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일가 갑질’ 대한항공…불똥 튄 진에어 ‘십년감수’
‘박삼구 미투‧기내식 대란’으로 얼룩진 아시아나항공
LCC 날아올라…순이익 ‘TOP’ 제주항공, 3수 끝 ‘유가상장’ 에어부산

사진=연합뉴스

올 한 해 항공업계는 다사다난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여러 이슈로 굴곡진 한해를 보낸 반면 저비용항공사는 날개를 펴 날아올랐다.

대한항공은 ‘총수일가 갑질’로 날개가 꺾여 나락으로 추락했다. 대한항공의 추락은 진에어까지 영향을 끼쳤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박삼구 회장의 미투 사건으로 상반기 잡음이 일었다. 미투 사건이 잠잠해지려던 찰나 기내식 대란이 발발했다. 기내식 대란은 이용객들의 불편을 초래했고,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이 목소리를 높이게 된 계기가 됐다.

부정적 이슈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연말 저비용항공사의 호재로 햇살이 들었다. 그 중에서도 제주항공과 에어부산의 성장은 빛났다.

◆‘총수일가 갑질’ 대한항공…불똥 튄 진에어 ‘십년감수’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의 갑질은 대한항공 직원들을 하나로 뭉치게 했다.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갑질과 폭언 이슈를 시작으로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이 한진그룹 계열 호텔 공사장에서 관계자들에게 손찌검하는 영상이 차례로 공개됐다.

이에 500여명의 대한항공 직원들은 광화문 광장에 위치한 세종문화회관 계단에 모여 조 회장 일가의 갑질과 직원 간 이간질로 얼룩진 대한항공의 실체를 폭로했다.

조 회장 일가의 만행은 진에어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진에어 부사장에 올라있던 조 전 전무가 외국인 국적을 가진 채 6년간 등기이사로 재직한 사실이 알려진 것. 우리나라 항공법상 외국인이 등기이사로 재직할 경우 불법으로 간주, 해당 항공사에 면허취소 제재를 가할 수 있다. 논란이 일자 조 전 전무는 진에어 부사장 자리에서 사임했지만, 국토교통부는 ‘진에어 면허취소’ 제재검토에 착수했다.

진에어가 면허취소 처분을 받게 되면 항공 사업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다. 진에어에서 근무하는 약 1900여명의 직원들이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진에어 직원들의 생계 문제로 논란이 일자 국토부는 지난 6월 29일 발표하겠다던 면허취소 여부를 청문절차를 통해 결정하겠다며 최종 결정을 연기했다.

국토부는 2차례에 걸쳐 진에어 면허취소 관련 청문회를 개최하고, 8월 17일 “직원들의 생계가 더 중요하다”는 이유로 면허를 유지하는 것으로 진에어 사태를 매듭지었다.

진에어는 면허 유지로 한숨 돌렸지만 기를 펴지는 못 했다.

국토부는 진에어의 면허는 유지하되 ▲일정기간 신규노선 허가 제한 ▲신규 항공기 등록 및 부정기편 운항허가 제한이라는 제재를 걸었다. 또 엔진결함 은폐‧조작에 대해 과징금 60억원을 부과했다.

진에어는 현재까지 신규노선에 대한 취항과 신규 항공기 등록 등 사업 확장을 하지 못하고 있다.

◆‘박삼구 미투‧기내식 대란’으로 얼룩진 아시아나항공

아시아나항공도 총수일가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지난 2월초부터 ‘#미투(#MeToo)’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박 회장은 비행을 앞둔 여성 승무원을 격려하는 차원에서 악수나 포옹, 어깨를 두드리는 등 스킨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불거진 뒤 박 회장은 사과에 나섰다. 직후 대한항공 총수일가 갑질 논란이 터지면서 미투 논란은 잠잠해지는 듯 했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하반기 ‘기내식 대란’으로 다시 한 번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 7월 1일 아시아나항공은 신규 업체에서 기내식을 공급받기로 했지만, 지난 3월 해당 업체의 공장에 화재가 발생하면서 기내식 공급에 차질이 생겼다. 결국 7월 1일부터 이틀에 걸쳐 기내식을 정상적으로 공급받지 못한 채 비행을 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까지 맞게 됐다. ‘노 밀(No Meal)’ 사태가 발생하자 승객들은 불만을 표출했고 이는 모두 승무원들이 감당해야 했다.

아시아나항공은 기내식 대란을 수습하고자 기내식 임시 공급업체로 ‘샤프도앤코’를 선정해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샤프도앤코는 아시아나항공의 1일 기내식 공급량을 충당하지 못하는 중소기업이었다. 결국 샤프도앤코의 윤모 대표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이에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은 박 회장을 비롯한 책임자들의 경영 퇴진을 요구했다.

또한 아시아나항공 소액주주들은 아시아나항공 경영진의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가 있다고 판단,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아시아나항공은 기존 기내식 공급업체였던 LSC스카이셰프코리아에 계약 연장을 조건으로 투자를 요구했으나 LSC 측은 이를 거절했다. 결국 계약연장이 무산되면서 아시아나항공은 기내식 공급업체를 변경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기내식 공급물량을 맞출 수 있는지 검증조차 되지 않은 신규 업체와 계약을 맺었고, 결국 기내식 대란을 초래했다는 것이 소송을 제기한 소액주주들의 주장이다.

기내식 대란은 김수천 사장이 모든 책임을 지고 사퇴하고, 아시아나항공이 9월 12일 게이트고메코리아(GGK) 측으로부터 기내식을 공급받으면서 사태는 두 달 만에 일단락됐다.

항공업계 관계자들은 올 한해를 역대 최악의 한 해로 평가한다. 그들은 “숫자로 드러나는 실적은 좋아 보일 수 있으나 소통부재와 인력부족 등의 문제는 아직 산적된 채 해결이 되지 않고 있다”며 “근무환경도 아직까지 열악하고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면 내년에도 항공업계 종사자들의 불만은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각 사

◆날개 펴는 LCC…순이익 ‘TOP’ 제주항공, 3수 끝 ‘유가상장’ 에어부산

제주항공은 올해 3분기까지 국내 항공사 중 가장 많은 당기순이익을 달성했다. 이는 저비용항공사(LCC) 뿐만 아니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까지 모두 포함한 것이다. 이와 동시에 항공기도 추가로 도입해 덩치도 키워나갔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올해 3분기까지 매출은 9412억원, 영업이익 962억원, 당기순이익 838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제주항공의 역대 최대 실적으로, 국내 LCC 최초로 연 매출액 1조 클럽 가입을 기정사실화 했다.

제주항공은 올해 31대의 항공기로 비행을 시작한 뒤 7대의 항공기를 추가 도입했다. 또 취항 12년 6개월 만에 누적 탑승객 6000만명을 돌파하는 등 성공적인 한 해를 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에어부산도 눈길을 끌었다. 에어부산은 27일 유가증권시장 코스피에 신규 상장돼 거래를 시작했다. 2007년 설립돼 2008년 첫 비행을 시작한지 10년만의 쾌거이자 상장 ‘3수생’ 에어부산의 숙원을 푼 것이다.

에어부산은 과거 두 차례 상장을 추진했다 무산된 아픈 기억이 있다. 부산지역 주주들의 반대 때문이었다. 하지만 업계 상황상 더 이상 상장을 미룰 수 없다는 점과 지역주주들의 인식 전환이 맞물리면서 마침내 상장에 성공하게 됐다.

◆신생 항공사 4곳 출사표, 7번째 LCC는 누구?

국토부가 면허 신청서 접수 기한으로 공지한 지난 11월 9일까지 국제운송사업자면허 신청서를 제출한 신생 항공사는 4곳이다. 강원도 양양공항을 거점으로 출범 준비 중인 플라이강원과 충북 청주공항 기반의 에어로케이, 인천을 기점으로 한 에어프레미아, 전남 무안공항을 거점으로 소형 항공운송사업을 하는 에어필립 등이다.

이들 중 한 곳만이 국토부 심사를 통과, 국내 7번째 LCC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항공업계는 대형항공사와 LCC를 포함해 모두 9개 항공사가 하늘을 누빌 예정이다.

국토부는 안전과 재무상황, 수요확보 가능성, 소비자편익 등 사업계획서의 여러 분야에 대해 한국교통연구원과 함께 전문적인 분석과 검토를 하고 있다. 이 과정이 마무리되면 전문가들이 포함된 면허자문회의에서 결과를 종합해 최종 면허발급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그러면서 국토부는 면허발급에 조건을 걸었다. 사업면허를 받으면 1년 이내에 운항증명(AOC)을 받고, 2년 이내에 노선허가 취득과 취항을 해야 한다는 것. 국토부는 면허를 취득한 LCC가 이를 이행하지 못할 시 면허를 회수할 방침이다.

현재 계획대로라면 2018년 3월까지는 면허발급 절차가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파이낸셜투데이 제갈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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