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탁·박준호, 굴뚝 농성 마치고 땅으로 내려와…해단식 열려
6차 교섭에서 20시간 넘는 밤샘 협의, 3년 고용보장 극적 타결
노조 “연대로 만든 파인텍 투쟁 타결, 남은 것은 합의 지키는 것”

파인텍 노동자 홍기탁(오른쪽), 박준호 씨가 11일 서울 목동에서 굴뚝 농성을 마치고 땅으로 내려왔다. 사진=연합뉴스

파인텍 노동자인 홍기탁, 박준호 씨가 426일 만에 굴뚝 농성을 마치고 땅을 밟았다.

전국금속노동조합은 11일 “파인텍이 타결됐다. 지난 1년간 너무나도 듣고 싶었던 말이다”며 이같이 밝혔다.

파인텍 노사는 11일 오전 서울 양천구 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서 김세권 파인텍 대표이사 내정자와 차광호 금속노조 파인텍지부 회장의 극적 합의로 426일 동안의 농성에 마침표를 찍었다.

노사 간 합의로 이날 서울 양천구 서울에너지공사 앞에서는 ‘파인텍 교섭보고 및 굴뚝 농성 해단식’이 열렸다.

또한 119구조대원들은 홍기탁·박준호 씨를 구조하기 위해 로프를 이용해 75m 높이의 굴뚝으로 올라가 두 사람이 안전하게 땅으로 내려오도록 도왔다.

두 사람은 2017년 11월 12일 공장 정상화를 비롯한 합의 이행을 촉구하며 목동에 있는 열병합발전소 굴뚝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2010년 폴리에스테르섬유 원사를 생산하는 섬유가공업체인 한국합섬을 인수한 파인텍 모 회사인 스타플렉스가 2013년 공장 가동을 전면 중단한 뒤 2016년 1월 파인텍을 설립해 재가동했지만 노사 간 임금 협상으로 충돌하며 가동이 중단된 것이 원인이었다.

두 사람은 지난해 3월 서울남부지법 ‘퇴거 단행 가처분’ 인용으로 하루 50만원의 이행 강제금을 부과 받았고 지난해 농성 409일째였던 12월 25일에는 굴뚝 농성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올해 들어서는 6일부터 단식농성에 돌입해 건강 이상이 우려됐지만 세계 최장기간인 426일 굴뚝 농성을 멈추지 않고 이날 극적 타결의 동력을 제공했다.

차광호 금속노조 파인텍지회장(왼쪽)과 김세권 파인텍 대표 내정자가 11일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에 노사는 10일부터 시작된 6차 교섭에서 20시간 넘는 밤샘 협의 끝에 김 대표 경영과 고용을 책임지고 노조는 3년 고용보장을 수용하면서 극적 타결에 성공했다.

노조는 “초인적인 투쟁을 전개했지만 그들은 초인이 아니다”며 “굴뚝 위에서 4계절을 보낸 두 동지의 안전한 귀환과 건강 회복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조는 “기쁜 소식 앞에서 우리는 마냥 기뻐할 수도 섣불리 실망할 수도 없다”며 “합의는 끝이자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합의안에는 노사 모두 합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할 것을 명시했지만 약속을 지키는 일이 남아 있다는 입장이었다.

노조는 “김 대표가 얼마나 진실되게 합의를 이행할 것인가가 중요하다”며 “이 정도의 합의를 만들기 위해 노동자는 400일이 넘게 굴뚝 위에 올라가 있어야 하는지 서글픈 마음을 감출 수 없지만 파인텍의 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노조는 “사회적 무관심이라는 감옥에 갇혀 힘겹게 싸우고 있는 노동자와 사업장이 우리 주변에는 너무도 많다”며 “언론이 조금만이라도 전국의 장기투쟁사업장 노동자들을 비춰준다면 이들에게는 너무나도 큰 보탬이 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강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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