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10명 중 1명이 치매
치매보험 관심·수요 확대…보험사들, 경증치매 보상 상품 내놔
높은 환급률 내세워 ‘불완전판매’ 우려도

사진=연합뉴스

치매는 정상적으로 성숙한 뇌가 후천적인 외상이나 질병 등 외인에 의해서 기질적으로 손상돼 전반적으로 기억력, 언어능력, 시공간능력, 전두엽기능 등의 인지기능과 이상행동증상이 동반되는 복합적인 질환을 지칭한다.

노인들이 가장 걸리기 싫어하는 병으로 알려져 있지만 우리나라의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됨에 따라 치매환자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중앙치매센터의 ‘대한민국 치매현황 2017’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인구 678만1159명 중 66만1707명이 치매환자일 것으로 추정됐다. 노인 인구 10명 중 1명은 치매인 셈이다.

또 치매환자 1인당 연간 관리비용은 2054만원으로 추정됐으며 국가치매관리비용은 13조6000억원으로 GDP의 약 0.8%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런 추세에 정부도 국민들의 부담과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치매국가책임제’를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돌봄과 의료비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정부는 이를 위해 치매지원체계를 구축할 계획(보건복지부, 2017.9.18)이라고 밝힌 바 있다.

치매 국가책임제는 국가가 치매에 대한 조기진단과 예방부터 상담·사례관리, 의료지원까지 포함해 종합적으로 치매를 지원하는 체계를 말한다.

최근에는 보험회사들도 치매보험에 대한 관심과 치매에 대비하려는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중증치매 뿐만 아니라 경도치매상태를 보장하는 상품을 개발했다.

경도치매상태란 CDR척도검사 결과가 1점에 해당하는 상태로 현재 국내 치매환자의 85%는 중증이 아닌 전단계인 경증치매 상태로 분류된다. 대부분의 치매환자가 경증치매임을 감안해 보험사들이 보장 범위를 확대한 치매보험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시장의 반응은 좋았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대해상은 지난해 11월 ‘간단하고 편리한 치매보험’을 판매해 보름 동안 약 1만1000명의 가입자를 모았다. 메리츠화재도 지난해 같은 달 ‘간편한 치매간병보험’ 판매를 시작해 5일 만에 가입자가 5000명이 넘을 정도로 높은 인기를 끌었다.

이들 상품은 간병과 치매를 한꺼번에 보장하고 경증치매까지 보장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보험금 지급확률이 그만큼 높은 셈이다.

생명보험업계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흥국생명, DB생명에 이어 올해 한화생명이 치매보험을 선보였다. 대형 생명보험사 가운데 경증치매까지 진단비를 보장하는 상품은 처음이다. 삼성생명과 교보생명도 가까운 시일 내 비슷한 구조의 치매보험 출시를 예고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6월 서울시 국민건강보험 서울요양원에서 열린 '치매, 이제 국가가 책임지겠습니다' 행사를 마친 뒤 행사장을 떠나며 어르신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치매보험의 대표적인 보장 담보를 살펴보면 중증치매진단비, 경증이상치매진단비, 중증치매간병자금 담보 등이 있다.

중증치매진단비는 중증치매로 진단 확정되고 90일 이상 중증치매 상태가 계속됐을 때 보험가입금액을 최초 1회에 한해 지급한다.

경증이상치매진단비는 경증이상치매로 진단 확정되고 90일 이상 경증치매 상태가 계속됐을 때 보험가입금액을 최초 1회에 한해 지급한다.

중증치매간병자금은 치매로 진단 확정되고 90일 이상 중증치매 상태가 계속됐을 때 보험가입금액을 매월 3~5년간 최초 1회에 한해 확정 지급한다.

업계 일각에서는 치매보험의 인기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치아보험 시장 상황과 비슷한 양상을 나타내지 않을까 우려했다. 작년에도 중소형 보험사들이 주로 취급하던 치아보험에 연초부터 대형 보험사들이 뛰어들었고 과도한 수수료 책정과 한도 인상 경쟁을 시작하면서 치아보험 시장은 급격히 커졌다.

하지만 치아보험의 인기는 금새 사그라들었다. 손해보험사의 경우 1분기에만 계약이 50% 이상 몰렸고 그 이후에는 가입률이 저조해지면서 출시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시장에서의 인기가 시들해졌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먹거리를 고민하고 다양한 상품 개발을 하고 있지만 시장이 워낙 포화상태에 있다”면서 “치매보험도 치아보험처럼 단기 매출용에 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과열 경쟁에 따른 부작용도 우려된다. 보험회사들이 더 많은 가입자를 받기 위해 무리하게 가입기준을 완화시키는 것은 당장 가입자 입장에서는 좋을 수 있지만 이는 손해율 상승으로 이어지고 결국 보험료 상승의 요인이 될 수 있어 그 피해가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악순환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불완전판매에 따른 민원도 문제다. 일부 설계사들이 보장성보험인 치매보험을 은행 예·적금보다 높은 이율을 적용하는 상품이라고 강조하는 ‘영업화법’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들 치매보험에 적용되는 최저보증 이율은 연 2.0~2.3%로 수준으로 은행 정기예금 금리보다 높고 이자에 이자가 붙는 ‘복리’ 방식은 장점이지만 이 점을 일부 설계사들이 치매보장 뿐만 아니라 은행 예금보다 더 높은 금리가 적용되는 복리 저축보험인 것처럼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치매보험은 보장성보험이기 때문에 초기에 설계사 수수료가 많이 나가는 구조로서 가입 후 20년 이상 보험료를 납입해야 납입보험료 이상을 돌려받을 수 있다고 보험업계 관계자는 설명했다.

만기환급금은 실제 해지 시 공시이율을 적용하기 때문에 향후 보장성 공시이율이 변동되면 해지로 인한 초기 가입 시 설명했던 환급금액과 달라질 수도 있다.

또 비교적 최근 출시된 치매보험의 무해지환급형은 보험료 납입기간이 끝나면 낸 돈보다 더 많은 환급금을 주도록 만들어졌다. 중도 해지한 사람들에게 주지 않은 환급금을 유지한 사람끼리 나눠 갖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령 가입자가 많은 치매보험의 특성상 납입 지속성이 떨어질 수 있고 보험료 부담으로 인해 중도해지가 발생하면 해지환급금과 치매보장 모두 포기해야 하기 때문에 민원이 많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종로구 경운동 서울노인복지센터에서 열린 치매 어르신 위한 기억다방에서 어르신들이 기억력테스트와 치매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보험업계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유지해야 하는 상품인 치매보험은 불완전판매로 인한 중도해지 등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며 “납입기간 중에는 해지환급금이 내가 낸 보험료보다 적거나 없을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하고 가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험연구원 관계자도 “고령화로 경증치매환자가 빠르게 증가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보험회사가 공적사회보장제도를 보완하는 치매보험 상품 공급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면서도 “과거 암 발생률 급증으로 보험회사가 암보험 상품 판매를 중단한 사례에서 보듯이 지나친 상품 경쟁으로 고위험 치매상품 개발, 손실 발생, 그리고 판매 중단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실현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이진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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