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원료 물질 개발·유통, 제조·판매 등 혐의
가습기넷, SK케미칼·애경산업 전현직 대표 고발
CMIT/MIT 인체 유해성 확인…검찰 재수사 본격 돌입

애경산업과 이마트. 사진=연합뉴스

검찰이 가습기 살균제 원료 물질을 개발·유통시킨 SK케미칼(현 SK디스커버리)을 비롯해 애경산업, 이마트 본사 등을 압수수색했다.

15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권순정 부장검사)는 이날 검사와 수사관들을 보내 가습기 살균제 원료 등 제품 정보와 판매자료 등을 확보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11월 27일 오전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이하 가습기넷)는 이들 업체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가습기넷에 따르면 SK케미칼은 가습기 살균제 대참사의 원흉이고 애경산업은 가습기 살균제 원료로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 및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을 사용해 ‘가습기메이트’를 제조·유통시켜 많은 국민들을 죽거나 다치게 만들었지만 처벌은커녕 수사조차 받지 않았다며 전·현직 임직원들을 2016년에 이어 두 번째 고발했다.

이마트는 이 제품을 유통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자인 고발인 5명 중에는 2006년 가습기메이트를 사용해 발병 3개월 만에 당시 만 2세의 나이로 사망한 여아 규은 양의 아버지 이재용 씨와 폐섬유화 및 천식 환자인 만 13세 여아의 어머니 손수연 씨 등이 포함됐다.

또한 2008년 가습기메이트를 비롯한 이마트 PB 제품과 옥시 제품들을 사용한 뒤 2009년부터 급발작성 중증 천식과 저감마글로불린혈증, 쿠싱병, 근무력증 등 각종 난치병으로 앓고 있어 산소호흡기와 휠체어에 의지해야 하는 조순미 씨와 가습기메이트와 옥시 제품을 2:8 비율로 사용해 자신과 가족들이 피해를 입은 김기태 씨 그리고 가습기넷 공동운영위원장인 김기태 변호사 등도 고발에 동참했다.

고발인들은 SK케미칼의 최창원, 김철 대표들과 2016년 고발 때 확인하지 못했던 전직 대표들을 더해 모두 7명을 고발했다. 또 1995년부터 지난해까지 대표를 맡았던 애경산업의 안용찬 전 대표와 전·현직 대표 7명을 고발했다.

따라서 이번 검찰의 압수수색으로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에 대한 수사는 본격 재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이 15일 SK케미칼 등을 압수수색했다. 사진=연합뉴스

2014년부터 조사가 진행된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에 대해 가습기넷은 “피해자 6210명 중 1359명이 사망했고 생존 피해자가 4851명에 이르는 대참사로 기록됐다”며 “아직도 피해자 수가 늘고 있어 ‘진행 중인 국가 재난’으로 규정한다”고 밝혔다.

또한 가습기넷은 “제품의 치명적 독성을 알고도 연구 용역과 온갖 증거들을 조작·은폐하며 가장 많은 피해자를 낳은 옥시레킷벤키저와 롯데마트, 세퓨 등 일부 가해 업체의 책임자와 관련자 가운데 일부만이 기소돼 처벌 받고 있을 뿐이다”며 “참사의 원인이 드러난 지 5년 만인 2016년에야 이뤄진 늑장수사였다”고 강력 비판했다.

이에 피해자들은 2016년 2~3월에 SK케미칼, 애경산업, 이마트 등의 임원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또 같은 해 6월에는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과 진정서 제출 등을 제출했고 8월에도 고발장을 제출한 바 있다.

가습기넷은 “당시 검찰이 전혀 수사하지 않았고 이는 이 기업들에 면죄부가 되고 말았다”며 “검찰과 공정거래위원회 등은 CMIT/MIT 제품의 인체 유해성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핑계를 댔다”고 말했다.

수사가 더뎠지만 검찰은 유해성이 인정된 옥시에 대해서는 사망자 73명 등 181명의 피해자를 발생시킨 혐의로 신현우 전 옥시레킷벤키저 대표를 업무상과실치사 등으로 기소해 지난해 1월 징역 6년을 선고 받게 했다. 하지만 CMIT/MIT 제품의 유해성이 확인되지 않아 수사를 중단시켰다.

이때 SK케미칼은 일부 특정 피해자들만 골라 비공식 배상을 제안하는 등 입막음에 급급하는 모습으로 일관해 공분을 샀다.

이후 지난해 2월 CMIT/MIT의 인체 유해성이 확인됐고 국정조사로 진상규명에 나섰지만 정부와 기업의 책임을 밝히지 못한 채 특위 연장이 무산됐다. 하지만 11월 환경부가 연구자료를 검찰에 제출하면서 수사 재개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에 가습기넷은 SK케미칼은 1994년 세계 최초로 가습기 살균제 원료 물질을 개발한 뒤 완제품을 제조·판매했고 애경산업은 인체 유독성 검증도 하지 않고 제품을 팔아 막대한 이익을 챙겼다며 전·현직 대표들을 업무상과실·중과실 치사상 혐의로 고발했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투데이 강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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