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억 횡령 혐의, 징역 3년 실형·법정구속
다양한 불닭볶음면 시리즈 출시, 효자노릇 톡톡
2014년부터 꾸준한 하락세, 경영능력‧자질‧도덕성 논란

전인장 삼양식품 회장. 사진=삼양식품

불닭볶음면과 파생상품 출시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삼양식품의 매출상승을 견인한 전인장 삼양식품 회장이 최근 횡령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됐다.

지난달 25일 서울북부지방법원은 전 회장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또한 전 회장이 대표이사로 있는 삼양프루웰이 국세청 특별세무조사를 받게 됐다. 삼양식품이 역대 최악의 위기를 맞게된 것이다.

전 회장은 2008년부터 2017년 9월까지 삼양식품 계열사로부터 납품받은 포장박스‧식재료 등 일부를 자신과 부인 김정숙 삼양식품 사장이 설립한 페이퍼컴퍼니로부터 남품 받은 것처럼 조작해 50억원에 달하는 돈을 빼돌렸다. 전 회장은 이 돈을 주택 수리비와 개인 신용카드 대금, 자동차 리스비용 등으로 사용했다.

삼양식품 주주들과 시장 참여자는 지난해 3월쯤 이러한 횡령 사실을 인지했다. 전 회장은 지난해 3월 21일 한국거래소 조회공시 요구로 검찰수사 사실을 인정했다. 다음 달인 4월 16일 삼양식품은 서울북부지검이 현직임원을 횡령·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했다. 이후 삼양식품 주가는 7만8900원으로 5.4% 급락했다. 이후 같은 해 6월, 전 회장 첫 공판을 전후로 삼양식품 주가가 또 한 번 곤두박질쳤다.

전 회장을 비롯한 횡령‧배임 연루자는 사실 관계에 대해 인정했고, 고의성 부분에서만 다투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내용이 공개되자 삼양식품 주가는 계속 하락해 시가총액 60%가 증발했다.

전 회장의 고액 보수도 도마에 올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전 회장은 지난해 3분기 누적 급여 5억6429만원과 상여금 6억8810만원 등 총 12억5239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더욱이 전 회장의 급여는 2016년 5억2500만원에서 2017년 7억1927만원으로 37% 올랐으며 지난해에는 3분기 기준 급여가 이미 2016년 연간 급여를 넘어섰다. 상여급도 2016년 1억7500만원에서 2017년 2억1786만원으로 24% 가량 늘었고, 지난해에는 급여 이상의 상여금을 챙겼다.

전 회장의 비위로 촉발된 오너리스크는 당분간 삼양식품 주가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발자취

전 회장은 1963년 전중윤 삼양식품 명예회장의 아들로 태어났다. 전중윤 명예회장는 1961년 삼양식품을 설립하고 2010년 3월까지 회장을 역임했다. 어머니는 이계순 씨다. 형제로는 누나 5명과 쌍둥이 동생 1명이 있다. 둘째 누나인 전문경 씨는 삼양USA 사장이며 쌍둥이 동생인 전인성 씨는 2015년까지 삼양식품 이사를 지냈다. 이 외 다른 형제들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없다.

부인 김정수 씨는 삼양식품 사장이다. 슬하에 아들 전병우 씨를 뒀다. 전병우 씨는 SY캠퍼스(前 비글스) 지분을 100% 소유해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SY캠퍼스는 삼양내츄럴스 지분 26.9%를 보유하고 있다.

전 회장은 양정고등학교와 한국외국어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대학교 졸업 후 미국으로 건너가 페퍼다인대학교 대학원 경영학 석사를 졸업했다.

그는 1992년 삼양식품 영업담당 이사로 아버지 회사에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1994년에는 삼양식품 경영관리실 사장과 기획조정실 사장 등을 역임했다. 이후 10여년이 흘러 2005년 3월 대표이사 부회장 자리에 올랐다. 이어 2010년 3월 창업주였던 전중윤 삼양식품 회장이 명예회장으로 추대되자 대표이사 회장으로 취임 후 지금까지 경영을 책임지고 있다.

전 회장은 2010년 삼양식품 회장에 취임한 후 사업다각화를 모색하다 외식사업에 발을 들였다. 2010년 8월 면 요리 전문점 ‘호면당’과 2011년 9월 ‘제주우유’를 인수했다. 이후 ‘크라제버거’와 냉동만두업체 ‘새아침’ 등도 인수했다. 2014년에는 라면 전문브랜드인 ‘라면:에스’와 햄버거브랜드 ‘크라제맥스’ 등을 론칭했지만 모두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외식사업 적자를 상쇄한 것이 나가사끼짬뽕과 불닭볶음면이다. 전 회장은 2011년 7월 나가사끼짬뽕과 2012년 4월 불닭볶음면을 차례로 출시해 히트를 쳤다. 특히 불닭볶음면은 매운맛을 즐기는 우리나라 국민의 입맛을 공략해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전 회장은 불닭볶음면의 여세를 몰아 다양한 파생상품을 출시했다. 이 시리즈 제품도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어 삼양식품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에는 카카오프렌즈와 협업을 통해 콜라보레이션 라면 ‘까르보불닭볶음면 어피치 에디션’과 ‘삼양라면 콰트로치즈’, ‘짜짜로니 라이언 에디션’ 등을 출시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덕분에 최근 매출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등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누적 매출액은 359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매출액 3304억원 대비 8.8% 상승한 액수다. 지난해 3분기까지 영업이익은 437억원으로 전년 동기 312억원 대비 약 30% 증가했다. 당기순이익도 매년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 당기순이익은 2016년 190억원에서 2017년 29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 361억원을 기록해 전년 연간 당기순이익을 뛰어 넘었다.

사진=연합뉴스

◆사건사고

전 회장은 2014년부터 매년 부정적 이슈를 꼬리표처럼 달고 다녔다.

2014년 1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삼양식품이 총수 일가 소유 계열사인 삼양내츄럴스(내츄럴삼양)을 부당 지원한 것을 적발해 26억24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삼양식품은 이마트에 라면류를 공급하는 과정에서 특별한 역할이 없는 계열사 삼양내츄럴스를 끼워 넣어 이른바 ‘통행세’ 관행을 일삼아 부당 이윤을 챙겼다.

삼양내츄럴스는 삼양식품 총수일가가 지분 90.1%를 보유하고 있는 비상장사다.

전 회장 취임 6년째인 2015년에는 삼양식품은 34억원 순손실을 기록했다. 2002년 순손실 이후 13년 만이다.

전 회장은 취임한 2010년 영업이익 116억원과 당기순이익 85억원을 달성했다. 이는 전중윤 명예회장이 마지막으로 삼양식품을 이끈 2009년 영업이익 252억원과 당기순이익 189억원 대비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이후 2012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76억원, 53억원까지 하락했다. 2013년과 2014년 영업이익은 회복하는 듯 했으나 당기순이익은 50억원 아래에서 맴돌았다. 결국 2015년 영업이익 71억원과 당기순손실 34억원을 기록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전 회장의 경영 능력을 지적하기도 했다.

2015년 12월 24일 전 회장 모친 이계순 씨는 본인이 보유한 삼양식품 주식 1만주를 장내 매각했다. 같은날 전 회장은 모친이 매각한 주식과 동일한 수량의 주식을 매입했다. 당시 주당 가격은 2만3000원으로 저점을 찍은 시점이다.

이러한 행각은 한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2016년 8월 17일 편법 승계 논란이 이어졌다. 모친 이계순 씨는 자신이 보유한 삼양식품 주식 1만7100주를 매각했다. 이날 전 회장은 삼양식품 주식 1만4169주를 장내매수 했으며, 하루 뒤에는 부인 김정수 삼양식품 사장이 3000주를 매수했다.

전 회장은 2017년에도 이와 동일한 수법으로 2월과 4월, 총 3차례에 걸쳐 모친 이계순 씨가 보유한 삼양식품 주식을 전량 사들였다. 2017년 2월에는 모친이 삼양식품 주식 2만720주를 매각한 당일 전 회장과 부인 김정수 사장이 각각 1만3200주, 6570주씩 매수했다.

또 같은해 4월 7일 모친이 매각한 삼양식품 주식 3만5280주를 매각 당일과 같은달 11일 이틀에 걸쳐 전량 사들였다. 당시 주식 매수에는 전 회장 외에 부인 김정수 사장과 아들 전병우 씨도 동참했다. 이로써 이계순 씨 보유 지분 전량이 전 회장 측으로 이전됐으며, 회장 일가는 삼양식품 지배력을 강화했다.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삼양식품 본사. 사진=삼양식품

◆평가

업계 관계자들은 전 회장의 도덕성을 지적하고 나섰다.

전 회장은 불닭볶음면 시리즈를 연쇄적으로 출시해 라면시장에 한 획을 그었다. 그러나 잊을만하면 부정적 이슈를 매번 만들어내 그 빛이 바랬다.

전 회장이 2010년 회장직에 오른 이후 삼양식품은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부분에서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2015년에는 34억원 순손실을 기록해 경영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됐다.

또한 2011년부터 사업다각화를 위해 인수와 론칭을 추진했지만 모두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2014년부터는 각종 사건사고나 부정적 이슈의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전 회장은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실적을 끌어올리며 경영능력을 보여주는 듯 했으나 편법 증여, 횡령·배임, 고액 보수 등 부정적 이슈와 주식 가격 급락으로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서게됐다.

파이낸셜투데이 제갈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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