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평양 초고층 아파트…맹추위 피해 달아난 주민들
함경도·자강도 등, 석탄 난방으로 비교적 따뜻한 겨울 보내

평양의 겨울. 사진=연합뉴스

평양 고급 주거단지는 겨울이면 사람들이 동장군을 피해 달아나면서 적막감이 맴돈다. 오히려 접경지역 주민들이 석탄 난방 덕분에 비교적 따뜻한 겨울을 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설인 지난달 7일 북한 양강도 삼지연은 영하 22도를 기록했다. 1933년 1월 자강도 중강 지역은 영하 43.6도의 최저기온이 관측되기도 했다. 이 같은 맹추위에 북한 주민들의 따뜻한 겨울나기는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조성한 평양 미래과학자거리, 여명거리 등은 50층에 달하는 초고층 빌딩이 밀집해 있는 고급 주거단지다. 그러나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이곳 아파트는 난방·전력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양의 아파트 단지는 평양 평천구에 위치한 화력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로 난방을 하는 중앙난방구조다. 입주민들의 난방을 중앙에서 책임지겠다는 포부 아래 건설됐으나 발전소가 정상적으로 가동되는 날은 손에 꼽힌다. 전력이 공급되는 곳은 노동당 간부급들이 거주하는 평천구 아파트로 국한돼 있다.

대부분 입주민은 하루 2~3시간 공급되는 전기로 열악한 생활을 이어간다. 북한전문매체 데일리NK에 따르면 온수공급용 철관 설비들이 부식돼 온수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이 때문에 평양 주민들은 겨울철이면 난방이 가능한 집을 찾아 ‘피난길’에 오른다.

대부분은 인근 친척 집에서 겨울을 나거나 석탄·태양열판으로 난방을 하는 주택에 임시 거주한다. 이 같은 피난 행렬이 이어지자 임시 거주처를 중개한 뒤 비용을 받는 중개인들까지 생겨났다. 일부 간부들은 석탄 난방을 위해 몰래 아파트를 개량하기도 한다. 인민생활 향상의 일환으로 세워진 고급 주거단지가 오히려 불편을 가중시키는 셈이다.

반면 석탄을 통해 난방하는 일반 주민들은 비교적 따뜻한 겨울을 보낸다.

평양 고급 주거단지를 제외한 일반 주민들은 겨울철 난방을 전적으로 석탄에 의존한다. 도시가스가 보편화 된 한국에 비해 난방 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대부분 석탄은 평안남도와 북중 접경지역인 함경도·자강도·양강도에 매장돼 있다. 해당 지역 주민들은 갈탄·구공탄(구멍이 뚫린 연탄) 등을 통해 난방한다. 맹추위를 대비해 장마당에서 석탄을 미리 공수한 뒤 구공탄으로 만들어 비축해놓기도 한다.

석탄 공급이 비교적 수월한 인근 거주민들은 겨울철 연료 걱정에서 한시름 놓은 모습이다. 특히 UN제재 이후인 2017년 말 석탄 가격이 절반으로 떨어져 주민들 겨울나기는 한층 수월해졌다.

그러나 대부분 주택이 단열재를 제대로 사용하지 않아 난방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문제점도 있다. 난방이 오래가지 않기 때문에 연탄 이용률이 높고, 그만큼 가스중독사고도 잦다.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연탄가스 중독사고 방지를 위해 ‘야간 순찰대’를 조직해 각 세대를 순찰하기도 한다.

미흡한 난방시스템과 연료 부족의 대안으로 최근 평양 고위층들은 중국산 태양광 발전 장비를 사용한다. 불량품이 많은 중국산 대신 한국산 장비를 수입하기도 하나 높은 가격으로 일반 주민들은 사용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평양 주민 일부는 저마다 커다란 가스통을 들고 가스충전소에서 가스를 받아와 겨울을 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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