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 다방면 참석, 다보스포럼서 행복창출 방법론 등 모색
몸집 불리기 활발, 글로벌 기업 인수합병

최태원 SK 회장. 사진=연합뉴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새해가 시작된 직후 정부 및 기업 내부의 각종 행사에 빠짐없이 참석하며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 회장은 소통과 행복을 강조하면서 그룹 구성원들을 자주 만나겠다고 소통의지를 내보였다.

최 회장은 이번 달 ▲문재인 대통령 주재 청와대-경제계 신년회 ▲2019 SK 신년회 ▲대한상의 신년인사회 ▲SK 임직원 ‘행복토크’ ▲2019 기업인과의 대화 등 일정을 소화했다.

특히 경제계 최대 행사로 꼽히는 ‘대한상의 신년인사회’에 5대 그룹 총수 중 유일하게 참석해 주목을 받았다.

또한 눈길을 끈 것은 최 회장이 직접 계획해 지난 8일 진행한 행복토크다.

행복토크는 회사가 짜 놓은 제도 안에서 ‘된다, 안 된다’를 논하지 않고 자발적으로 무엇인가를 실천하고자 만들어 나가자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행복토크는 계열사 임직원 3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진행됐다. 행복토크는 사전 각본 없이 구성원들이 모바일 앱을 통해 현장에서 질문이나 의견을 올리면 최 회장이 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돼 구성원들은 최 회장과 격 없이 진솔한 대화를 할 수 있었다.

최 회장은 이 자리에서 “그룹 임직원들에게 스스로 행복 창출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일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적극 추진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올해 행복토크와 같은 소통의 장을 100차례 가지겠다고 밝혔다.

최태원 SK 회장. 사진=SK

소통 의지를 강하게 내 비추고 타 기업 총수가 참석하지 않은 행사에도 홀로 참석하는 만큼 올해 최 회장은 누구보다 바쁜 일정을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에서는 “최 회장이 총수들을 대표해 국내 주요 행사를 챙기고 있다”고 평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최되는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도 참석했다. 그는 다보스포럼에서 국내외 기업인들을 포함한 주요 인사들과 소통하며 사회적 가치를 통한 비즈니스모델 혁신과 글로벌 성과 창출, 행복창출 방법론 등을 모색할 것으로 전망된다.

◆발자취

최태원은 1960년 12월 3일 최종현의 아들로 태어났다. 최종현은 1974년부터 1998년까지 SK그룹의 전신인 선경그룹 회장을 역임했다. 어머니 박계희 씨는 워커힐미술관 관장을 지냈다. 남동생은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이다.

백부는 최종건 선경합섬 회장으로 SK그룹 창업주다. 사촌으로는 최윤원 전 SK케미칼 대표이사 회장과 최신원 SK네트웍스 대표이사 회장,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대표이사 부회장 등이 있다. 숙부는 최종관 SK네트웍스 고문이다.

부인 노소영 씨는 노태우 전 대통령 장녀로 아트센터나비(전 워커힐미술관) 관장과 서울예술대학 디지털아트학부 조교수를 겸하고 있다. 슬하에 두 딸 최윤정 씨와 최민정 씨, 아들 최인근 씨를 뒀다.

최태원은 1979년 신일고등학교와 1983년 고려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1987년 시카고대학교 경제학과(학사)를 졸업했다. 1989년 시카고대학교 대학원 경제학 석‧박사 통합과정을 수료했다.

그는 1991년 SK상사 경영기획실 부장으로 입사해 커리어를 쌓기 시작했다. 1993년에는 SK아메리카 이사대우를 맡았고 이후 1996년 SK상사 및 SK(현 SK이노베이션) 상무이사로 승진했다. 1997년 12월부터 1998년 8월까지 SK 대표이사 부사장을 역임했다.

1998년 9월에는 최종현의 뒤를 이어 SK 대표이사 회장으로 취임했다. 최태원이 SK 회장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최윤원 SK케미칼 회장의 덕이 컸다. 1998년 8월26일 최종현은 유언 없이 갑작스레 별세했다. 이 때문에 SK그룹은 경영권을 둘러싼 분쟁에 휩싸일 수 있는 상황에 놓였으나 최윤원 회장이 최태원을 추천하고, 사촌형제와 동생이 상속을 포기해 무탈하게 해결됐다.

2007년 7월부터는 통합 지주회사인 SK 회장과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회장을 겸했다. 2012년 하이닉스를 인수한 뒤부터는 SK하이닉스 대표이사 회장도 맡았다.

굴곡이 없던 것은 아니다. 2013년에는 그룹 계열사 출자금 횡령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아 수감생활을 했다. 2015년 특별사면으로 출소해 SK 회장에 복귀했다.

그는 지난해 활발한 국내외 활동으로 다양한 기업을 인수합병 했다. 주요 내용은 ▲SK하이닉스, 도시바메모리 지분 15% 인수 ▲SK홀딩스, 앰팩 지분 100% 인수 ▲SK텔레콤, ADT캡스 지분 55% 인수 등이 있다. 이 외 중국과 베트남, 동남아 등지에서도 다양한 인수합병을 추진해 몸집을 불렸다.

최태원 SK 회장. 사진=연합뉴스

◆사건 사고

최태원 회장은 2003년부터 2016년까지 각종 사건 사고로 다사다난했다.

2003년에는 SK네트웍스 분식회계 사건으로 떠들썩했다. 이 일로 최 회장은 징역 3년을 받았으나, 2008년 대법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아 위기를 면했다.

SK네트웍스 분식회계와 관련해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중인 2005년 3월에는 소버린과 지분싸움이 일어났으나 승리를 거둬 경영권 사수에 성공했다.

소버린은 외국계 자산운용회사다. 2003년 3월부터 SK 지분을 늘리기 시작해 15% 가까운 지분 확보해 같은 해 8월 최 회장을 비롯한 SK 경영진 퇴진을 요구했다. 또한 11월 독자적으로 이사후보 추천하겠다는 입장까지 밝혔다.

이에 SK그룹은 최 회장이 물러나지 않는 독자적 지배구조 개선안을 내 주총에서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다. 당시 SK는 외국인주주 비율이 50%를 넘는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격렬한 대결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됐으나 최 회장의 이사 선임안이 참석 주주의 과반이 넘는 60.63% 찬성으로 통과됐다.

한 고비 넘긴 듯 했으나 SK그룹 계열사 출자금 465억원을 국외에서 불법적으로 사용한 내역이 적발돼 횡령혐의로 2013년 1월 31일 징역 4년 판결과 함께 법정구속 됐다. 2014년 2월 27일 대법원 상고심에서도 징역 4년을 선고해 형이 확정됐다. 이후 2015년 8월 14일, 2년 7개월간의 수감생활 끝에 광복 70주년 특사로 출소해 다시 경영에 복귀했다.

출소 후 2016년에는 박근혜 게이트와 관련해 다른 재벌총수들과 함께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SK그룹이 미르재단과 케이스포츠재단에 거액을 출연한 배경을 규명하기 위해 김창근 당시 SK수펙스 의장을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두 재단 출연 최종 결정권자는 최 회장이라 판단해 그를 소환 조사했다. SK그룹은 미르재단과 케이스포츠재단에 거액을 출연한 후 추가로 투자 요구를 받았으나 투자금액 이견으로 결국 지원하지 않았다.

검찰은 부정한 청탁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했으나 실제 돈이 오가지 않은 만큼 처벌이 어렵다고 판단해 2017년 4월 17일 최 회장을 불기소 처분했다.

◆평가

업계에서는 최 회장을 두고 경영 및 글로벌 감각이 뛰어나다고 평가한다.

그는 SK그룹을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다. 또한 이사회 중심 경영 등 지배구조를 개선했으며, 내수기업에서 수출기업으로 사업구조 개편 등 그룹을 성공적으로 견인했다. 그룹을 지주회사 체제로 탈바꿈해 이사회 중심으로 독립경영과 투명경영의 기반을 마련했고 순환출자구조를 해소했다.

또한 2002년 국내 인사 중 최초로 다보스포럼 ‘동아시아 지역경제 지도자 회의’에서 공동의장을 맡았다. 2008년에는 한국 기업인 최초로 ‘유엔 글로벌 콤팩트(UNGC)’ 이사로 선임됐고, 중국 보아오포럼에서 이사로 활동하며 글로벌 감각을 뽐냈다.

뿐만 아니라 다보스포럼 상임이사를 지내기도 했고 매년 다보스포럼에 참가해 국제적 기업인 및 경제인과 교류를 통해 글로벌 경영인으로서의 감각과 리더십을 쌓고 있다.

최 회장은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함께 재벌 2세로 분류되지만 이들보다 젊고 재벌 3세로 분류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나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보다 나이가 많아 이들의 가교역할을 하고 있다. 그 덕에 다른 재벌 3세들과 달리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후보에 지속적으로 거명되고 있다.

파이낸셜투데이 제갈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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