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유럽풍 콘셉트 내세웠지만…5성급 호텔 버금가는 숙박비에 ‘외면’
이미지 쇄신 나선 신세계, “프리미엄 식음료 서비스 강화로 승부”

사진=레스케이프 호텔

독특한 콘셉트로 문을 연 ‘정용진표’ 호텔 사업이 실적 부진으로 고전하는 가운데 프리미엄 식음료 차별화로 자존심을 회복할지 주목된다.

신세계조선호텔은 지난해 7월 첫 독자 브랜드 ‘레스케이프’를 내세워 서울 중구 명동에 문을 열었다. 중세 유럽으로 돌아간 듯한 프랑스풍 객실과 곳곳에서 흘러나오는 불어 안내방송 등의 이색적인 콘셉트는 오픈 당시 소비자들로부터 큰 집중을 받았다.

객실뿐만 아니라 차별화된 식음료 서비스도 눈길을 끌었다. 레스케이프는 전 세계 유명 파트너들과의 협업으로 식음료 부문을 차별화했다.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출신 셰프와 프리미엄 디저트 브랜드 헬카페, 메종엠오 등이 입점했다.

이들 디저트는 특급호텔 대비 30% 이상 낮은 가격으로 호텔 이용객들에게 제공된다. 가격 대비 높은 만족감, 이른바 ‘가성비’, ‘가심비’를 공략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소비자들의 호응을 끌기에는 충분했다. 높은 수준의 식음료와 레스케이프만의 콘셉트가 입소문을 타면서 방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로비 샹들리에와 6~7층에 꾸며진 장식은 젊은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일명 ‘포토존’이라는 별명도 붙었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대부분 디저트만 즐기고 발길을 돌리고 있어 실질적인 호텔 사업은 기대와 달리 지지부진하다.

레스케이프는 오픈 6개월 만에 실적 부진 꼬리표를 달았다. 관광객 비율이 높은 명동에 자리하고 있음에도 작년 여름 성수기(7월 말~8월 초)의 객실 점유율은 30%에 그쳤다. 평일 점유율은 10%를 밑돌았다.

같은 기간 인접한 특급호텔의 객실 점유율은 평균 80%를 웃도는 것으로 집계됐다. 업계관계자에 따르면 평일 객실점유율은 70% 수준을 유지했다.

지난해 3분기 레스케이프 영업손실은 52억원을 기록해 모기업인 신세계조선호텔까지 39억원의 영업손실을 입혔다.

업계에서는 높은 객실 가격을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레스케이프는 4성급임에도 최저가가 30만원을 웃돌았다. 최저가가 30만원 이상인 호텔은 신라호텔·포시즌스호텔·시그니엘 호텔 등 5성급이 대부분이다.

객실 가격을 내리지 않겠다던 포부와 달리 레스케이프는 오픈 한 달 만에 ‘디럭스룸 미니’ 가격을 30만원 대에서 24만원으로 낮췄다.

수영장과 뷔페가 없다는 점도 약점으로 작용했다. 부대시설의 부족은 가족 단위 고객을 끌어들이지 못했다.

이 때문에 레스케이프를 찾는 고객들은 주로 중국·동남아 개별 관광객으로 한정된다. 인근에 위치한 호텔에서는 해외 비즈니스 고객을 주 대상으로 한다. 이들 호텔에서는 봄·가을은 해외 출장 고객, 명절·여름휴가·연말 시즌에는 국내 이용객을 대상으로 표준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야심차게 내놓은 레스케이프가 실적 부진을 반복하자 최근 신세계는 총지배인을 교체하고 기존 식음료 서비스를 강화해 자존심을 지키겠다는 모습이다. 가격경쟁력을 강화하는 것보다 기존 강점으로 내세운 식음 부문 서비스를 강화해 레스케이프만의 색깔을 공고히 하겠다는 입장이다.

신세계는 작년 12월 새 지휘관으로 웨스틴조선호텔 출신 전문경영인을 발령했다. 김범수 레스케이프 전 총지배인은 식음 부문을 전담한다.

신세계 관계자는 “호텔 가격은 성수기·비수기 혹은 요일에 따라 바뀐다. 가격정책은 기존과 변함없이 유지될 것 같다”며 “계열사인 신세계조선호텔에서 이미 비즈니스 고객을 대상으로 영업하고 있다. 레스케이프는 부티크 호텔의 독특하고 새로운 경험을 중시하는 고객을 주 타깃으로 운영한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는 레스케이프의 강점인 식음료 패키지 등의 차별화된 콘텐츠로 승부를 볼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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