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증시 침체에도 국내 10개 증권사 매수 의견 87%
이슈 반영 없는 뜬구름 리포트 “매도 권유, 현실적으로 어려워”

지난 14일 오후 서울 명동 KEB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이날 증시가 표시돼 있다.사진=연합뉴스

투자자들에게 기업의 정보를 분석해서 제공하는 증권사 리포트가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국내 증권사의 리포트는 시장 악화와 오너 리스크, 관련주 하락에도 매수 의견이 대부분을 차지해 문제가 됐다.

현재 47개 국내외 증권사들은 리서치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리서치센터는 상장기업들의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해 투자자들에게 제공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글로벌 투자가 증가한 최근에는 거시경제 전망과 구글, 테슬라 등 글로벌 기업들에 대한 분석, 금융상품에 대한 분석까지 이어지면서 범위를 넓히고 있다.

문제는 국내 증권사의 매수 의견 비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것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리포트를 낸 국내 주요 10개 증권사의 평균 매수비율은 87.3%로 집계됐다. 중립(보유)은 12.5%에 그쳤고 매도는 0.2%에 불과했다. 사실상 매도 의견은 없는 셈이다.

가장 많이 매수 의견을 낸 곳은 키움증권으로 무려 96.3% 비율로 매수 리포트를 냈다. 중립은 3.2%, 매도는 0.5%에 불과했다. 메리츠종금증권도 매수 95.5%로 뒤를 이었다. 중립은 4.5%였고 매도 의견은 한 건도 없었다.

신한금융투자(95.0%), 하나금융투자(94.6%), 미래에셋대우(90.9%)도 매수 비율이 전체 평균을 넘기면서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반면 외국계 증권사의 평균 매수 비율은 58.7%로 국내 증권사에 비하면 현저히 낮았다. 중립은 28.7%, 매도 12.7%였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코스피가 2000선 아래로 떨어지는 등 증시가 불황에 빠졌지만 증권사는 매수 의견 일색인 리포터를 내 비판이 거세졌다.

매수 의견이 과도하다는 점은 과거부터 문제로 지적받았다.

2017년 금융감독원이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외국계를 포함한 증권사 46곳은 2014년 1월부터 2016년 10월까지 3년간 투자의견을 제시하는 보고서를 8만564건 냈다.

이 중 매도 의견을 낸 보고서는 전체의 2.4%(1904건)에 그쳤지만 매수 의견은 84.1%(6만7766건)에 달했다. 중립 의견은 13.5%(1만894건)를 차지했다.

특히 국내 증권사 18곳은 3년간 매도 의견을 단 한 차례도 내지 않았다.

이는 금융당국이 도입한 ‘투자의견 비율 공시제’와 ‘목표주가 괴리율 공시제’가 큰 효과를 내지 못함을 시사한다.

투자의견 비율 공시제는 2015년 5월부터 증권사가 투자의견을 매수, 중립(보유), 매도로 구분해 그 비율을 공시하도록 하는 제도다. 도입 초기에는 매수 추천 일색인 기업분석 관행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다.

목표주가 괴리율 공시제는 증권사 연구원들이 기업분석 보고서에 목표주가와 실제 주가의 차이를 표시하는 제도다. 증권사 리포트의 객관성을 높이고 투자자의 신뢰를 얻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됐다.

기업 관련 각종 이슈가 리포트에 반영되지 않기도 했다.

지난해 4월 발생한 삼성증권의 대규모 주식 배당 오류 사고 후 일주일간 삼성증권에 대해 리포트를 발행한 증권사는 케이프투자증권과 메리츠종금증권 두 곳에 그쳤다. 이들 보고서는 배당 오류 사건을 아예 언급하지 않거나 당국의 조치 가능성만 언급하는 내용만 담았다.

지난해 12월에도 삼성그룹 관련주가 하락세를 보였지만 국내 증권사 리포트는 매수 혹은 유지로 투자의견을 냈다. 4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예상을 하회할 전망이고 반도체 실적 부진도 이어지지만 예상보다 저평가돼있다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서는 기업의 부정적 이슈를 반영하거나 매도 의견 리포트를 내기는 쉽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외인 기준으로 우리나라 증권 시장이 크지 않기 때문에 세력이 들어오면 주가가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그런데 매도 리포트까지 나오면 시장 하락을 부추길 수 있다는 생각에 리포트 자체도 시장에서 반기지 않는다”며 매도 의견을 내기 어려운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기업과의 관계를 고려해 리포트를 작성하는 경우도 일정 부분 존재하기 때문에 매도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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