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 의무 유지 기간 3년→2년, 레버리지 배율 확대 등 요구
카드업계, 당국의 수용 여부는 대체로 부정적

사진=연합뉴스

카드사들이 카드수수료 인하 정책에 따른 수익 악화를 만회하고자 금융당국에 요구 사항을 쏟아냈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최근 카드사들이 카드산업 건전화 및 경쟁력 제고 태스크포스(TF)에서 금융당국에 건의사항을 전달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카드업계, 민간 전문가 등이 참여한 TF는 지난해 11월 정부의 카드수수료 종합개편 방안에 따라 발생할 카드사의 손실을 메워주기 위한 취지로 구성됐다.

카드사가 요구한 건의사항은 부가서비스 의무 유지 기간 단축, 레버리지 배율 확대, 국제브랜드 수수료 고객 부과 등이다.

카드사는 현재 3년인 상품 의무 유지 기간을 2년으로 줄여달라고 요구했다. 당초 5년이었던 상품 의무 유지 기간은 2016년 여신전문금융감독 규정이 개정된 이래 현재까지 3년으로 유지해 왔다.

카드의 유효기간이 통상 5년인데 반해 상품 의무 유지 기간을 2년으로 줄이면 소비자 권익을 실현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비판도 있다.

현재는 카드사가 신상품 출시 후 해당 상품의 부가서비스를 3년간 유지해야 하고 의무유지 기간이 지나면 금감원의 승인을 받아 축소할 수 있으나 금감원이 약관 변경을 승인해 준 사례는 없다.

제휴처 사정으로 서비스가 축소되거나 종료될 때 대체서비스 적용 조건도 완화해달라고 요구했다.

현재는 제휴처가 일방적으로 부가서비스를 축소하더라도 카드사가 다른 업체의 유사한 서비스를 찾아 제공하고 만약 대체서비스를 찾기 어려운 경우에만 부가서비스를 변경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카드사는 자기자산 대비 총자산 한도인 레버리지 배율은 기존 6배에서 10배로 늘려달라는 요구도 했다.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르면 외형 확대 위주의 경영을 제한하기 위해 자기자본의 10배 범위에서 금융위가 정하는 배수까지 총자산을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 금융위는 캐피탈사는 10배까지 레버리지 비율을 허용하지만 카드사는 6배로 규정해놨다.

지난해 9월말 기준 카드사들의 레버리지 비율은 롯데카드(5.96배), 우리카드(5.76배), 하나카드(5.27배), 비씨카드(5.25배), 현대카드(5.22배), KB국민카드(5.16배) 등 대부분 레버리지 배율이 5배가 넘었고 특히 롯데·우리카드 레버리지 비율은 규제 비율인 6배에 근접한 수준까지 올라와 있다.

카드사들은 수수료 인하정책에 줄어든 수익을 만회하기 위해 신사업을 하려고 해도 레버리지 배율에 제약을 받는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레버리지 규제를 완화하면 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 영업이 활발해질 가능성이 높아 주로 상환능력이 없는 취약계층의 가계부채 증가라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도 제기된다.

또 자영업자를 살리기 위해 수수료를 개편해 놓고 가계부채를 부추기는 상황을 만들었다는 비난이 있을 수 있어 금융당국이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라고 내다봤다.

국제브랜드 수수료 고객 부과 문제도 제기됐다.

2016년 5월 국제브랜드인 비자카드가 소비자가 해외에서 비자카드를 사용할 때 부담하는 해외결제 수수료율을 1.0%에서 1.1%로 올리겠다고 국내 카드사에 통보했고 일방적인 인상에 카드사들은 ‘수수료 갑질’이라며 공정위원회에 신고했다.

금융당국은 소비자 권익 보호를 이유로 수수료 인상분인 0.1%p를 카드사가 부담하도록 했고 이후 지난해 8월 공정위에서 비자카드의 수수료 인상에 무혐의 결정을 내렸지만 금감원이 수수료 전가를 허락하지 않고 있어 여전히 인상분을 고객에게 전가하지 못하고 있다.

아울러 고객이 해외결제를 취소할 때 발생하는 수수료도 부담하고 있어 고객이 스스로 결정한 취소거래까지 수수료 부담을 떠안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카드사는 카드수수료와 관련해 연매출이 500억원이 넘는 대형 가맹점과는 협상력이 떨어진다며 금융당국이 하한 기준을 제정해달라고도 요구했다. 이어 대형가맹점과 가맹점수수료 분쟁 시 당국의 적극적 중재도 요청했다.

이 밖에 신용카드 해지 신청 고객에게 경제적 이익 제공 허용, 정부·공공기관 법인카드의 기금률 인하, 연회비 조정 허용 등을 당국에 요구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의 수익성 악화를 만회하기 위해 다각도로 건의사항을 건냈지만 당국이 얼마만큼 받아들일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업계는 대체로 부정적으로 보는 편”이라면서도 “일단 당국의 제도개선안 발표를 지켜보겠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카드업계 관계자는 “말그대로 건의사항이다. 업계도 모두 수용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는 선에서 당국이 수용하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카드사들의 요구사항 중 합리적인 건의를 수용해 1분기 중 고비용 마케팅 관행 개선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파이낸셜투데이 이진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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