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배수람 기자

정부가 속도감 있게 공시가격 현실화를 추진하면서 서민들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정부는 종합부동산세 개편에 이어 공시가격을 현실에 맞는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고 공표했다. 공시가격이 실거래가 즉, 시세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이어지자 대대적인 손질에 나선 것이다.

실제 국토교통부가 작년 1월 발표한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실거래가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을 보였다. 강남구 일대 공시가격은 실거래가의 절반 정도인 50~60%에 불과했다.

지난 24일 국토부는 전국 419만호 단독주택 중 대표성 있는 표본 22만호를 산정해 올해 표준주택 공시가격을 발표했다. 지난해보다 평균 9.13%, 서울의 경우 17.75%까지 상승했다. 평년 4~5% 정도의 상승률을 나타냈던 것과 비교하면 2배 이상 급등한 수준이다.

단독주택 개별 공시가격과 아파트 등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4월 말 발표된다.

정부의 이 같은 결정은 신속한 공시가격 현실화를 통해 다주택자 세금 부담을 늘리는 등 조세 형평성을 이루고 급등한 집값을 잠재우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공시가격 정책 방향성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다만 공시가격은 고가 부동산이나 다주택자에게만 한정돼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급격한 인상은 다소 아쉬움을 남긴다.

부동산 공시가격은 기본적인 사회보장 인프라에 영향을 미친다. 이는 재산세를 비롯한 조세와 기초연금, 기초생활보장, 건강보험료, 국민주택 입주자 선정 등 60여가지 행정 기초자료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결국 전 국민이 공시가격 변화에 영향을 받는 셈인데 자칫 어렵사리 내 집 마련에 성공한 서민 혹은 소외계층·고령층 등 복지수급자가 피해를 보는 아이러니가 발생할 수도 있다.

실제 고가 단독주택이 밀집한 한남동 일원 부동산 관계자는 “세금이 늘어나더라도 이곳 집주인들은 딱히 동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부동산 시장가치에 상응하는 세금을 부담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하지만 국민적 동의 없이 이뤄지는 공시가격 현실화는 정부의 신뢰를 깨뜨리고 정책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다. 앞서 정부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소상공인의 부담을 되레 가중시키는 등 쓴맛을 한 차례 경험하지 않았나.

특히 공시가격은 용도가 다양하고 사회 전반에 미칠 파급효과는 어마어마하다. 궁극적으로 주택시장 안정화를 꾀하기 위해 점진적이고 섬세한 접근이 요구된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속담이 있다. 서두르다가 일을 그르칠 수 있으니 바빠도 정해진 순서대로 일을 처리하라는 의미다. 단기에 그치는 가시적인 효과만 좇다가 정부가 애꿎은 서민들의 곡소리만 키우는 우는 범하지 않아야겠다.

파이낸셜투데이 배수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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