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제금액 4/110 금액 원천징수, 사업자 대신 납부
유흥·단란주점, 고의적 개·폐업 반복으로 체납률 높아
기업·개인 간 거래, 부가세 체납 발생 사전 차단

사진=연합뉴스

올해부터 일반유흥주점업, 무도유흥주점업, 단란주점업을 운영하는 사업자에 대해 신용카드사를 통한 부가가치세 대리납부제도가 시행된다.

유흥·단란주점이 고의적으로 개업과 폐업을 반복하며 부가가치세를 납부하지 않는 등 체납률이 높아 부가가치세 탈루를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다.

작년 말 국세청은 올해 1월 1일부터 유흥·단란주점업을 영위하는 사업자(간이과세자 제외)에 대해 신용카드사를 통한 부가세 대리납부제도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부가가치세는 물건을 산 소비자가 가격의 10%를 부담하지만 실제로는 유통 과정에서 물건을 판 각 사업자가 세금을 내는 구조로 돼 있는 간접세다. 하지만 폐업 등 사유로 인해 소비자가 낸 세금이 걷히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부가가치세 체납률은 2014년 기준 10.3% 수준이다. 특히 유흥주점업은 다른 업종에 비교해 부가가치세 체납이 많은 편이다.

이번에 실시되는 부가세 대리납부 제도는 소비자가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경우 카드사가 신용카드 결제금액의 110분의 4에 해당하는 금액을 원천징수해 사업자 대신 납부하는 제도다. 사업자는 부가세 신고 시 신용카드사가 납부한 세액을 이미 납부한 세액으로 보고 공제해 정산하면 된다.

국세청은 부가가치세 체납 발생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신용카드사가 결제금액의 일정부분을 원천징수해 사업자 대신 납부하는 제도를 시행하게 됐다고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제도 시행으로 소비자는 신용카드 이용과 카드대금 납부 등에서 기존 방식과 아무런 차이가 없다. 사업자는 판매대금 중 부가세 상당액을 차감한 금액만 입금되고 부가세 신고 시 카드사가 납부한 세액을 공제해 정산한다. 또 카드사가 대리 납부한 세액의 1%를 추가로 세액공제할 수 있다. 카드사는 원천징수한 부가세를 분기별로 신고·납부해야 한다.

국세청은 제도 시행에 앞서 모든 유흥업 사업자 약 3만5000명에게 대리납부 대상자 통지서를 발송했다. 작년 11월 이후 신규로 등록한 사업자에게는 사업자등록증을 발급할 때 대상자 통지서를 교부하고 있다.

아울러 대리납부를 담당하는 KB국민카드, 농협은행, 롯데카드, 비씨카드, 삼성카드, 신한카드, 하나카드, 현대카드 등 8개 카드사를 지정해 고시했으며 나머지 카드사는 자체 가맹점망이 없는 카드사로 지정된 8개사를 통해 대리납부를 하게 된다.

국세청 관계자는 “제도의 조기 정착을 위해 대상 사업자, 관련 사업자 단체에 제도 내용을 지속적으로 홍보하겠다”며 “부가가치세 신고 시 불편함이 없도록 대리납부세액 조회방법 안내, 신고서 미리채움 서비스 등 신고 편의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카드업계에서는 사실상 세금 대리납부 업무를 떠안게 됐다며 난색을 표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전산시스템을 구축·관리하거나 징수관리 업무를 담당할 직원을 추가로 고용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면서 “국가를 대신해서 세금을 징수해야 하기 때문에 만약 문제가 발생하면 카드사가 책임을 떠안아야 하는 부분도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자료=국세청

반면 일각에서는 카드사가 이번 제도 시행으로 추가 비용이 발생하면서도 일정한 수익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사업자들이 누렸던 부가세 선취 효과로 이자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가령 고객이 7월 1일에 110만원을 체크카드로 결제할 경우 11월 25일까지 117일간 4만원을 카드사가 보유하게 된다. 신용카드는 결제·정산일과의 차이(신용공여기간)가 최소 14일부터 최대 42일이다. 약 75일에서 103일 정도 4만원을 보유하게 되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당국이 카드사의 부가세 선취 효과를 모를 리는 없을 것이라면서 제도 시행으로 인한 카드사의 반발과 전산시스템 개발 등을 고려해 제도를 시행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대신 정부는 세율 인상 없이 체납률 감소로 인한 세수 확충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이진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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