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아파트·저분양가 등 투자수요 선호 반영, 분양시장 호황
정부규제 및 경기침체 맞물려…서울·지방 간 양극화 극명

서울 강남구에 마련된 한 아파트 견본주택을 찾은 방문객들. 사진=연합뉴스

1월 부동산 시장 비수기는 옛말이 됐다. 주요 건설사들이 연초부터 분양물량을 대거 쏟아내면서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 기회가 대폭 늘어날 예정이다. 다만 일부 지역에서는 공급과잉 현상이 지속되면서 주택시장 침체가 가속화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4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달 전국 분양예정인 아파트는 총 38개 단지 3만3868가구(임대아파트 제외)에 이른다. 전년 동월(1만4258가구) 대비 약 2.3배 많은 수준이다.

지역별로는 ▲서울 4개 단지, 592가구 ▲경기 18개 단지, 1만7616가구 ▲인천 4개 단지, 5265가구 ▲5대 광역시 7개 단지, 4845가구 ▲지방 중소도시 5개 단지, 5550가구 등이다. 전체 물량의 69%가량이 수도권에 집중됐다.

대우건설의 마수걸이 분양은 이달 초 용인에 분양하는 ‘수지 스카이뷰 푸르지오’다. 수지 스카이뷰 푸르지오는 인근 교육시설 미비로 시로부터 한차례 분양 승인 철회 조치를 받은 바 있다.

단지는 지하 5층~지상 최고 49층 높이로 해당 지역 내 최고층을 자랑한다. 전용 74㎡, 84㎡ 총 447가구(아파트 363가구·오피스텔 84실) 규모다. 청약제도 개편 규제 적용을 받지 않아 전매제한이 6개월 적용되는 단지로 투자수요자들의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은 안양시 동안구 ‘비산2 푸르지오 래미안(가칭)’ 분양을 앞두고 있다. 비산2 푸르지오 래미안은 전용 59~105㎡ 총 1199가구 규모의 대단지로 이 중 661가구를 일반에 분양한다.

포스코건설은 경기 남양주 진접지역에서 ‘남양주 더샵 퍼스트시티’ 분양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 첫 더샵 브랜드 단지인 남양주 더샵 퍼스트시티는 전용 59~84㎡ 총 1153가구로 구성된다.

인천에서는 우미건설이 ‘검단신도시 우미린 더퍼스트’를, 대림산업이 계양구 효성1구역을 재개발한 ‘e편한세상 계양 더프리미어’를 올해 첫 분양 단지로 내세운다. 지방에서는 반도건설과 신세계건설이 광주시 남구 월산동 ‘광주 남구 반도유보라’, 대구 달서구 감삼동 ‘빌리브 스카이’를 각각 분양한다.

통상 분양 비수기로 꼽히는 1월에 분양 일정이 몰린 것은 정부의 부동산 규제와 금리 인상 등으로 청약수요가 빠질 것을 대비해 건설사들이 신규 분양을 서둘렀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무주택 실수요자 중심으로 청약제도가 개편됐고 HUG(주택도시보증공사)가 고분양가를 제한하고 있어 서울에서는 분양시장 호황이 올해도 계속될 것으로 판단했다. 다만 비수도권 등 지방에서는 미분양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연합뉴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표한 ‘2019 KB부동산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부동산시장 내 최대 이슈는 미분양아파트 적체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4년간 연평균 분양물량은 약 40만5000호다. 이전 10년 대비 54.2%나 증가한 수준이다.

보고서에서는 분양물량 증가가 입주물량 증가로 이어지면서 공급증가 영향의 확산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특히 경남, 제주, 경북 등 일부 지역은 고점대비 50%를 웃돈다.

KB경영연구소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중소형 중심 아파트가 공급된 점을 감안하면 금융위기 수준의 미분양 급증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지만 미분양아파트 적체가 본격화될 경우 주택시장에 미치는 심리적 불안감은 클 것이다”고 전망했다.

정부의 3기 신도시 발표 등으로 수도권과 지방 간 시장 양극화는 가속화될 전망이다. 지난해 11월 기준 전국 미분양물량은 6만122가구 정도다.

분양시장 호황으로 미분양아파트 수는 안정적인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문제는 해당 미분양물량 중 5만3622가구가 지방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지방의 미분양아파트는 지난 1년 동안 7179가구나 증가했다. 수도권은 3694가구 줄었다.

공급과잉과 경기침체, 정부의 대출규제와 청약미달 등 각종 불안요소가 맞물리면서 지역 간 온도차는 극명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분양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지역별 세부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입지가 좋은 지역에서는 청약과열이 빚어지는 반면 비인기지역은 미분양물량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지역별 양극화가 더 심해지면서 미분양리스크는 지방은 물론 수도권까지 확대될 수 있다. 다만 그동안 워낙 주택 공급이 부족했기 때문에 공급과잉 쇼크가 오지는 않을 것이다”고 내다봤다.

권 교수는 “정부가 경기 활성화를 목적으로 주택경기를 부양하는 일은 없겠다고 했지만 지방경제를 활성화하는 차원에서 미분양아파트 해소 방안을 마련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며 “가령 취득세 50% 감면 혜택이나 1가구2주택자가 미분양아파트를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등록할 경우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등으로 미분양물량 해소를 유도할 수도 있다”고 제언했다.

파이낸셜투데이 배수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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