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관계 호전…북한 전담팀 만드는 증권사
거래소·예탁결제원, 평양 거래소 설립 언급…“먼 미래에 가능”

지난 4월 27일 판문점에서 만난 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연합뉴스

11년 만의 3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는 등 올 한 해 남북 관계에 유례없는 진전이 일어나면서 남북 간 경제협력 기대감이 커졌다. 이에 증권업계는 북한 공부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신한금융투자가 가장 먼저 움직였다. 지난 4월 리서치센터 내 ‘한반도 신경제 팀’을 꾸려 남북 간의 경제협력 관련 보고서를 집중적으로 발간하기 시작했다.

‘한반도 신경제 팀’은 리서치센터 소현철 기업분석부 이사를 팀장으로 이선엽 투자분석부 부장, 김윤서 투자전략부 책임연구원 등 총 3명으로 구성된 TF(태스크포스)다. 특히 소 이사는 북한대학원대학교 북한 경제학 박사과정을 수료하는 등 증권업계 유일한 북한 전문가다.

신경제 팀은 지난 6월 ‘한반도 신경제지도와 주식시장’을 주제로 리포트를 발간했다. 향후 신경제지도와 북한의 경제특구를 연계한 종합적인 북한 경제를 분석해 북한의 경제·산업 관련 보고서를 시리즈로 발간할 예정이다.

삼성증권도 북한 전담 리서치팀을 신설했다. 지난 6월 북한과 관련된 투자분석을 담당할 북한 전담 리서치팀을 설립했다. 국내 증권사 중 북한 관련 전담 연구팀을 만든 것은 삼성증권이 처음이다.

삼성증권은 북한과 관련된 지정학적 상황이 단기적 시장 테마를 넘어 국내 기업들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발전하는 초기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보고 중장기적 관점에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분석을 제공하기 위함이라고 ‘북한투자전략팀’ 신설 이유를 설명했다.

특히 전략적 제휴 관계에 있는 중국 중신증권과 베트남 호치민증권을 통해 덩샤오핑이 주도했던 중국의 경제 개방, 도이모이로 상징되는 베트남 개혁 등 북한경제개발의 선행 모델에 대한 정보를 공유받을 수 있어 업계에서 가장 심도 있는 북한 경제 분석이 가능할 것으로 삼성증권은 기대했다.

하나금융투자 역시 리서치센터 내 ‘한반도 통일경제’ TF를 꾸렸다. 북한 이슈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다양한 사업 기회를 포착하기 위해 비상설 조직으로 마련한 것이다. TF는 리서치센터 연구원 5명과 외부 자문위원 2명으로 구성됐다.

TF는 매분기 ‘프로젝트 코리아(PROJECT KOREA)’라는 계간지를 발간하고 분석 자료도 낼 예정이다. 지난 7월 첫 발간된 프로젝트 코리아에는 북한의 경제발전전략, 북·중 교류 현황 및 개성공단 경협 사례에 대한 분석자료 등이 담겼다.

TF 발족 당시 이진국 하나금융투자 사장은 “급변하는 한반도의 정치·외교 지형 속에서 슬기롭게 ‘통일 한국시대’를 맞이하기 위해선 금융투자회사 또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며 “이는 하나금융투자가 통일 한국시대를 선도하는 금융투자회사가 되기 위한 위대한 첫 발걸음이 될 것이다”고 밝혔다.

아울러 8월에는 ‘한반도 통일경제 포럼’도 개최했다. 포럼에는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참석해 남북미 정상회담으로 맞이한 한반도 평화와 번영의 시대에서 한반도 정세 진단 및 통일 한국의 경제발전 방향을 전망했다.

전담 리서치센터를 신설하지 않았지만 북한 관련 보고서를 발간한 증권사도 있었다. KB증권은 남북 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 남북 경제협력 등 북한 관련 이슈에 대해 분석보고서를 발간했다.

한국거래소와 한국예탁결제원도 통일을 대비한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정지원 거래소 이사장은 지난 7월 열린 ‘2018년 하반기 KRX 주요사업’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북한 경제 개발을 위한 대규모 자금 조달과 시장 경제 체제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자본시장 개설이 필요하다”며 “실무연구반을 조직하고 여건이 성숙했을 때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 가지 여건이 성숙한다면 북한이 거래소를 설립하게 될 것이다”며 “한국거래소는 베트남이나 캄보디아, 라오스에 거래소를 설립한 경험이 있어 도움이 될 것이라 본다”고 설명했다.

예탁결제원도 지난 9월 상반기 주요사업 추진실적 및 향후 추진계획을 발표하는 간담회에서 남북 경제협력 활성화를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예탁결제원은 기존 조직을 활용한 북한 자본시장 연구에 필요한 기본적인 자료조사를 수행하고 있다.

이어 해외의 금융 체제 전환 사례 등 북한 자본시장 조사연구를 수행하고 향후 북한 내 자본시장 설립 추진 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할 계획이다.

또 북한의 주식회사 설립·운영, 주식·사채 발행 등 증권 발행시장 관련 제도 및 시스템 구축을 지원하고 전자증권 제도 등 선진 예탁결제 시스템이 구축될 수 있도록 지원방안을 연구할 방침이다.

반면 전문가들은 거래소 설립을 논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의견을 내놨다.

증권사 북한 관련 연구원은 “북한은 개인 재산이 인정되지 않는 국가이기 때문에 체제 개선이 있지 않은 한 거래소 설립은 먼 이야기다”며 “실제로 통일이 되고 체제가 변하고 난 뒤인 먼 미래에는 가능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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