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전직 대법원장 구속, 판결 평가 긍정적
명재권 “범죄사실 중 상당 부분 혐의 소명, 증거인멸 우려”
양승태, 전현직 판사 진술과 객관적 물증에 ‘모함·조작’으로 반박

김명수 대법원장(좌)과 24일 구속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진=연합뉴스

‘사법농단’ 의혹의 핵심인 양승태(71·사법연수원 2기) 전 대법원장이 구속됐다.

사법부 수장으로는 전현직 통틀어 사상 첫 구속 사례로 남은 이번 판결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명재권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사법연수원 27기)는 24일 “범죄사실 중 상당 부분 혐의가 소명되고 사안이 중대하며 피의자(양승태)의 지위와 관련자들의 관계 등에 비춰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전직 대법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이라는 부담감을 고려해 1차 영장기각 후 검찰의 2차 영장청구 때 발부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양 전 대법원장의 범죄 혐의가 40여 개라는 점과 검찰이 모든 범죄 혐의를 이번 영장청구에 적용했다는 점에서 영장 발부에 자신감이 있는 것 아니냐며 구속을 전망하는 일부 의견도 있었다.

검찰에 따르면 양 전 대법원장은 2011년부터 6년간 대법원장을 지내면서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사건을 비롯해 전교조 법외노조,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파견 법관을 이용해 헌법재판소 내부 사건 정보와 동향 수집, 통합진보당 재판 등과 관련한 재판거래 문건을 보고받거나 지시를 내린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대법원 정책에 비판적이거나 반대하는 법관을 사찰하고 긴급조치 국가배상 판결을 내린 법관에 대한 징계 시도, 대한변호사협회를 압박하는 등 자신을 비판하는 대내외 세력을 탄압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와 함께 사법부 블랙리스트, 공보관실 운영비 비자금 조성, 허위공문서작성 등 40여 가지에 이르는 범죄 혐의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오전 10시 30분부터 5시간 30분 동안 진행된 영장실질심사에서 양 전 대법원장은 자신에게 불리한 증거나 증언인 이규진 수첩, 김앤장 독대 문건, 판사 블랙리스트 등에 대해 ‘모함하기 위해 조작된 것’이라는 이해할 수 없는 주장을 편 것으로 알려졌다.

정황상 거짓일 가능성이 없는 전현직 판사들의 진술과 물증 등을 사실이나 논리로 반박하지 못하고 거짓이나 모함으로 몰고간 것이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렸다.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으로 검찰은 40여 가지 혐의에 대해 무난하게 보강 수사를 할 수 있게 됐다. 향후 최대 20일 동안 총력을 기울여 7개월간 진행된 ‘사법농단’ 수사를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이다.

한편 김명수 대법원장은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과 관련해 “국민께 송구하다. 참으로 참담하고 부끄럽다”고 밝혔다.

김 대법원장은 “사법부 구성원 모두는 맡은 바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할 것”이라며 “그것만이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최소한의 길이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강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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