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내 직원식당, 자사 신용카드·현금으로만 결제 가능
부당지원 지적에 ‘모르쇠’ 일관
공정위 “검토해볼 필요있다”
직원 절반만 식사해도 매월 매출 10억 이상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사진=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그룹이 직원식당 및 자사 신용카드 등을 활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계열사를 부당지원하고 있는 정황이 포착됐다.

현대백화점 내 직원식당은 그룹 계열사인 현대그린푸드가 도맡아 운영하고 있다. 직원들은 명찰 바코드를 결제기(POS)에 인식하고 현대백화점에서 발급하는 신용카드나 현금을 충전해 식사를 해결한다. 일반 신용카드와 체크카드로는 결제가 불가능하다.

처음부터 타사 카드 이용이 제한됐던 것은 아니다. 2016년 1월 포스 시스템이 수정되면서 일괄적으로 현대백화점 신용카드를 이용하도록 변경됐다.

해당 카드는 백화점 자체에서 발급하는 자사 전용 신용카드다. 타 카드사를 끼지 않고 이처럼 신용카드를 발급해 운영하는 곳은 현대백화점이 유일하다.

시스템이 개편되면서 현대백화점 측은 백화점 내 입점한 협력사 직원들의 입사교육 시 해당 신용카드 발급 신청서를 나눠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용카드 발급은 선택사항이지만 해당 카드가 없으면 직원식당 이용이 불편하니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발급하는 직원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서 근무하고 있는 협력사 직원 A(29) 씨는 “몇 년 전 시스템이 개편되면서 현대백화점 신용카드가 아니면 결제가 되지 않았다”며 “현대백화점 신용카드를 따로 신청하지 않았는데 가끔 명찰에 잔액이 부족하면 인근 ATM기에서 현금을 인출해 충전하고 식사를 해야 한다. 상당히 번거롭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 디큐브시티점에서 일하는 B(25) 씨는 “식사를 수월하게 해결하려면 현대백화점 신용카드를 필수적으로 소지해야 한다”며 “저렴한 가격에 식사를 할 수 있어서 좋은 점도 있지만 다른 카드 사용을 차단하고 자사 신용카드만 허용한 것은 부당하다”고 털어놨다.

이어 “전처럼 모든 카드 사용이 가능하도록 다시 변경되면 좋겠다”며 “기존 더 편리한 방식을 버리고 이렇게 시스템을 개편한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처럼 직원들의 불만이 거센데도 백화점에서 시스템을 바꾼 것은 내부거래를 통해 타 카드사로 유출되는 수수료를 줄이고 매출을 고스란히 챙기려는 속셈으로 풀이된다.

일반 신용카드로 결제할 경우 2017년 매출 기준 지난해 일반가맹점 카드 결제 수수료율은 평균 2.1% 정도다. 하지만 현대백화점의 경우 자사 신용카드를 발급해 운영하므로 카드 결제 시 수수료가 발생하지 않는다.

현재 전국 현대백화점과 현대아웃렛은 각각 15개, 5개 점포가 운영 중이다. 각 지점별 근무하는 직원은 약 1000~1500명에 이른다.

현대그린푸드 직원식당의 한 끼 식사비용은 2900원이다. 한 점포당 매일 절반 정도의 인원(일 625명 기준)이 식사할 경우, 30일 동안 발생하는 매출은 약 5000만원 이상이다. 이를 전 지점으로 확대하면 매달 1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셈이다.

현대백화점이 자사 신용카드를 통해 현대그린푸드를 이용하도록 한 행위는 내부거래라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하다. 일방적으로 타 카드사의 카드 결제를 거부하고 있다면 ‘정당한 이유 없이 비계열사와의 거래를 기피하는 거래거절’에 해당될 수 있다. 이는 부당 내부거래이며 위법행위로 간주된다.

이와 관련해 현대백화점 측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현대백화점 신용카드는 연회비가 없고 혜택이 많은 카드라 직원들이 발급받는다고 하더라도 피해를 보는 부분이 없다”며 “개인 명찰 역시 현대백화점 모바일카드(H-Wallet) 앱이나 현금으로 충전할 수 있기 때문에 불편한 점은 없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직원식당은 복지 차원에서 운영하는 것으로 식자재 인상 등을 모두 감안하고 품질을 높이기 위해 시행하고 있는 부분이다”며 말을 아꼈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2015년까지 모든 카드 결제가 가능했지만 2016년부터 일반 체크·신용카드 결제를 차단하고 현대백화점 신용카드만을 사용할 수 있도록 바꾼 이유를 면밀하게 검토해 봐야한다”며 “현대그린푸드 직원식당의 매출 규모와 카드업계로 미치는 영향 등을 파악해야 정확한 판단이 가능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제갈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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