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IPO 규모, 5년만 최저…1조원 넘는 기업 無
카카오게임즈·현대오일뱅크 등 상장 재추진 기대↑
올해 시장 ‘상저하고’ 전망…“규모 최대 10조원 이를 것”

여의도 증권가.사진=연합뉴스

지난해 하반기 증시 부진으로 지난해 기업공개(IPO) 시장이 쪼그라들었지만 올해 IPO 시장이 되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해 상장을 미룬 기업을 포함한 대어급 기업들이 IPO를 추진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와 컨설팅 업체인 IR큐더스에 따르면 지난해 IPO 시장에 신규 상장한 기업의 수는 유가증권 9개사, 코스닥 70개사 등 총 79개로 집계됐다. 전년(62개사) 대비 27% 늘어난 셈이다.

지난해 1월 정부가 발표한 ‘코스닥시장 활성화를 통한 자본시장 혁신방안’의 영향으로 신규 상장 기업 수가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금융위원회는 코스닥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목적으로 상장 요건을 개편해 진입 문턱을 낮췄다.

반면 공모 규모는 큰 폭으로 줄었다. 지난해 총 공모 규모는 2조8198억원으로 전년 대비(7조8188억)보다 63.94% 감소했다. 이는 2013년 1조3000억원을 기록한 이후 최저치다.

1조원을 넘는 대어급 기업도 없었다. 지난해 상장한 기업 중 가장 규모가 큰 애경산업도 공모 규모는 1979억원에 불과했다. 2017년 1조원을 넘는 기업에 넷마블게임즈(2조6617억원), 아이엔지생명(1조1055억원), 셀트리온헬스케어(1조87억원) 등 3곳이었던 것과 대조됐다.

하반기 증시가 악화되면서 투자심리도 얼어붙었다. SK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상장한 총 77개 기업 중 공모가 대비 상승해 2018년을 마감한 기업은 약 37%에 불과했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증시가 대내외적인 악재를 맞으며 침체 국면으로 접어든 탓도 있지만 코스닥 벤처펀드 출시 이후 IPO 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과도한 수요예측 경쟁이 빚은 공모가 고평가 논란이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올해에는 IPO 시장이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다. 대어급 기업들의 상장 재도전이 줄줄이 포진돼 있기 때문이다.

이랜드리테일도 지난해 말 거래소에 코스피 상장 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본격적인 IPO 절차에 돌입했다. 한국투자증권과 KB증권이 대표 주관을 맡았으며 기업 가치는 최대 2조원 수준으로 기대된다.

교보생명도 지난해 11월 정기이사회에서 IPO 추진을 결의했다. 상장 추진은 1958년 창립 이후 60여 년 만이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지난 2일 신년사를 통해 “IPO는 제2의 창사라고 할 정도로 향후 회사의 성장과 발전에 있어 획기적 변곡점이 될 것이다”며 “IPO를 통해 자본시장에서 국내외 투자자들로부터 원활하게 자본을 조달해 미래 성장을 위한 분야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겠다”고 상장 의지를 드러냈다.

지난해 IPO 최대어로 꼽히며 기대감을 키우던 카카오게임즈와 현대오일뱅크의 상장 재추진 여부에도 이목이 쏠린다.

코스닥 상장을 추진하던 카카오게임즈는 지난해 9월 상장 철회 의사를 밝혔다. 카카오게임즈 측은 게임 개발, 지식재산관 기업 인수 합병 등의 과제를 먼저 추진하는 데 중점을 뒀다는 이유로 상장을 철회했다.

현대오일뱅크도 지난해 코스피 상장을 추진했지만 지분 60%를 보유한 현대쉘베이스오일을 자회사로 파악해 실적의 100%를 자사 이익으로 반영한 것이 문제가 되면서 상장 일정이 연기됐다. 현대오일뱅크의 예상 공모 규모는 2조원대, 추정 기업 가치는 8조원대로 파악된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상장 완료 시기를 확답할 수는 없지만 상장 의지는 변함이 없다”며 “가장 좋은 시기를 찾아 계속 진행해나갈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이외에도 SK루브리컨츠, 바디프랜드, 호반건설, 에코프로비엠, 호텔롯데 등도 연내 상장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전문가들도 올해 IPO 시장을 긍정적으로 예측했다. 나승두 연구원은 “2019년은 대어급 IPO 기업들이 다시 상장을 추진하면서 공모 규모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상반기는 최대한 조심스럽게 시작하되 하반기로 갈수록 IPO 시장 분위기가 회복되는 ‘상저하고(上低下高)’의 형태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진영 IR큐더스 수석도 “올해는 시장이 점차 활기를 되찾고 공모 규모 면에서 큰 폭의 반등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수석은 “공모금액만 2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현대오일뱅크를 필두로 홈플러스리츠, 바디프랜드 등 대어급 기업들이 IPO를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며 “또 공모를 철회했던 SK루브리컨츠, 카카오게임즈의 상장 재추진 여부에 따라 올해 IPO 시장 규모는 최대 10조원 대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고 분석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민아 기자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