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보험, 특정 기간 사망 보장으로 보험료 저렴
중도 해지보다는 만기 유지 전략이 현명

광화문역 인근에서 시민들이 출근길을 재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기보험은 ‘꿩 대신 닭’에서 닭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종신보험의 보험료가 비싸 상대적으로 보험료가 저렴한 정기보험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귀해서 보기 드문 ‘꿩’보다는 흔하지만 당장 구하기 쉬운 ‘닭’이 현실적으로 더 나을 수 있다.

한 가정의 가장은 경제력을 책임지기 때문에 조기 사망으로 인한 부재 시 남겨진 가족들은 정신적·경제적 고통을 안게 된다.

이 같은 가장의 부재 시 유가족의 안정된 생활과 경제적 고통을 줄이고자 가입하는 보험이 사망보험이다.

사망보험은 크게 만기 없이 종신토록 피보험자의 사망을 보장하는 ‘종신보험’과 일정 기간 안에 사망해야 보장을 받을 수 있는 ‘정기보험’으로 나뉜다.

​보험료는 보험금을 지급할 확률에 따라서 정해진다.

언젠가는 반드시 100% 지급해야 하는 종신보험에 비해 정기보험은 지급 확률이 떨어지다보니 그만큼 보험료가 저렴해진다.

종신보험은 전 생애를 보장 기간으로 삼아 언젠가는 반드시 보험금을 100%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보험료가 비싸다. 하지만 정기보험은 일정한 보험 기간 내에 피보험자가 사망했을 경우 약정된 보험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지급 확률이 떨어져 그만큼 보험료가 저렴하다.

가령 A사에 보험가입금액 1억원, 40세 남자가 보험료 납입 기간 20년의 보험을 가입한다면 종신보험은 한 달에 약 19만3500원을 납입해야 한다. 하지만 정기보험은 70세 만기인 경우 약 4만9400원의 보험료만 내면 된다.

종신보험은 10년 유지율이 업계 평균 약 31%에 불과할 정도로 유지하기 어려운 보험으로 꼽힌다. 10년 새 7명이 여러 가지 이유로 보험을 해지하는 셈이다.

종신보험 특성상 사망보험금 규모가 클수록 매월 내야하는 보험료도 높고 가입 이후 20년 이상 납입해야 하는 등 가입 유지가 힘들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가계가 어려워지면 가장 먼저 해지를 고려하는 보험이 종신보험일 것”이라면서 “상대적으로 보험료가 비싸고 사망 보장이 먼 미래의 일처럼 생각되기 때문에 경기가 어려워질수록 종신보험을 해지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일부 보험설계사 등이 연금 전환 기능을 강조해 종신보험을 판매하는 등 불완전판매도 종신보험의 유지율 저조에 한몫한다. 불완전판매는 곧 민원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생명보험협회가 공시한 각 보험회사별 민원 건수를 분석해보면 올해 3분기 총 8017건의 민원 중 종신보험이 차지한 민원이 2483건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연금보험 2194건, 보장성 보험 1791건, 변액보험 1099건, 저축보험 272건 순이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종신보험은 기본적으로 보장성보험으로 저축성보험보다는 보험설계사에게 더 많은 수수료가 지급된다”면서 “종신보험의 연금 전환 기능을 연금인 것처럼 유도해 판매해서 민원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종신보험은 납입한 보험료에서 사망보험금 지급을 위한 재원인 위험보험료, 비용‧수수료가 차감되고 적립되기 때문에 10년 이상 보험료를 납입해도 적립금(해지환급금)이 이미 납입된 보험료(원금)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종신보험을 유지하다 중도에 해지하면 손해가 큰 이유다.

사진=연합뉴스

금융감독원도 올해 8월 일부 소비자들이 종신보험의 연금 전환 기능만을 보고 종신보험을 연금보험으로 오인하거나 연금보험보다 종신보험이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는 잘못된 사실이라면서 주의를 당부한 바 있다.

대신 보험 가입의 목적과 재무 상황에 맞게 종신보험과 정기보험을 충분히 비교해 보험계약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사망보험 가입을 생각하고 있다면 종신보험과 정기보험을 같이 고려하는 것이 좋다. 보험 가입을 하는 분명한 목적과 필요성을 인지한 소비자라면 정기보험을 현명하게 활용할 수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가장의 부재로 어린 자녀들의 경제적 어려움이 걱정된다면 정기보험이 일정 기간 동안만 보장해 주는 대신 보험료가 저렴한 점을 활용해 자녀가 경제 활동을 하기 전까지를 보장 기간으로 설정하면 된다”고 말했다.

정기보험도 보험 기간을 70, 80세까지로 길게 설정할 수 있다. 부모가 이 나이에 사망하는 경우 대부분 자녀가 경제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부모의 사망이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종신보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반면 정기보험은 만기를 넘어서면 보장이 종료되고 만기 시 대부분 환급금이 없거나 적다. 또 종신보험처럼 필요 시 연금 전환 기능이 없는 것도 단점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정기보험의 가입 목적은 가장이 퇴직하기 전 혹은 자녀가 경제적으로 독립하기 전까지 불의의 사고나 질병으로 갑자기 사망했을 때 남은 가족들의 생계에 보탬이 되기 위한 것으로 한정하는 것이 좋다”면서 “부담스러운 보험료 때문에 보험을 유지 못해 정작 필요할 때 보장 못받는 것보다 만기까지 유지하는 전략으로 유사시 확실하게 위험에 대비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이진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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