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CES 300여곳 기업 중 35개사 참여, 열흘 준비 ‘급조’ 논란
직접 체험, 혁신기술 ‘호평’…협소한 규모, 홍보 부족 ‘아쉬움’

사진=배수람 기자

“한국에서 만나다!”

이른바 ‘한국판 CES’라 불린 ‘한국 전자·IT산업 융합 전시회’가 방문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으며 급조 논란을 어느 정도 씻어낸 모습이다.

지난달 29일부터 31일까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는 국내 IT·전자업계 신제품 및 혁신기술 등을 소개하는 전시회가 개최됐다. 이번 행사는 이번 행사는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소벤처기업부가 주최하고 KOTRA,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창업진흥원이 공동 주관했다.

정부 주도로 치러진 한국 전자·IT산업 융합 전시회는 CES 2019에서 참여한 기업과 함께 글로벌 전자산업의 흐름을 공유하고 혁신기술과 제품을 직접 보고, 체험하며 혁신성장을 모색하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CES 2019에 참여한 우리나라 317개사의 5G통신, AI, 로봇, 차세대 디스플레이 등 신기술을 두 눈으로 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와 달리 이번 전시회에 참가한 기업은 35개사, 전체의 11%에 불과했다.

DDP에는 삼성전자, LG전자, SK텔레콤, 네이버랩스를 비롯해 CES 2019에서 혁신상 등을 수상한 중견·중소기업 및 스타트업 등이 부스를 마련했다.

열흘 남짓, 제대로 된 준비 없이 치러진 졸속행사라는 타이틀로 관람객들의 발길이 뜸할 거라 예상했으나 실제 행사장은 평일 낮임에도 문전성시를 이뤘다. 그간 매체를 통해 간접적으로 접했던 우리나라 첨단 기술을 직접 체험할 수 있어 좋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관람객 A(37)씨는 “큰 기대 없이 왔는데 CES 2019에 출품됐던 제품들을 직접 보고 궁금한 것도 물어보면서 체험해 보니 확실히 우리나라의 기술력이 어디까지 왔는지 실감하게 된다”며 “기껏해야 TV, 스마트폰 정도에 그친다고 생각했는데 눈에 보이지 않는 서비스는 물론 생각하지 못한 부분들에서도 기술이 고도화되고 있구나, 느꼈다”고 감탄했다.

사진=배수람 기자

B(70)씨는 “CES는 미국 내에서도 영향력 있는 행사다. CES로 라스베이거스가 한 해를 먹고 산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며 “한국이 국제무대에서 이런 혁신적인 기술을 선보이는 건 굉장히 뿌듯한 일이지만 부산국제영화제처럼 외국에서 우리나라로 들어와서 이런 기술들을 체험하고 나가는 장이 마련되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실제 삼성전자·LG전자 등 주요 기업들은 새로운 제품이나 신기술 등을 소개하기 위해 국내보다 해외를 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도 마찬가지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급하게 마련되긴 했어도 전시회를 통해 우리 기술이나 제품들을 국내 소비자들한테 시연할 수 있다는 건 기업으로서도 좋다”며 “하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기술, 서비스에 대해 상응하는 가치를 인정해주는 분위기가 아니라 외국에 먼저 선보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전시회에서 선보인 기술들 역시 대다수 해외에서 먼저 상용화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며 “해외 반응이 좋으면 국내 소비자들의 반응도 뒤늦게 따라온다. 이런 아이러니를 줄이려면 국제행사 규모 정도의 다양한 무대가 많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내로라하는 기업들의 혁신기술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이번 행사가 마련되면서 이제까지의 갈증은 어느 정도 해소된 느낌이다. 다만 급하게 진행되다 보니 행사장 규모나 홍보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통상 행사장 입구에 비치되는 개략적인 팸플릿도 마련되지 않아 관람객들은 각 부스를 돌며 수십장의 기업별 팸플릿을 손에 쥐고 전시를 구경해야만 했다. 공간이 협소한 탓에 전시만 하고 시연할 수 없는 제품들도 즐비했다. 단발성에 그치는 행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된다.

이와 관련해 KEA 관계자는 “향후 전시 등에 대해서는 정해진 바가 없다”며 “3개 부처가 공동 주최한 행사여서 추후 다시 진행된다면 이번에 부족했던 홍보나 규모 등의 문제들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매년 전시회가 치러진다면 같은 실수를 두 번 반복하지 않도록 내실 있게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파이낸셜투데이 배수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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