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활력 위한 기업의 쓴소리·건의·사회적 책임 등 경청…자유로운 토론 진행
대기업, 중견기업, 지방상의 회장단 등 한국 대표기업인 130여 명 참석
최태원·정의선·이재용 등 사회적 경제, 미세먼지, 일자리 창출 “약속 지킬 것”

최태원 SK 회장이 15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9년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대기업과 중견기업인들을 향해 좋은 일자리와 상생·협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기업 오너들이 사회적 기업, 미세먼지 해결, 일자리 창출, 개혁을 비롯해 ‘함께 잘사는 나라’ 등 진보적인 발언을 쏟아내 눈길을 끌었다.

문 대통령은 15일 오후 2시부터 4까지 120분간 청와대 영빈관에서 국내 대기업, 중견기업인 130여 명을 초청한 자리에서 시나리오 없이 기업인들과 토론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열린 ‘2019 기업인과의 대화’는 신년부터 이어오고 있는 문 대통령 경제 행보의 일환이다. 지난 7일에는 ‘중소·벤처기업인과의 대화’가 진행된 바 있다.

청와대는 “이날 행사에는 대한상공회의소가 추천한 대기업 대표 22명, 업종을 대표하는 중견기업인 39명, 대한상의 및 지역상공회의소 회장단 67명 등 총 130여 명의 기업인이 참석했다”고 밝혔다.

대기업 대표들은 문 대통령과 정부를 향해 쓴소리와 조언을 비롯해 기업의 책임 등에 대해 발언했다.

특히 최태원 SK 회장은 “혁신성장을 하기 위한 기본 전제는 실패에 대한 용납”이라며 “혁신은 실패를 먹고 자라는데 이것을 용납하는 법을 적용하거나 규제를 완화하시거나 기본적인 철학적인 배경이 ‘실패를 해도 좋다’라는 생각을 가져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혁신성장이 산업화가 되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이 비용이 감소되는 환경을 함께 만들어야 하고 최고의 인력이 접근할 수 있어야 가능하다는 입장이었다.

최 회장은 “최고의 인재를 길러내는 백업들이 없으면 혁신성장에 의해서 일자리가 충분히 창출되는 열매까지 거두기에는 꽤 어려운 문제가 있다”며 “유럽은 고용창출의 6.5%를 사회적 경제에서 내고 있다. 대한민국은 협동조합과 모든 걸 다 포함하더라도 1.4%에 불과하다. 정부와 기업이 힘을 합해서 이 부분에 힘을 쏟으면 혁신성장에 또 다른 부분이 사회적 경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사회적 경제는 양극화 해소, 일자리를 비롯해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해 사회적 경제조직이 협력과 연대를 바탕으로 사업체를 통해 수행하는 모든 경제적 활동을 가리킨다.

최 회장은 “사회적 경제를 많이 일으키면 사회적기업은 고용창출에도 상당한 효과가 있다”면서도 “사회적기업과 관련된 법들이 진행이 안 되고 있다. 구상이나 이런 것을 알면 도움이 되겠다”고 말했다.

사회적기업, 사회적 경제에 대한 부분은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돼 있는 중요 과제다. 하지만 사회적경제기본법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법이 통과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 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정부가 올해 R&D 예산을 20조원 이상 확보했다. 단기에 성공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위주로 가고 있는데 실패할 수 있는 장기적 과제에 대해서도 과감하게 R&D 자금을 배분해서 실패를 통해서 발전해 나갈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각별히 관심을 갖기 바란다”고 말했다.

유영민 과기부 장관은 “정부는 작년에 R&D 과제의 기획, 선정, 평가, 보상에 대한 프로세스와 법을 바꾼 바 있다. 현장에 빨리 정착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15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9년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곽재선 KG그룹 회장은 “혁신성장에는 창의가 중요하다. 우리나라 법과 제도는 ‘무엇이 되고 다른 것은 안 된다’는 포지티브 방식이어서 창의성을 갖기 어렵다. 이것을 ‘무엇은 안 된다’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꾸고 그 외의 것은 다 된다로 바꿔야 창의성이 생긴다”고 주장했다.

이어 곽 회장은 “우리나라 공직자가 소신 있게 못하는 것은 감사원의 정책감사 때문이다. 나중에 문제 되지 않게 하려고 적극적으로 안 한다”면서 “독일, 미국 등은 정책감사 없이 회계감사만 한다. 공무원들이 유연성 있게 상황을 판단할 수 있도록 대통령님께서 관심을 가져 달라”고 건의했다.

문 대통령은 “규제를 네거티브 체계로 바꿔야 된다는 것은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며 “이번에 규제 샌드박스가 시행되면 해당 지역에서는 제한적으로 그 실험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경과를 봐서 최대한 규제 체계를 바꿔 나가는 데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정책감사에 대해 문 대통령은 “공무원의 적극적인 행정에 대해서는 면책해 주겠다는 적극행정면책제도 부분은 이미 감사원에서 천명한 바 있다”며 “실행 안 되는 부분은 감사원에 협조를 구하고 적극행정을 장려해 나가는 행정 문화까지 만들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은 “현대차는 내년 202만 대 수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마국 무역확장법 232조 등 관세·통상 관련 문제가 잘 해결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산업부와 외교부 그리고 현대차도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노력 중이고 잘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협력사와의 상생을 강조한 정 부회장은 “최근 발표된 ‘정부의 자동차 부품업계 활력 제고 방안’ 등은 매우 감사한 일이다”며 “(현대차도) 협력사들에 1조7000억 원을 지원해 협력사들과의 생태계를 만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 부회장은 “대기·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하다. 전기·수소차 등에 향후 4년간 5조 원을 투자하고 몽골의 2700만 평 부지에 나무를 심는 사업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수소 자동차·버스 등은 미세먼지를 정화하는 기능까지 있으니 효과적이고 조림협력사업 등도 좋은 대책”이라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작년 하반기부터 수출이 부진하면서 국민에게 걱정을 드린 점 송구하게 생각한다. 저희가 자만하지 않았나 성찰도 필요할 것 같다”며 “설비와 기술, 투자 등 노력해 내년 이런 자리가 마련되면 당당하게 성과를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하겠다. 숙제라고 말씀드린 ‘일자리 3년간 4만 명’은 꼭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 부회장은 “고용부와 과기정통부에서 석박사, ICT, AI 인력 양성 지원하겠다 말씀해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차세대 반도체 등으로 미래산업 창출되면 행사장에 걸린 캐치프레이즈 ‘기업이 커가는 나라’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며 “첨단산업뿐 아니라 전통산업도 체질 개선할 수 있도록 선도해 가겠다. 정부도 좀 더 기업 의견을 경청해 주면 기업도 신바람 나게 일해 ‘함께 잘사는 나라’가 될 것이라 믿는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9년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는 지속적으로 규제혁신 의지를 피력하고 여당과 노력해왔다. 기업 입장에서 속도에 아쉬움 있을 수 있다. 규제혁신 부분은 대한상의와 정부가 TF를 구성해 성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며 “기업들이 신바람나게 일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기업에 대해서는 투자와 혁신에 관심을 가져 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기업은 경제적 과제와 함께 사회적 가치에 관심을 가져 사회적 경제기본법과 사회적 가치기본법이 통과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갖고 마음을 모아 달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첫째, 좋은 일자리, 둘째, 상생과 협력이다. 정부와 기업은 그동안 많은 어려움을 돌파한 저력을 발휘해 어려움을 돌파해 나가자”고 밝혔다.

한편 문 대통령은 신한울 원전에 대해 “현재 5기 원전 건설 중이다. 3기는 2022년까지 준공 예정이다. 그 이후에도 2기가 더 준공된다”며 “에너지 정책 전환의 흐름이 중단되지는 않지만 기술력, 국제경쟁력 떨어지지 않도록 이 분야에 대한 지원을 계속할 것이고 기자재, 부품업체의 어려움을 정부가 귀기울이고 지원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남북경협에 대해 문 대통령은 “국제 제재가 풀려야 가능하다. 제재가 풀리게 되면 북한에 인프라 투자, 경제협력 등에서 중국과 치열한 경쟁을 하게 돼 우위를 점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제재가 풀리기 전에라도 조사연구를 선행하고 표준화 등 제재에 해당되지 않는 범위의 준비 작업이 선행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투데이 강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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