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파업 KB·협상 결렬 하나·인사문제 신한 ‘온도차’
노조, 손태승 회장 공개 지지…지주사 전환에 총력

우리은행. 사진=연합뉴스

총파업·협상 결렬 등으로 시중은행이 몸살을 앓는 가운데 우리은행이 안정적인 노사 관계를 바탕으로 지주사 전환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12월 17일 노사 간 임금 단체협상(이하 임단협)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었다. 이는 신한·KB·KEB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 중 가장 빨리 임단협이 종료된 것이다.

우리은행 노사는 임단협을 통해 지난해 9월 산별교섭에서 합의한 내용대로 임금피크제 진입 연령을 기존보다 1년 연장한 만 56세로 결정했다. 임금피크제는 일정 연령을 기준으로 근로자의 임금을 삭감하지 않고 고용을 보장하기 위해 근무시간을 줄이는 것을 뜻한다.

애초에 사측은 직원들의 희망퇴직 요구가 높다는 것을 이유로 들며 만 55세에 임금피크제를 시행할 것을 주장했지만 만 56세를 요구하던 노조 측 입장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또 ▲1시간 점심시간 보장 ▲퇴근 이후 전화·문자·SNS 등을 통한 업무지시 자제 ▲남직원 출산휴가 확대 ▲유·사산 휴가 확대 ▲태아 검진휴가 신설 등 근로시간 단축 및 모성보호 개선을 위한 합의안도 마련했다.

일부 은행이 노사 갈등으로 임단협조차 마무리 짓지 못하는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KB국민은행은 19년 만의 총파업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했다. 국민은행 노조는 임단협이 불발돼 지난해 12월 27일 조합원을 대상으로 총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할 결과 96.01%의 찬성률로 총파업을 가결시켰다. 노조는 지난 7일 진행된 전야제를 시작으로 8일 하루 총파업을 진행했다.

노조 측은 ▲신입 행원 페이밴드(호봉상한제) 폐지 ▲기간제 근로자 정규직 전환 ▲계약직 근무경력 인정 ▲임금피크제 진입 시점 연장 등을 주요 요구안으로 내세우고 있다.

KEB하나은행도 임단협에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해 12월 말 노사가 잠정 합의했던 인사·급여·복지 체계 통합안이 노조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부결됐다. 합의안은 2015년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통합 이후에도 이원화돼 있던 직급·임금 체계를 통일하는 것을 골자로 했다.

투표 결과 제도통합 찬성 47.1%, 반대 52.2%로 부결됐다. 노조는 사측을 상대로 제도통합 관련 재협상에 돌입할 전망이다.

신한은행은 임단협을 마무리 지었지만 계열사 인사를 두고 지주 전체가 시끄러운 상황이다.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 신한은행 지부는 지난해 12월 성명서를 내고 “진정한 조직쇄신은 CEO 한 명을 바꿔서 가능한 일이 아니다”며 “직원들에 대한 미래 비전, 인사 혁신, 평가 방식 개선 없이는 조직 발전이 불가능하다”고 신한금융 계열사 인사에 대해 비판했다.

반면 우리은행 노조는 임단협 이전부터 손태승 우리은행장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며 사측에 힘을 실었다.

지난해 8월 노조 측은 손 행장에게 지주사 전환 후 회장직 겸임을 건의했다. 외부 낙하산 인사를 방지하기 위함이다.

또 우리은행 우리사주조합은 최근 자사주 570만 주를 매수했다. 이번 매수로 지분을 5.63%에서 6.4%로 확대하면서 사모펀드 IMM PE(6.0%)를 제치고 3대 주주로 올라섰다. 현재 우리은행의 최대 주주는 18.43%를 소유하고 있는 예금보험공사고 2대 주주는 국민연금공단(9.29%)이다.

박필준 우리은행 노조위원장은 “경영진 자체도 직원들의 자사주 매입을 권장하고 있다”며 “직원들이 자사 주식에 관심을 둔다는 것은 주인의식도 생기고 경영실적에도 더 관심을 갖는 등 긍정적인 부분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측이 노조의 의견을 존중해주는 등 상호 협의 하에 모든 것을 진행하고 있어 노사 간 대화가 원만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우리은행은 안정적인 노사 관계를 바탕으로 지주사 전환에 총력을 기울일 전망이다.

지난 1일 손 회장은 올해 경영 전략으로 ▲고객 중심 마케팅 강화 ▲금융 명가 지배력 확대 ▲최강의 리스크 관리 ▲글로벌 금융시장 제패 ▲디지털 혁신 주도 ▲금융의 사회적 가치 실현 등을 제시했다.

손 회장은 “지난해 어려운 환경에도 불구하고 전 직원의 열정과 고객의 믿음 덕분에 지주사 전환이라는 큰 업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며 “120년을 이어온 대한민국 금융의 맏형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완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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