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페이’ 출시되자 곧바로 ‘QR페이’ 출시
가장 큰 차이 ‘여신 기능’
수수료 있어 가맹점 확보 미지수

QR페이. 사진=BC카드

QR코드를 기반으로 하는 카카오페이와 서울시·지방자치단체의 제로페이에 이어 카드업계도 QR코드 방식 모바일 결제서비스 경쟁에 뛰어들었다. 간편결제 시장을 둘러싼 주도권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6년 11조8000억원이었던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 이용액은 2017년 39조9000억원으로 급증했다. 1일 평균 결제 건수도 2016년 85만9000건에서 2017년 212만4000건, 2018년 2·4분기에는 362만7000건으로 크게 늘었다.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는 마그네틱보안전송 방식, 바코드·근거리무선통신(NFC) 방식, QR결제 서비스가 있다.

그중 급성장 중인 QR결제는 휴대전화로 고유 정보가 담긴 격자무늬 QR코드를 찍으면 결제 대금이 고객 계좌에서 점주 계좌로 이체되는 방식이다. 마그네틱 보안전송·근거리무선통신 방식의 삼성페이, 바코드·근거리무선통신(NFC) 방식의 페이코 등과 함께 간편결제에 속한다.

지난해 카카오페이가 QR코드 방식을 적용한 데 이어 최근 간편결제시장에 불을 붙인 서울시의 제로페이, 카드사의 QR페이 등이 QR코드 방식이다.

제로페이는 정부와 서울시가 소상공인의 카드수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도입한 QR코드 결제서비스다. 지난해 12월 서울시가 시범적으로 도입했으며 올해 전국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전년도 매출 8억 원 이하인 가맹점은 제로페이 결제를 이용하면 수수료가 없어 영세 자영업자에게 큰 도움이 된다. 다만 매출액 8억 원 초과∼12억 원 이하는 0.3%, 12억 원 초과는 0.5% 수수료를 내야 한다.

소비자에게 40% 소득공제 혜택을 주는 것도 장점이다. 신용카드 15%, 체크카드 30%, 현금영수증 30% 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외에도 공공시설 이용료 할인, 소비자 포인트 지급 제도 등을 도입할 예정이다.

그러나 결제 방식상 소비자 은행 계좌에서 가맹점 은행 계좌로 돈을 이체하는 방식이어서 소비자가 잔액을 수시로 확인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QR페이는 롯데·신한·BC카드가 공동으로 개발한 QR코드 결제서비스로 제로페이가 지난해 12월 20일 시범운영을 시작한지 보름여 만에 내놨다.

이는 제로페이 등이 QR코드를 이용한 간편결제로 가맹점 수수료를 낮춘 것에 대응해 카드업계도 간편결제시장에서 소비자를 뺏기지 않기 위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QR페이는 기존 신용카드와 같은 외상거래이기 때문에 신용카드와 똑같은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제로페이. 사진=연합뉴스

또 제로페이의 경우 가맹점이 서비스 신청 시 대표자 신분증과 사업자등록증 사본을 제출해야 하는 불편함이 따르는 반면 QR페이는 기존 롯데·신한·BC카드의 가맹점들은 별도의 과정 없이 각 카드사 앱을 통해 QR페이를 신청할 수 있어 가맹점을 통한 확장성이 좋다는 특징이 있다.

카드 3사의 전체 가맹점 수를 합하면 그 숫자가 무려 800만여개에 달하고 신용카드의 일평균 결제 건수는 3438만 건, 체크카드는 2164만 건(한국은행, 2018 상반기 지급결제 동향)으로 집계된 바 있어 체크·신용카드를 모두 아우른 QR페이가 소비자 선택 폭이 더 넓다는 것이 카드업계 의견이다.

그러나 가맹점 수수료율이 제로페이보다 높은 것은 단점으로 꼽힌다.

QR페이는 밴(VAN, 결제대행)사를 거치지 않고 앱투앱(App to App) 방식을 적용해 다른 결제 방식보다 비씨카드 0.14%p, 신한과 롯데카드 0.13%p씩 낮췄다.

앱투앱 방식은 고객 앱에서 가맹점주 앱으로 결제 정보가 오가는 방식을 말한다.

하지만 현재 연 매출액 3억원 이하인 영세 가맹점(카드수수료율 0.80%)이 QR스캔 결제 시 수수료율이 0.66~0.67%로 여전히 제로페이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 때문에 가맹점 입장에서 카드사 QR페이가 제로페이에 비해 이점이 없어 가맹점 확보조차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여기에 카드사 간 QR 연동을 위해 중간에 정산 운용을 하나로 통일해야 할 KB국민카드, 삼성카드, 현대카드 등 합류 예정인 후발 카드사들이 QR페이 서비스를 먼저 시작한 롯데·신한·비씨카드 진영과 다른 결제정산 운용사 지정을 검토 중인 것도 문제다.

카드사 간 QR연동을 위해서는 중간에 정산 운용을 하나로 통일하는 것이 필수다. 후발 카드사들이 다른 운용사와 계약을 맺게 되면 상호 호환을 위해 더 복잡한 프로세스를 갖춰야 하고 일을 두세 번 해야 되기 때문이다.

조속한 가맹점 확보와 관리 체계를 갖춰 기존 간편결제 시장의 대항마가 돼야 할 카드사들이 카드사별로 위탁운용사가 쪼개져 기싸움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7개 카드사가 근거리무선통신 기술 기반의 공동 결제 플랫폼 ‘저스터치’를 출시했다가 실패로 끝난 선례를 두고 QR페이도 보여주기식 서비스를 하나 더 내놨다는 비판도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제로페이는 고객과 가맹점을 새로 모집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QR페이는 카드사들이 기존 앱을 그대로 호환해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면서 “운용사 지정 등의 문제를 해결한 후 다른 카드사들이 연내 합류하면 이용자 저변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제로페이 사업에 카카오페이, KT, 11번가 등 대형 사업자가 잇달아 합류했다.

가맹점 취약과 소비자 이용 부족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제로페이는 이로써 인프라 확산의 전환점을 맞게 됐을 뿐 아니라 사업 성공 여부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평가다.

파이낸셜투데이 이진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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