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봇·자율주행카트 등 다양한 시도, 단순 체험용에 불과
하반기 자율주행 배송 도입…“한국 주거형태 맞는 대안 필요”

스마트 카트 일라이. 사진=이마트

이마트가 자율주행 배송서비스 도입을 예고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실효성 없는 ‘보여주기’식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마트는 자율주행차 소프트웨어 기업인 토르드라이브와 지난해 12월 계약을 맺고 빠르면 올 하반기 근거리 배송서비스 테스트를 진행한다. 해당 서비스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매한 상품을 자율주행 차량을 이용해 집 앞으로 당일 배송하는 방식이다.

앞서 이마트는 자율주행카트와 인공지능로봇 기능 도입으로 오프라인 대형마트의 미래를 선도했다. 지난해 선보인 ‘일라이’는 고객인식·안내·결제 등의 기능을 갖춘 스마트 카트다. ‘트로이’는 인공지능을 탑재한 고객안내 로봇으로 두 제품 모두 자율주행이 가능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출시 당시 소비자들은 해당 제품을 통해 보다 편리한 쇼핑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일라이는 지난해 4월 시범운영을 마친 뒤 현재는 사용하지 않고 있다. 트로이는 직접 움직이며 고객을 안내할 목적이었으나 이마트 의왕점 매장 입구에 세워져있는 상태다. 해당 서비스를 이용할 목적으로 방문한 소비자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셈이다.

소비자 A(30)씨는 “인공지능 로봇 트로이가 매장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쇼핑 궁금증을 해결해줄 것을 기대했다”며 “막상 의왕점을 방문하니 트로이는 마트 입구에 세워져 움직이지 않았다. 기존과 마찬가지로 근처 직원을 찾아 상품 위치 등을 문의해야 했다”고 실망감을 내비쳤다.

이어 “특히 자율주행카트 일라이는 무거운 짐을 싣고 쇼핑하기 편리할 것으로 기대했는데 실제로는 사용할 수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이마트 관계자에 따르면 일라이는 시연용 모델로 상용화 계획이 없다. 이 관계자는 “소비자 안전과 쇼핑 편의성 등을 고려해 트로이의 자율주행 기능은 사용하지 않는다”며 “트로이의 핵심 기능은 큰 터치스크린과 인공지능을 활용한 고객 안내다”고 설명했다.

인공지능 로봇 트로이. 사진=이마트

지난해 선보인 기술이 모두 시연용·체험용에 그친 가운데 잇달아 자율주행 배송서비스 도입에 나서자 일각에서는 또다시 보여주기식 서비스가 되는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소비자 B(35)씨는 “스마트 쇼핑 환경을 제공한다고 하지만 실제 이용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앞서 공개한 기술도 체험용이었는데 자율주행 배송서비스도 상용화 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의 한 유통업체는 자율주행 배송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배송 차량이 도착하면 소비자가 직접 차 문을 열고 물건을 가져가는 방식이다. 이마트에서 예고한 자율주행 배송서비스가 도입될 경우 소비자들은 무거운 짐을 직접 차로 옮기는 번거로움을 겪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아파트 거주자 비율이 높은 한국에서 자율주행차를 이용한 ‘집 앞 배송’은 실현가능성이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아파트 거주자의 경우 입구까지 내려와 물건을 받아가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 문 앞까지 가져다주는 현재의 배달시스템보다도 편리성이 떨어진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한국 주거형태를 고려했을 때 자율주행 배송서비스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실효성 있는 서비스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자율주행차로 운반된 택배를 한곳에 모으는 집합장소가 필요하다. 또한 개개인의 택배를 문 앞까지 올려다 줄 수 있는 연계 시스템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교수에 따르면 기술 한계에 따른 안전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그는 “특히 폭우·폭설·먼지 등 기상 상태 악화 시 감지가 어려워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완전 자동화 수준의 시범테스트가 이뤄지기까지 5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마트 관계자는 “토르 드라이브와 계약만 체결한 상태로 구체적 내용은 확정되지 않았다. 완전 자동화는 아니고 사람이 함께 탑승하는 형태가 될 것 같다”며 “현재 시범운행을 위한 준비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민희 기자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