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역성장’ 속 피처폰 꾸준히 성장세
바나나폰·SKY폰 등 잇달아 출시…“스마트폰으로 넘어가는 과도기”

상반기 출시 예정인 스카이폰. 사진=착한텔레콤

차세대 스마트폰에 도입될 다양한 혁신기술이 대거 공개되는 가운데 피처폰, 일명 ‘폴더폰’이 조용히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은 사상 처음 역성장했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아지면서 기술이 상향 평준화됐고 소비자들의 이목을 사로잡을 만한 혁신이 부재하면서 시장은 정체 현상을 보였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와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작년 3분기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은 전년 대비 8.4% 감소한 3억6000만대로 집계됐다. 2017년 4분기 이후 4분기 연속 감소했다.

반면 피처폰은 꾸준히 성장세를 이었다. 같은 기준 피처폰은 1년 전보다 4% 성장한 1억1220만대가 출하됐다. 스마트폰 시장과는 반대로 4분기 연속 오름세를 나타냈다.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강세가 두드러진 국내에서도 피처폰은 꾸준히 일정한 이용자수를 유지하며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3월 피처폰 가입자수는 701만9159명으로 전체 휴대전화 가입자수(5640만1065명)의 12.4%를 차지했다. 10명 중 1명 이상이 피처폰을 이용하는 격이다.

피처폰은 최근 ‘워라밸’ 열풍을 타고 업무용과 개인용 휴대전화를 구분해 사용하는 직장인들 사이에서 ‘세컨폰’으로 각광받고 있다. 휴대전화의 단순 기능만 탑재한 탓에 수험생들에게도 인기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소비자들이 피처폰을 찾는 이유로 ▲전화·문자 등 주요 기능만 탑재 ▲손쉬운 조작 ▲스마트폰 대비 저렴한 가격 등을 꼽았다. 스마트폰 내 기능을 온전히 활용하지 못하거나 고가에 피로감을 느낀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킨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출시된 스마트폰의 혁신이 부재한 데다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가성비를 내세워 강세를 이어가면서 시장이 정체됐다”며 “그간 구형으로 인식됐던 피처폰의 특징이 스마트폰과 차별화되면서 틈새를 비집고 부상했다”고 말했다.

작년 11월 출시된 노키아 8114 4G(바나나폰). 사진=CJ헬로

올해부터는 가계 통신비 인하 등을 위한 정부의 자급제폰 활성화 정책이 본격 시행된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의 향수를 자극할만한 피처폰이 연내 지속 출시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 14일 휴대전화 유통업체 착한텔레콤은 팬택과 포괄적 협력 계약을 맺고 스카이(SKY) 브랜드 휴대전화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스카이폰은 2000년대 일부 마니아층을 형성할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끈 휴대전화 중 하나다.

착한텔레콤은 올 상반기 중 스카이 폴더폰과 스마트폰을 각각 1종씩 선보일 예정이다. 스마트폰은 20만~30만원대, 폴더폰은 10만원대에 출고가가 책정될 것으로 보인다.

박종일 착한텔레콤 대표는 “스카이 브랜드는 한국 모바일 산업에 있어서 중요한 자산이자 역사다”며 “통신유통 환경의 변화 및 단말기 자급제 시장의 확대가 스카이 휴대전화 복귀에 좋은 환경이라 판단해 팬택과 협력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보다 앞서 CJ헬로는 지난해 11월 노키아 ‘8114 4G’를 출시했다. 일명 ‘바나나폰’으로 불리는 해당 모델은 영화 ‘매트릭스’에서 키아누리브스가 사용한 것으로 익히 알려져 있다.

바나나폰의 출고가는 13만9700만원으로 단말지원금을 받으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4G LTE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고 WiFi와 테더링 연결 기능도 탑재됐다. 바나나폰은 출시 당일 폭발적인 인기로 품절사태까지 빚었다.

당시 CJ헬로 관계자는 “많은 모바일 이용자들이 지나치게 비싼 단말기에 대해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며 “고가의 스마트폰이 모바일 단말기 점유율을 높여가는 세태에서도 20% 내외의 이용자들은 꾸준히 피처폰을 이용하고 있다는 것에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폴더블·롤러블 등 신기술로 무장한 새로운 스마트폰과 불필요한 기능을 걷어내고 최소한의 기능만 갖춘 피처폰이 공존하는 해가 될 것으로 판단했다. 다만 이러한 현상은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넘어가는 일종의 과도기에 속하며 피처폰이 지속적인 상승세를 그리기는 힘들다는 견해다.

주민우 메리츠종금 연구원은 “피처폰 시장 규모가 계속해서 확대된다고 볼 수는 없을 것 같다”며 “새로운 모델이 출시되면 잠깐 소비자들로부터 인기를 얻을 순 있겠지만 꾸준히 신제품을 출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주 연구원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피처폰은 시간을 두고 서서히 시장에서 사라질 것으로 판단된다”며 “피처폰이 완전히 사라지더라도 그 특장점을 가진 대체재가 마련되지는 않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파이낸셜투데이 배수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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