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뿌리 가졌지만…한국어·조선어 갈라놓은 분단 70년
남북 간 언어 이질감 해소 및 통일 위한 사전편찬 재개 기대

한용운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편찬위원회 편찬실장. 사진=연합뉴스

“오징어와 낙지 표기부터 통일해야겠습니다”

남한과 북한에서 ‘오징어’와 ‘낙지’ 표기법이 정반대라는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말에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이렇게 답했다. 같은 단어 하나를 놓고도 남과 북은 전혀 다른 이미지를 떠올리기 때문이다. 북한에서 오징어는 갑오징어를, 낙지는 오징어를 뜻한다.

남북정상회담으로 남북관계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언어 통합을 위한 움직임을 활발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남북은 70년 분단의 긴 시간만큼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해왔다. 남북한 사회체제와 규범의 차이는 독자적 언어의 발달로 이어졌다. 남한은 ‘한국어’, 북한은 ‘조선어’로 칭하며, 공용어를 부르는 말도 ‘표준어’, ‘문화어’로 각각 다르다.

한자어와 외래어를 표기하는 방식에도 차이를 나타낸다. 자본주의 체제하의 남한은 외래어를 표준어로 많이 수용하는 반면 북한은 고유어로 풀이해 사용한다. 해방 이후부터 언어 자체정화를 통해 한자어, 외래어 사용을 정책적으로 금지했다.

이 때문에 같은 뿌리를 가졌음에도 남북 간 의사소통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다. 지난해 개최된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 선수들은 훈련 도중 공유할 수 있는 단어가 ‘스케이트’ 등 극소수에 불과해 어려움을 겪었다.

탈북자들 역시 교육기관인 하나원에서 일정한 교육과정을 거치지만 단어나 화법의 차이로 인해 일상생활에 불편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 언어를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남북 주민들이 공유할 수 있는 언어는 약 68% 정도에 그친다고 입을 모은다.

일상 언어뿐만 아니라 경제·건축·산림·의학·체육 등 전문용어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이는 향후 전개될 남북 공동 사업 진행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남북 교류 사업 추진에 앞서 언어 통합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남북 언어 이질화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은 과거에도 있었다. 2005년부터 진행된 남북 ‘겨레말큰사전’ 편찬사업이 대표적이다. 해당 사업은 남한의 ‘표준국어대사전’과 북한의 ‘조선말대사전’을 바탕으로 표제어를 선정하고 뜻풀이와 맞춤법 등을 단일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는 남북 언어뿐 아니라 해외동포들이 사용하는 우리말까지도 집대성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2015년을 기점으로 사업은 중단됐었지만 최근 남북관계 개선으로 이르면 내달 공동편찬회의가 재개될 예정이다. 편찬위원들은 해당 사업을 통해 언어의 맥락을 이해하고 민족 동질성을 극복할 것으로 기대한다.

한 편찬위원은 “남북분단이 길어지고 서로 왕래가 없어 언어 사용에 차이가 나타난다. 특히 북한 특수성으로 인해 쓰이는 용어가 있고, 함경도·황해도 등 지역어도 각기 차이가 존재한다”며 “일상생활에서 사용되는 용어는 이해가 가능한 수준이지만 전문용어는 그렇지 못하다”고 말했다.

그는 “남북 교류를 위해서는 사전 작업의 일환으로 전문용어 통합이 꼭 필요하다”며 “서로 다른 용어를 바로 잡음으로써 사업 추진의 효율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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