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마감 후 공시 봇물…악재성 내용 ‘여전’
연휴 앞두고 매년 반복 “기관투자자·주주 역할 중요”

지난해 12월 28일 한국거래소 본사가 있는 부산국제금융센터에서 2018년 증권·파생상품시장 폐장식이 개최됐다. 사진=연합뉴스

연휴를 앞두고 올빼미 공시가 또다시 반복되면서 투자자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해 12월 28일 2018년 주식시장 폐장 후부터 31일까지 올빼미 공시가 쏟아졌다. 주식시장에서 장이 종료된 후나 연말 증시 폐장 등 주로 저녁 시간에 기업에 불리한 내용을 공시해 올빼미 공시로 불린다.

올빼미 공시는 장이 종료된 후에 공시돼 투자자들이 주식을 즉각적으로 거래할 수 없어 다음 거래일에 폭락한 상태로 장이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 투자자가 피해를 보는 대표적 사례이다.

28일 주식시장 폐장 직후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에는 총 434건의 공시가 쏟아졌다. 전일 318건보다 36.48%(116건) 늘어난 수준이다. 시장이 개장하지 않은 31일에도 총 429건이 공시됐다.

공시 내용이 투자자에게 민감한 영향을 끼치는 내용이 포함되면서 올빼미 공시 논란이 불거졌다.

현대엘리베이터는 28일 오후 5시 23분 종속회사인 현대아산이 5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방식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현대아산은 대북사업 중단 이후 실적이 악화돼 현대엘리베이터가 증자에 참여하면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신성이엔지도 이날 169억원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 시설공사 계약이 해지됐다고 장 마감 후 공시했다. 태양광 발전소 공사는 지난해 6월 체결 소식을 밝혔지만 인허가 지연에 따라 발주사가 해지를 요청했다는 설명이다.

31일에도 올빼미 공시가 잇따랐다. 퓨전데이타는 336억원 규모의 필리핀 사물인터넷(IoT) 원격수도 검침 시스템 공급계약이 해지됐다고 밝혔다. 퓨전데이타 측은 상대 기업이 계약 발주를 이행하지 않아 해지통보를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네이처셀도 일본 업체와 맺은 25억원 규모의 세포가공물 중간공정 가공업무 위탁계약이 해지됐다고 공시했고 씨엔플러스는 14억원 규모의 중고 휴대전화 유통사업이 중단됐다고 알렸다.

이에 올해 시장이 개장한 지난 2일 현대엘리베이터는 전 거래일보다 3.27% 떨어진 10만3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네이처셀(-6.72%), 신성이엔지(-1.99%), 퓨전데이타(-8.17%) 등도 하락했다.

문제는 올빼미 공시가 연휴나 폐장일을 앞두고 매년 반복된다는 점이다. 지난해 최대 황금연휴인 추석을 앞두고도 올빼미 공시는 쏟아졌다. 지난해에는 주말을 포함해 22일부터 26일까지 5일간 연휴가 이어졌다.

코스닥 상장사인 화진은 연휴 하루 전인 21일 폐장 후 24억6000만원 규모의 횡령·배임 혐의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와 재무회계 팀장을 상대로 업무상 횡령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화진은 9월 3일에도 횡령·배임 혐의 발생 사실을 알린 바 있으나 연휴를 앞두고 추가로 횡령·배임 혐의가 발생했다고 밝힌 것이다.

파티게임즈도 같은 날 오후 9시 11분 재감사보고서를 제출했다고 공시했고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밤 9시 24분 감사의견 거절을 사유로 파티게임즈의 상장폐지를 공시했다.

지와이커머스는 장 마감 직후인 오후 3시 33분 채권자의 파산 신청 사실을 공시했다. 채권자인 임씨가 지난해 9월 17일 서울회생법원에 지와이커머스의 파산 신청 결정을 요청하는 소장을 접수했다.

실적 부진 공시도 나왔다. 씨케이에이치는 당해 사업연도에 영업 손실 765억원을 기록하면서 직전 사업연도 대비 적자로 전환했다고 알렸다. 씨케이에이치 측은 건강보조식품 매출 감소 및 판매 장려정책에 대한 변동이라고 적자전환 이유를 설명했다.

올빼미 공시 여파는 개장 후 반영됐다. 앞서 지와이커머스는 공시 규정 위반 등으로 벌점을 부과받아 8월 31일부터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 여부가 되면서 매매거래가 정지되고 있었다. 파산신청 사실이 전해지면서 한국거래소는 매매거래 정지 기간을 변경했다. 거래소는 법원의 파산신청 기각결정 등 파산 사유 해소를 확인한 날까지 기간을 연장한다고 밝혔다.

씨케이에이치도 실적 부진 영향으로 연휴 직후 개장일부터 9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이에 올빼미 공시를 예방하기 위한 대책도 마련되기도 했다. 금융감독원은 2006년 공시서류 제출 시간을 ‘평일 오전 7시부터 오후 9시까지, 토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까지’에서 ‘평일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까지’로 변경했다.

금감원의 대책에도 올빼미 공시가 근절되지 않자 더 강력한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대부분의 투자자는 기업과 관련된 정보가 즉각적으로 시장에 제공돼 가격에 반영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며 “올빼미 공시가 이뤄졌을 때는 부정적 정보가 주가에 반영되는 시기를 놓치면서 시장의 불필요한 변동성을 확대하는 문제점이 발생해 부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이어 “제도적으로 근절하기 애매한 영역에 있다”며 “기업의 자율성을 어느 정도 보장해줘야 하고 제도를 변화시켜도 이를 피해 가는 기업들이 분명히 있다”고 설명했다.

황 연구위원은 투자자와 주주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특히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기관투자자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해당 기업에 대한 비중을 축소하는 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올빼미 공시를 하면 시장에 부정적 이미지가 확대되기 때문에 주주들이 목소리를 낼 수도 있다”며 “주주들이 주주총회에서 이를 자제하도록 경영진에게 의견을 반복적으로 전달하는 것도 충분히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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