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경협 관련 보험제도 개선해야
휴업손실리스크·실물자산 손상 등 담보 확대 필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4월 27일 오전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만나 공식환영식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4월 27일 판문점 남측지역인 평화의 집에서 첫 정상회담을 가진 날,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군사분계선(MDL)에서 손을 맞잡았다.

이날 두 정상의 판문점 군사분계선(MDL) 악수와 도보다리 산책은 전 세계에 생중계되기도 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올해 세 차례 남북 정상회담을 가졌다. 4월 27일 첫 회담 이후 5월 26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사전 예고 없는 깜짝 회담을 열었고 9월 18∼20일 문 대통령의 평양 방문으로까지 이어졌다.

이 같은 만남은 한반도 전쟁 위기를 불식시키고 남북 관계 진전의 토대를 이뤘다는 평가가 나온다. 두 정상은 판문점 선언, 평양 공동선언, 군사 분야 합의서를 통해 군사적 긴장 완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등에 합의했다.

여론도 2018년 올해의 뉴스 1위로 ‘남북정상회담’을 꼽았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지난 21일 전국 19세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p)한 결과 2018년 ‘올해의 뉴스’를 묻는 말에 ‘정상회담’이 가장 많은 28.0%의 응답률을 기록한 것이다.

특히 지난 9월 19일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남과 북이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사업을 우선 정상화하고 서해경제공동특구와 동해관광공동특구를 조성하는 문제를 협의하겠다고 밝혀 남북 경제협력(경협) 기대감을 높였다.

반면 중소기업중앙회와 개성공단기업협회에 따르면 남북 정상의 판문점 선언 이후 개성공단 입주기업 96%는 “개성공단이 다시 문을 열면 재입주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지만 개성공단 입주기업인 69.3%는 “정부와 북한의 재개 조건과 상황 판단 후 재입주하겠다”고 응답해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기업들이 재입주를 결정할 때 개성공단의 안정적 운영을 고려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에 전문가들은 과거 개성공단 실패 사례를 거듭하지 않기 위한 안전장치로 ‘경제협력사업보험(경협·교역보험)’을 재정비해 놓아야 한다는 의견이다.

보험연구원도 그동안 남북 경협 추진 과정에서 문제점으로 부각된 것은 기업들의 불안정한 환경이었다면서 남북경협 추진에 앞서 보험제도 개선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협·교역보험은 북한과의 교역과 경제 분야 협력사업 추진 과정에서 경영 외적인 이유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남측 기업의 손실을 보장하기 위해 남북협력기금지원제도의 형태로 2004년 도입된 비영리 정책보험제도다.

사진=연합뉴스

경협보험은 공장이나 기계설비 등 투자자산이 보험 대상이며 원부자재 완제품 등 유동자산에 대해서는 교역보험을 통해 보장받을 수 있다.

경협·교역보험의 관리주체는 통일부로서 남북교류협력추진위원회에서 정책심의기구를 맡고 기금수탁관리기관과 운영은 수출입은행이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2004년 도입 이후 보상한도를 지속적으로 확대했음에도 기업의 실질적인 손실을 보장하는 데 한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협보험의 기업별 보험가입한도는 2004년 제도 도입 당시 20억원 수준에서 2006년 50억원, 2009년 70억원 등 세 차례에 걸쳐 보장한도를 상향 조정한 바 있다.

안철경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과거 보험사고 패턴을 볼 때 경협보험 사고는 발생 빈도는 낮지만 사고가 발생하면 피해액 규모가 크다”면서 “지금 보상한도로는 기업의 피해를 보상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2016년 개성공단 폐쇄 후 실제 피해액은 1조5000억원 이상으로 조사됐으나 104개 업체를 대상으로 지급된 보험금은 모두 2945억 원으로 한 기업당 약 28억3000만원의 보험금이 지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보험사고 발생지역의 특수성으로 인해 사고 원인에 대한 조사와 피해액 산정에 한계가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안 연구위원은 “보험사고 지역이 북한이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보험가액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어려워 보험자와 보험계약자 간 분쟁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경협 기업에 대한 실질적 위험보장이 이뤄질 수 있도록 휴업손실 리스크, 실물자산 손상위험, 태업 등 상품개발이나 담보 범위를 확대·운영하기 위해 개성공업지구 보험규정 개정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면서 원활한 보험업무 수행을 위해 남북공동의 합영보험회사 설립을 제안했다.

세부적으로는 기업휴지보험과 같이 사업 중단에 따른 휴업손실 보장을 위한 보험상품 개발과 부당한 과세, 파업, 태업 등 북측의 일방적인 행정 조치나 지시로 기업 활동을 실질적으로 지속하기 어려운 경우에도 보험금이 지급될 수 있도록 위험담보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또 현재 운영 중인 경협·교역보험 상품의 주요 과제인 보상한도, 보험금 산정 방식, 적정 보험요율, 보험 가입 여부에 따른 형평성 등과 관련해 개선 방안 마련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경협·교역보험 시장에 민간보험회사나 해외 보험사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안 연구원은 “남북 간 교류 확대에 대비해 민간 보험회사도 경협 관련 보험시장 참여를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북한 보험시장 진출을 위한 선제적 조치로 해석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북한 보험시장의 성장 잠재력은 높은 것으로 평가되지만 위험성도 그만큼 높은 것이 사실”이라면서 “보험규정 개정과 남북 간 정치적 불투명성이 해소된다면 위험의 측정과 예측도 어느 정도 가능해져 민간보험회사가 북한 보험시장에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이진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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