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곡소리…잇따른 규제로 유통가 성장 둔화
활로는 온라인, 롯데·신세계·쿠팡 대규모 투자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지원대책 촉구하는 편의점주들. 사진=연합뉴스

2018 유통업계는 최저임금 인상과 정부의 각종 규제 한파를 견뎌야 했다. 인건비 상승과 소비심리 위축으로 오프라인 시장의 성장세는 둔화됐다. 소비 추세가 온라인으로 변화한 가운데 주요 유통업체들은 온라인 시장으로 과감한 투자를 이어갔다.

◆편의점·외식업, 최저임금인상 ‘직격탄’…무인시스템 확산

최저임금 인상은 올 한해 유통업계의 가장 큰 화두였다. 정부는 지난해 시간당 최저임금을 대폭 상승한 7350원으로 책정했다. 이는 지난해(6470원)보다 16.4% 상승한 것으로 역대 최대 인상률이다.

급격히 오른 최저임금 인상으로 자영업자들은 인건비 부담에 시달렸다. 시장포화와 임대료 인상, 불경기 등 경영난이 심화되는 가운데 최저임금 인상 폭탄이 겹친 것이다.

자영업자들은 영업시간을 단축하거나 종업원 수를 줄였다. 25일 소상공인연합회가 전국 17개 시·도 1204개 소상공인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최저임금 인상 후 가게 영업시간을 단축한 비율은 26.4%, 종업원 수를 감축한 곳은 16.9%로 집계됐다.

특히 24시간 운영되는 편의점은 직격탄을 맞았다. 평균 2~3명의 시간제 아르바이트생 고용과 야간 운영으로 인건비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이다. 수익성 악화로 24시간 영업을 포기하는 점포가 속출했다. 이에 편의점 각 사는 1000억원에 달하는 상생지원금을 발표하며 중재에 나서기도 했다.

인건비 부담을 대체하기 위해 업계는 무인판매기 도입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롯데리아는 전체 매장 중 60%가 넘는 비율로 무인계산대를 도입했다. KFC는 연내 전 매장에 무인계산대를 도입할 예정이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자판기에서 물품을 구입하는 ‘세븐일레븐 익스프레스’를, CU는 종업원 없이 고객 스스로 결제하는 ‘CU 바이셀프’ 서비스를 도입했다.

내년 최저임금은 10.9% 상승한 8350원이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유통업계 진통은 지속될 전망이다.

◆의무휴업·출점제한…규제로 얼어붙은 오프라인 시장

최저임금 인상과 더불어 정부의 각종 규제는 유통업계를 더욱 얼어붙게 했다.

정부는 2019년 대규모 복합쇼핑몰 월 2회 휴무를 강제하는 내용을 담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도입할 예정이다. 개정안에는 복합쇼핑몰·백화점·면세점 월 2회 의무휴업과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월 4회 확대 등이 담겼다.

당초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연내 통과를 목표로 했으나 국회 계류 중이다. 통과 가능성이 높은 해당 개정안을 두고 유통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업계는 “의무휴업이 전통시장과의 상생이라는 취지보다 온라인 시장을 성장하게 하는 규제일 뿐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편의점 출점 거리제한이 지역에 따라 50∼100m로 결정됐다. 사진=연합뉴스

올해 유통업계에서 가장 부진한 실적을 나타낸 것은 대형마트다. 온라인 쇼핑의 가파른 성장으로 오프라인 점포는 장기적 성장세 둔화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대형마트 1·2 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0.7%, 3% 감소했다. 지난 10월 매출 역시 전년 동기 대비 14.3%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규제는 편의점 성장의 발목도 잡았다. 출점 거리 제한 자율규약이 18년 만에 부활했기 때문이다. 신규출점은 앞으로 기존 편의점과 50~100m 이상 떨어져야 가능하다. 편의점이 밀집해 있는 서울 및 수도권에서는 사실상 신규출점이 막힌 셈이다. 규모의 경제를 통해 이익을 내는 만큼 편의점 업계는 부진을 면하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다.

◆온라인 시장 잡아라…롯데·신세계·쿠팡 대규모 투자 이어져

롯데, 신세계 등 주요 유통업체들은 오프라인 시장 정체로 앞다퉈 온라인 사업 강화에 나섰다.

온라인 시장은 연간 30% 이상 고성장을 지속하며 고공행진을 기록 중이다. 지난 10월 월간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10조원을 돌파했다. 오프라인 마트의 고유 영역으로 보였던 신선식품 시장도 온라인으로 옮겨가는 추세다.

신세계는 내년 1분기 온라인 사업 전문 통합법인 ‘쓱닷컴’을 신설할 예정이다. 계열사 완전 통합으로 사업 활로를 찾겠다는 각오다. 온라인 신설법인 계약을 체결하며 1조원의 금액을 투자 받았다. 쓱닷컴은 향후 신세계 그룹 내 핵심 채널로 도약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신세계는 오프라인에서 강세를 보이던 신선식품 강화를 통해 돌파구를 모색한다. 약 4만여종에 이르는 제품 구성을 통해 ‘대형 신선식품 종합쇼핑몰’로의 기반을 마련했다.

롯데쇼핑은 온라인 사업 강화를 위해 5년간 약 3조원을 투자한다. 지난 8월 롯데닷컴을 흡수합병하고 이커머스 사업본부를 신설했다. 롯데쇼핑은 2020년까지 롯데면세점을 제외한 7개 계열사를 온라인몰로 통합할 계획이다.

지난 11월 롯데글로벌로지스는 롯데로지스틱스와 합병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성장하는 온라인 시장 속 물류 사업을 강화로 차별화를 꾀하는 모습이다.

기존 온라인 업계에서는 쿠팡이 투자를 확대하는 모습이다. 지난 11월 일본 소프트뱅크로부터 2조3000억원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쿠팡은 이를 통해 데이터와 결제 플랫폼을 강화할 계획이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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