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전 사무관, 청와대가 적자국채 발행 압력 주장·차관보 카톡 공개
기재부 “청와대와 협의 후 기재부가 결정, 적자국채 전액 발행하지 않았다”
공무원이 취득한 비밀을 누설, 소관업무 아닌 자료 편취해 공개…검찰 고발 결정

기재부가 2일 오후 비밀누설 등 혐의로 신재민 전 사무관을 검찰에 고발했다. 사진=연합뉴스

기획재정부가 신재민 전 사무관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기재부는 2일 “공무원이었던 자가 직무상 취득한 비밀을 누설하는 것은 금지돼 있다”며 “특히 소관업무가 아닌 자료를 편취해 이를 대외 공개하는 것은 더욱 심각한 문제”라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지난해 말 신 전 사무관은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 2017년 11월쯤 적자국채를 발행할 필요가 없는 상황에서 청와대가 국채를 발행하라는 압력을 넣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기재부는 2일 오후 신 전 사무관을 공무상비밀누설 혐의와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할 예정이다.

이재선 기재부 국고과장은 “청와대는 경제 정책에 따라 국채 발행을 지시할 수 있다”며 “국채를 발행하라는 것이 압력이 될 수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최종적으로는 기재부의 반대에 청와대의 국채 발행 요구는 실행되지 못했다. 청와대가 의견을 제시했지만 청와대와 협의를 거쳐 기재부가 최종적으로 발행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

이 과장은 “(청와대의) 지시가 (거부할 수 없을 만큼) 강압적이었더라면 궁극적으로 적자국채 추가 발행으로 연결됐을 수도 있었겠지만 추가적인 적자국채 발행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국채 발행 여부 결정 이전에 청와대가 기재부에 압력을 넣었다는 것 자체는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2017년에 적자국채 28.7조원을 발행할 계획이었지만 당시 초과세수(추경기준 약 14조원) 여건 등을 고려해 10월 말 기준 20조원을 발행한 상황에서 나머지 8.7조원 추가 발행 여부가 현안으로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경기 여건, 초과세수, 국채시장 영향 등 여러 여건을 감안해 8.7조원 전액을 발행하지 말자는 의견과 이 중 일부(4조원)만 발행하자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전액 발행하지 않으면 당해 연도 국채 발행 규모는 줄어들지만 그만큼 세계잉여금(정부 예산을 초과한 세입과 쓰고 남은 예산(세출불용액)을 합한 금액)도 줄어든다. 또 4조원만 발행해 세계잉여금이 그만큼 증가하면 국가재정법에 규정된 세계잉여금 처리 절차에 따라 조치하게 된다.

세계잉여금(일반회계)은 국가재정법 제90조에 따라 교부세(금) 정산 후 공적자금 상환기금 출연, 채무상환, 추경‧세입이입 순으로 사용된다.

기재부는 “각 방안별 장단점이 있어 기재부 내부 논의와 관련 기관과의 많은 협의가 있었고 그 결과 8.7조원 전액을 발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세계잉여금으로 처리하기보다는 국가채무 규모를 줄이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기재부는 “4조원 적자국채 추가 발행을 통해 박근혜 정부의 국가채무비율을 높이려 했다는 지적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4조원 적자국채를 추가 발행해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약 0.2%p 증가(38.3%→38.5%)에 그쳐 크게 의미 있는 수준이 아니라는 설명이었다.

기재부는 “추가 발행을 통해 2017년 국가채무비율을 높인다 해도 이는 박근혜 정부의 국가채무비율이 되는 것이 아니라 문재인 정부 첫해 국가채무비율이 되는 것이어서 그럴 이유도 없었다”고 말했다.

신 전 사무관이 공개한 ‘국가채무 비율을 덜 줄이려고 했다’는 기재부 차관보의 카톡 내용에 대해 기재부는 당시 치열한 내부논의와 의사결정 과정에서 국채 발행은 국가채무 규모, 특히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과 직결되는 것인 만큼 중기재정 관점과 국가채무의 큰 흐름을 짚어보는 과정에서 나온 의견이라고 밝혔다.

2017년 11월 14일 1조원 규모의 국고채 조기 상환(바이백) 취소와 관련해 기재부는 “당시 적자국채 추가 발행 여부 논의, 국채시장에 미치는 영향, 연말 국고자금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불가피하게 결정된 것”이라고 일축했다.

신재민 전 사무관이 2일 오후 강남구 한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신 전 사무관은 고려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한 뒤 2012년 제57회 행정고시에 합격했다. 기재부 국고과에서 근무하다 지난해 7월 퇴사했다.

이후 12월 30일 유튜브를 통해 적자국채 발행과 관련해 청와대 개입을 주장했고 1일에는 기재부 차관보와의 카톡 내용을 공개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하지만 신 전 사무관은 동영상과 별도로 올린 장문의 글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은 생각보다 회의를 잘 이끌어 가셨고 국가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밝혀 정치적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강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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