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4구, 재건축 및 대출규제 등 9·13대책 여파로 ‘흔들’
강남 외 집값 상승, 매수자 관망세 따른 ‘거래절벽’ 예상

서울 강남 일대 아파트 전경. 사진=연합뉴스

정부의 규제에도 흔들림 없을 것으로 예상했던 서울 강남권 아파트값에 차츰 균열이 생기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새해 첫 주 서울의 아파트값은 0.05% 하락하며 8주째 내림세를 보였다. 강남4구 아파트 매매가격은 이보다 더 떨어진 –0.12%를 기록했다.

특히 송파·강동·강남 등 대규모 재건축 단지의 아파트값이 일제히 하향 조정됐다. 반면 강남4구 외 지역은 보합세(0.00%)를 보였다.

강남4구는 9·13부동산대책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 재건축 및 대출규제 등으로 지난해 11월 대비 아파트값은 0.63% 떨어졌다. 매도호가를 낮춘 매물이 등장하면서 하락세가 지속되는 모습이다. 이 외 지역에서는 실수요자들의 매수세가 간간이 유지되면서 같은 기준 0.36%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송파(-0.19%)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강남(-0.10%) ▲강동(-0.08%) ▲서초(-0.07%) 등이 뒤를 이었다. ▲성북(-0.01%) ▲양천(-0.01%) 등도 소폭 하락했고 저가매물 위주로 다소간 거래가 이뤄진 ▲금천(0.02%) ▲강서(0.02%) 등은 올랐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송파구 랜드마크 격인 잠실동 리센츠의 이달 4일 기준 전용 84.99㎡ 매매가격은 평균 17억원이다. 실제 거래되는 매물의 호가는 이보다 더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시장에 나온 매물 중 최저 호가는 15억5000만원 정도다. 평균 매매가 대비 1억5000만원 떨어졌다.

송파구는 9000여단지에 이르는 대규모 헬리오시티 입주 영향도 받았다. 매도자들은 호가를 낮추고 있지만 매수세가 이를 받쳐주지 못하는 분위기다.

같은 기준 강남권 재건축 대장주로 불리는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전용 76.79㎡ 평균 매매가격은 16억3500만원이다. 최근 같은 평형대 매물은 이보다 1억3500만원이나 빠진 15억원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강동구 둔촌주공,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2차 등은 각각 2500만원, 5000만원가량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 사진=연합뉴스

일명 ‘강남불패’ 신화를 일으켰던 강남4구 집값이 주춤하는 데는 9·13대책의 영향이 해를 넘어서까지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매수자들은 관망세로 돌아섰고 매도자들은 버티기 전략에 들어갔다.

송파구 잠실동 A부동산 관계자는 “문제는 급매가 나와도 사는 손님이 없다. 재건축 단지의 경우 내부 상태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최대 2억원까지 낮춘 매물도 나오는데 거래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며 “어제 가격 다르고 오늘 가격 다르다 보니 문의는 이어지는데 실수요자들이 거래에 나설 만큼 만족할만한 정도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서초구 일원 B부동산 관계자는 “최근 몇 년 동안 천정부지 치솟은 집값에 비하면 떨어진 수준은 미미하다고 보는 것 같다”며 “종종 호가를 대폭 낮춘 급매물이라도 팔리면 (당시) 그 매매가에 맞춰서 매물을 보여달라는 매수자들이 대부분이다”고 설명했다.

관망세가 확산하면서 주택거래도 급감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1월 강남구 주택거래건수는 690건이다. 3월 774건까지 기록했으나 11월 148건, 12월 106건으로 대폭 줄었다. 이달 8일 기준 거래량은 10건에 불과하다.

서초구는 지난해 1월 519건의 주택거래가 이뤄졌으나 12월 79건에 그쳤고, 이달 현재 11건 정도 거래됐다. 이달 현재 송파구의 주택거래건수는 19건이다. 전년동월(825건) 대비 806건이나 줄었다. 같은 기준 강동구는 21건의 거래가 이뤄졌다. 지난해 1월 강동구 주택거래건수는 514건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9·13대책 이후 강남권 아파트값이 조정되고 있는 건 맞지만 시장 가격 안정화를 꾀할 정도의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다만 올해부터 9·13대책 후속 조치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양도소득세 및 보유세 부담 증가, 대출규제 강화 등 다주택자 부담이 커진 만큼 관망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9·13대책 이후 대출이나 세금 부담 등으로 강남권 아파트값이 조금씩 떨어지고 거래동결과 맞물리면서 호가 조정까지 이뤄지는 부분은 정책효과로 볼 수 있다”며 “올해 입주 물량이 많은 송파나 강동은 임대료 하락 또는 대출규제로 인해 수요가 감소하거나 매수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함 랩장은 “관망세에 따른 거래절벽은 당분간 이어지겠지만 계단식 하락, 거래심리 위축에 따른 호가 조정이지 가격이 급락하는 정도의 실질적인 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며 “이미 오른 가격 대비 낙폭 정도가 크지 않고 분양시장 청약선호 현상도 계속 이어지고 있어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파이낸셜투데이 배수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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