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하원, 브렉시트 합의안 표결 ‘찬성 202, 반대 432’ 역대 최대 차이
기재부, 외교·통상·실물·금융 담당 부처와 ‘브렉시트 관련 대응회의’ 개최
이 차관 “노딜 브렉시트로 연결되는 것 아냐”…기업 피해 최소화 총력

영국 런던에서 열린 브렉시트 반대 시위.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영국 하원에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합의안이 부결된 것관 관련해 국제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영국 하원은 16일(한국시간) 새벽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준비한 브렉시트 합의한 승인 투표에서 찬성 202표, 반대 432표의 역대 최대 표 차이로 부결시켰다.

이에 정부는 이날 오전 기획재정부 이호승 제1차관 주재로 외교부, 산업통상자원부, 금융위원회, 관세청 등 외교·통상·실물·금융 이슈를 담당하는 관련 부처와 ‘브렉시트 관련 대응회의’를 열고 “이번 부결이 영국이 EU를 합의안 없이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영국 하원의 브렉시트 표결 부결에 따른 금융·경제 상황과 영향을 점검하고 ▲하원 표결 결과 및 전망 ▲브렉시트의 경제적 영향 및 대응 방안 ▲한·영 FTA 추진 계획 ▲금융시장 영향 및 대응 방안 ▲수출입 통관 관련 대응 방안 등 대응 방향이 논의됐다.

현재 영국 하원에는 메이 총리에 대한 불신임안이 제출돼 있다. 따라서 재신임 여부에 대한 표결 결과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는 입장이었다.

메이 총리는 재신임을 받을 경우 3개회일 이후인 오는 21일까지 브렉시트에 대한 플랜B를 제시할 예정이다. 이어 플랜B에 대한 하원 표결이 진행된다.

이 차관은 “향후 상황에 대해서도 EU와의 재협상, 제2국민투표, 조기 총선 등 여러 시나리오가 제기되고 있다”며 “영국과 EU가 노딜 브렉시트를 막기 위해 가능한 노력을 다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브렉시트가 부결됐지만 국제금융시장은 의외로 안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미국 뉴욕증시에서 다우사업은 0.7% 상승, 영국증시 0.6% 상승, 미 국채금리(10년물) 1bp(0.01%) 상승, 달러화 0.4% 상승, 유로화 0.6% 하락, 파운드화 0.1% 하락을 기록했다.

국내증시 역시 오후 3시 17분 현재 코스피 0.35%, 코스닥 0.37%, 코스피200 0.41% 상승을 기록 중이다.

하지만 정부는 영국 정부의 향후 계획, EU와의 협상 여부 등에 따라 국제금융시장 반응이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호승 기획재정부 1차관이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렉시트 대응회의'을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차관은 “가능성은 낮지만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될 경우에도 영국과의 무역 비중이 낮아 실물경제에 미치는 직접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영국·EU의 경기 둔화, 국제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등에 따라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기재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까지 한국의 영국 수출은 54억불(1.0%), 수입 62억불(1.3%)이었다.

정부는 영국과 거래하는 개별 수출입 기업들의 경우에는 관세율 변동 등 불확실성에 직면할 수 있어 노딜 브렉시트 등 최악의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필요한 조치를 선제적으로 취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관계 부처 합동 점검반을 통해 브렉시트 진행 상황과 국내외 금융시장·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해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또 국내 외환·금융시장 변동성이 지나치게 확대될 경우에는 컨틴전시 플랜에 따라 필요한 시장 안정조치를 신속하게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특히 한국 기업의 피해 대책과 관련해서는 한·영 FTA 조기 체결을 위해 실무협의 등 사전 준비작업을 신속히 진행하고 한·EU FTA상 관세 혜택 유지를 위한 대응 방안도 영국과 긴밀히 협의할 예정이다.

또한 금융회사 등 영국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영업에 미치는 영향도 사전에 파악해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수출입 통관 등 기업 애로사항 해소를 위해 전담 창구 운영(세관·무협·코트라·영국 공관)과 가이드라인 발간, 설명회 개최 등 기업에 대한 안내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주재로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고 한·영 FTA 추진 방안 등 구체적인 대책을 담은 ‘브렉시트 대응방안’도 논의된다.

이 차관은 “브렉시트의 영향은 영국과 교역하는 다수의 국가가 직면한 공통의 문제”라며 “영국도 교역·투자의 연속성 확보를 위해 신속하고 진지한 노력을 강화하고 있어 협의가 원만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강창우 기자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