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이월된 물량까지 다수 포함, 봄·가을 성수기 집중
무주택자 ‘내 집 마련’ 기회 확대…인기 단지 중심 ‘로또청약’ 발생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새해에 약 39만가구의 분양물량이 대거 쏟아질 것으로 예정돼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 기회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 23일 부동산114가 내년 민영아파트 분양계획을 조사한 결과 전국 365개 사업장에서 총 38만6741가구가 공급된다. 이는 올해 분양연기를 거듭했던 단지들이 상당수 포함됐다.

권역별로는 수도권이 22만4812가구, 지방에서 16만1929가구가 예정돼 있다. 경기도가 11만2195가구로 가장 많다. 서울과 인천은 각각 7만2873가구, 3만9744가구로 파악됐다.

지방에서는 부산이 3만7419가구로 가장 많고 대구(2만4779가구)와 경남(2만191가구), 충남(1만6487가구), 광주(1만5915가구) 등이 뒤를 이었다.

이처럼 분양물량이 늘어난 데는 올해 급변한 부동산정책이 요인으로 작용했다. 올해 국내 주요 건설사들의 분양실적은 22만2729가구로 당초 예정된 41만7786가구의 53% 정도에 그쳤다. 9·13부동산대책, 청약제도 변경, HUG와의 분양가 조율 등으로 분양을 미룬 단지는 19만5057가구에 이른다.

내년 계획된 분양물량은 2014년부터 올해까지 최근 5년 평균 분양실적(31만5602가구) 대비 약 23%(7만1139가구) 더 많다.

월별로는 봄·가을 분양 성수기에 물량이 집중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내년 4월(3만7127가구), 9월(3만8659가구)에 물량이 몰렸다. 분기별로는 ▲1분기 6만6454가구 ▲2분기 9만3127가구 ▲3분기 6만3888가구 ▲4분기 4만9566가구 등이다.

재건축·재개발 물량도 상당하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 비율은 전체 분양예정 물량의 절반을 넘는 약 53%(20만4369가구) 정도다. 서울의 공급물량 대부분은 재건축·재개발 물량이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위시티2지구 A2블록에 들어서는 GS건설 ‘일산자이3차’는 견본주택 오픈 첫 주말 3만여명의 인파가 몰렸다. 사진=GS건설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4단지’ 3343가구,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재건축’ 1만2032가구 등이 분양 준비 중이다. 동대문구 전농동 ‘청량리역롯데캐슬SKY-L65’ 1425가구, 성북구 장위동 ‘장위4구역자이’ 2840가구 등도 분양예정이다.

지방에서는 부산 수영구 남천동 ‘부산삼익타워재건축’ 913가구, 부산 남구 대연동 ‘대연4재개발’ 1057가구, 광주 동구 계림동 ‘광주계림2구역재개발’ 1715가구, 광주 남구 월산동 ‘광주남구반도유보라’ 889가구 등이 주요 단지로 꼽힌다.

경기 침체와 강화된 부동산규제 등으로 주택 매매시장은 내년까지 하락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새집 선호가 높아지고 주변 시세 대비 분양가가 2억~3억원 가량 저렴하게 책정된 탓에 분양시장 열기는 뜨거울 전망이다.

앞서 11일부터 시행된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 따라 추첨제 물량의 75% 이상이 무주택자에게 우선 배정돼 실수요자들의 관심은 더욱 집중될 것으로 판단된다. 추첨제 물량 75%를 제외한 잔여 주택은 무주택자와 1주택 실수요자(기존주택 처분 조건 승낙자), 이후 남은 주택은 1주택(유주택자)에 돌아간다.

올 한해 분양시장은 수도권 및 대전·광주·대구 등 광역시의 입지가 좋은 아파트에 일명 ‘로또 청약’이라는 신조어가 따라붙을 만큼 분양 신드롬이 일었다. 전문가들은 내년 서울에 공급되는 재건축·재개발 아파트 및 2기 신도시에 들어서는 인기·유망 단지에서 높은 청약경쟁률을 보이는 등 청약 쏠림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선주희 부동산114 선임연구원은 “11일부터 개정된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 따라 무주택자의 범위가 좁아지고 혜택은 확대됐다”며 “내년 분양시장은 무주택자 중심으로 변모하면서 투기대상이 아닌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기회가 확대되는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일단 청약제도 자체가 무주택자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게 변경됐고 HUG에서 고분양가를 견제해주고 있어 무주택자의 경우 내년 분양시장을 통해서 내 집 마련을 검토하는 게 현명할 수 있다”며 “다만 지금처럼 분양시장이 양극화될 수는 있다. 일부 단지에서는 로또 청약이 발생할 수 있으나 대개 전매제한이 있어 우려하는 정도는 아닐 것 같다”고 설명했다.

파이낸셜투데이 배수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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