면서 “금융소비자의 금융서비스 접근을 억제할 수 있는 서비스 비용보다 높은 수준의 서비스 수수료는 인하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보험연구원은 과도한 수수료 규제는 다양한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수수료 및 보수체계 규제가 금융소비자, 중개인, 금융회사의 행위를 변화시켜 소비자의 금융상품 수요를 줄일 수도 있고 합리적이지 못한 금융상품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또 중개인이 상품 판매 과정에서 전달하는 정보의 질을 저하시키고 낮아진 보수체계에 대응해 상품 판매 건수를 늘리려 노력할 수 있고 금융회사는 소비자의 금융상품 수요를 파악하지 못해 수요에 부합하는 상품공급보다는 판매가 쉬운 상품을 공급하는데 치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보험연구원은 규제 시행에 따른 영향을 소비자, 중개인, 금융회사 측면에서 종합적으로 검토해 국내 상황에 부합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규제가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전 연구위원은 “금융상품에 대한 정보전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중개인의 수수료 및 보수체계 규제 강화는 이해관계의 충돌 정도와 산업의 성장성을 고려해 이뤄질 필요가 있다”면서 “공시 강화, 금융 교육, 금융회사 검사, 수수료 체계 규제 등 다양한 정책수단 가운데 국내 상황에 부합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정책수단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도 현재 보험업계와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보험 설계사에 대한 수수료 지급 체계 개편안을 마련 중이다.

특히 모집수수료 선지급 체계는 보험업계의 고질적인 불완전판매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데 현재의 수수료 지급체계는 ‘먹튀 설계사’와 소비자 불만을 양산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먹튀 설계사’란 수수료 지급 비중이 가입 후 초기에 큰 것을 악용해 수수료만 받고 떠나는 설계사를 말한다.

이에 최근 보험업계는 첫해에 90% 이상 지급됐던 보장성보험 수수료 지급률을 단계적으로 55%까지 줄이는 분급 확대안을 내놓기도 했지만 설계사의 판매수수료가 줄어들면 보험시장의 냉각 가속화와 설계사가 대거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어 향후 수수료 지급체계 개편까지는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파이낸셜투데이 이진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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