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지도자 동상 헌화·설맞이 공연 등 연례행사 꾸준
외국인 대상 ‘북한 새해 축제 투어’ 이색 관광상품 등장

2018년 북한 평양에서 열린 새해맞이 불꽃놀이. 사진=연합뉴스

“새해를 축하합니다”

평양 하늘을 수놓는 오색 불꽃놀이를 보며 주민들은 서로 새해 축하 인사말을 건넨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이후 매년 1월 1일 열리는 새해맞이 불꽃놀이 행사가 북한 주민들 사이에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북한은 새해가 되면 전통적인 연례행사로 국가지도자 동상 헌화를 한다. 김정은을 비롯한 당·정권기관·사회단체와 평양 주민들은 김일성종합대학, 평양만수대 등 평양 곳곳에 있는 김일성·김정일 동상 앞에 꽃바구니를 들고 인사하는 것으로 새해를 맞이한다.

기해년 새해 첫날에도 이러한 풍경은 재현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 탈북자에 따르면 주민들 일부는 빗자루와 물걸레를 들고 일대를 청소하기도 한다.

김정은 집권 이후 가장 크게 달라진 모습은 ‘평양 불꽃놀이 행사’다. 북한에서는 불꽃놀이를 ‘축포발사’라 칭한다. 2013년부터 새해를 기념하는 불꽃놀이는 매년 열리고 있다. 약 15~20분간 열리는 이 행사는 조선중앙방송과 라디오를 통해 생중계된다.

일반적으로 불꽃놀이는 북한의 국가명절(김일성·김정일 생일 등)을 기념하기 위해 진행됐으나 김정은 집권 이후에는 민족명절(음력설·추석 등)에도 열리고 있다. 평양 불꽃놀이 행사를 두고 전문가들은 신년 분위기 및 북한 주민들의 자신감을 고취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다고 해석한다.

북한의 이색적인 새해 풍경을 체험하기 위한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중국 소재 북한 전문 여행사들은 저마다 ‘북한 새해 축제 투어’ 상품을 꾸려 판매하고 있다.

해당 투어 상품을 통해 북한을 방문한 외국인들은 김일성 광장에서 불꽃놀이를 감상하며 새해를 맞는다. 새해 당일 아침에는 러시아제 헬기를 타고 평양 시내 상공을 둘러볼 수도 있다. 한 여행사에서 중국인 대상으로 출시한 해당 관광상품은 지난달 매진되기도 했다.

한 탈북자는 “평양에서 불꽃놀이가 열리기는 하지만 남한처럼 연말연시 대대적 행사가 펼쳐지는 것은 아니다. 1월 1일 하루 동안 진행되며 이날이 지나면 새해 축제 분위기도 끝난다”고 말했다.

이어 “대개 북한 주민들은 가까운 곳에 거주하는 친척들과 모여 각자 가져온 음식을 나눠 먹는다”며 “간혹 술을 마시기도 하나 대부분 당일 저녁에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고 설명했다.

신년사 발표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사진=연합뉴스

김정은 집권 후 신년사도 달라졌다. 북한은 신년사를 통해 한해 성과를 정리하고 1년간 북한의 정책 방향을 알린다. 故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서면으로 신년사를 배포했다면 김정은은 북한 조선중앙TV를 통해 신년사를 직접 읽는다.

신년사가 발표되면 북한 주민들 사이에는 ‘김정은 신년사 암기’ 열기가 달아오른다. 북한 당국은 우승상품을 걸어 신년사 암기를 독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승상품으로 태블릿PC ‘묘향’과 오리털 방한복 등이 있다.

이 때문에 매년 1월이면 북한에서는 주민들이 모여 신년사를 암기하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신년사를 암기하지 못할 경우 서로의 잘못을 비판하는 ‘생활총화’에서 비판 대상이 될 수 있어 한편으론 부담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올해 김정은 신년사는 총 1만자를 넘겨 연설하는 데만 30분이 소요됐다.

이밖에 북한 주민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각종 공연도 열린다. 김씨 일가 찬양을 주된 내용으로 한 설맞이 공연은 북한 전역에서 펼쳐진다. 대도시에서는 몇백 명 이상의 대규모로, 지방에서는 100명 미만으로 열리며 주민들은 공연을 즐기는 동시에 충성 결의를 다진다.

설맞이 공연은 체제선전을 위한 퍼포먼스임에도 주민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예술체육·과학교육을 담당하는 만경대학생소년궁전과 평양학생소년궁전에서 열리는 공연이 유명하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매년 공연장은 해당 공연을 보기 위한 주민들로 꽉 찬다. 2017년 12월 31일에는 만경대학생소년궁전에서 학생들의 설맞이 공연 ‘세상에 부럼 없는 행복의 노래’가 펼쳐져 큰 호응을 얻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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