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총리 주재 국무회의에서 약정휴일수당 관련 수정안 마련키로…31일 의결
정부 “개정안으로 주휴수당·약정휴일수당 지급의무 새로 발생하는 것 아냐”
‘노동시간 단축 관련 계도기간’ 연장 계획…현장 혼란, 합리적 조정 불가피

이재갑 고용부 장관이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최저임금 개정 관련 브리핑을 마친 뒤 브리핑룸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저임금 시급 산정 방식에서 ‘약정휴일’(노사 간 약속으로 정하는 법정외휴일)이 제외되고 법정 주휴일은 포함될 예정이다.

정부는 24일 “법정주휴가 아닌 노사 간 약정에 의한 유급휴일수당과 시간까지 산정 방식에 고려됨에 따라 경영계의 부담이 가중된다는 우려가 제기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정부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를 통해 최저임금법 개정 시행령안을 논의한 결과 약정휴일수당과 관련해 수정안을 마련키로 했다. 이 수정안은 이날 재입법 예고하고 오는 31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할 계획이다.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최저임금법 제정 이래 30년간 산업현장에서 일관되게 적용돼 온 월급제 근로자의 시급 전환 산정 방식을 명확히 하기 위한 것이다. 일부 오해가 있는 것처럼 이번 시행령 개정으로 주휴수당 지급의무 또는 약정휴일수당 지급의무가 새롭게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었다.

이에 대해 이재갑 고용부 장관은 국무회의가 끝난 뒤 브리핑을 열고 “이러한 오해를 해소하기 위해 수정안을 마련키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월급제 근로의 경우 시급으로 결정된 최저임금액 미달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월급을 시급으로 환산해야 한다. 이 환산 방식을 규정하는 현행 최저임금법령에서는 월급을 ‘소정근로시간 수’로 나누고 있다. 그동안 이 ‘소정근로시간 수’의 해석에 있어서 법원의 판단과 고용부의 해석에 차이가 있어 왔다.

이 같은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고용부는 시행령을 개정해 산업현장에서 적용돼 온 방식대로 ‘소정근로시간’ 외에 ‘주휴시간이 포함된 유급으로 처리되는 시간 수’를 포함하도록 했다.

국무회의에서 논의한 결과에 따르면 약정휴일수당과 시간을 소정근로의 대가와 시간으로 인정하지 않은 올해 10월 판시된 대법원 판례를 추가 반영해 약정휴일에 대해서는 최저임금 시급 산정 방식에서 모두 제외하는 것으로 시행령‧시행규칙안을 개정하기로 했다.

또한 토요일을 약정휴일로 유급 처리하는 일부 기업의 경우 시간급 환산 시 적용하는 시간이 243시간이나 된다. 이러한 일부 기업의 관행이 저임금 근로자의 생계 보장을 위한 최저임금제도 자체에 대한 논란으로 번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결론이다.

하지만 정부는 법정 주휴일의 경우 ▲최저임금위원회가 법정 주휴시간을 포함해 209시간을 기준으로 최저임금 월 환산액을 병기해온 점 ▲올해 초 국회에서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편을 위한 최저임금법 개정 시 209시간을 상정하고 논의한 점 ▲산업현장에서도 관행으로 209시간을 기준으로 산정 방식이 정착돼 온 현실을 고려해 당초 개정안대로 시급 산정을 위한 시간과 임금에 포함되도록 했다.

정부는 “약정휴일수당을 지급하는 사업장에 있어서 근로시간과 관계없이 해당 금액분을 최저임금에 산입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향후 노사 의견을 수렴해 검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2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최저임금 개정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연봉 5700만 원을 받으면서 최저임금에 위반되는 문제가 언론 등을 통해 제기된 바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이는 최저임금 법령해석의 문제가 아니라 기본급이 전체 급여의 40%에도 미치지 못하는 해당 기업의 임금 체계의 문제”라며 “그 해법은 상여금 지급주기 변경을 통해 이를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넣을 수 있도록 임금 체계를 개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산입범위를 합리적으로 개편해 매월 지급되는 상여금과 복리후생비의 일정 부분을 추가하기로 했다.

또한 현재 격월, 분기별로 지급되는 상여금 등에 대해 법률에서는 근로 조건의 불이익 변경이 아니라는 전제 하에 취업규칙 변경 시 근로자 과반수의 의견을 들어 지급주기를 변경토록 특례를 두고 있다.

이에 정부는 법률 개정의 취지를 반영해 상여금 지급주기를 취업규칙이 아닌 사업장의 단체협약을 개정해야 하는 경우에 노조의 동의를 받기 위한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내년도 법 집행 과정에서 고액 연봉이면서 기본급이 낮은 임금 체계 문제로 최저임금 위반 논란이 생기는 사업장에 대해서는 상여금 지급주기 변경 등 임금 체계 개편을 위한 자율 시정기간을 부여하기로 했다.

정부는 “하지만 이는 최저임금액 수준만을 받고 일하는 저임금 노동자 분들에 대한 최저임금 위반까지 용인하는 것은 아니다”며 “저임금 근로자들의 생계 보장이라는 최저임금법의 본래의 취지는 확실하게 산업현장에서 실천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자율 시정기간 부여 대상은 최저임금법 개정에 따라 정기상여금 등의 지급주기를 변경하면 최저임금 위반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 사업장으로 내년 1월 1일 이후의 최저임금 위반 금액이 있지만 사업장에서 임금 체계 개편 의지가 있는 경우가 해당된다.

임금 체계 개편을 위해 취업규칙 개정이 필요한 경우에는 최장 3개월, 단체협약 개정이 필요한 경우에는 최장 6개월(3개월+3개월 추가)까지 별도의 근로감독 지침에 따라 자율 시정기간을 부여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사법 처리 과정에서 법 위반 사실과 함께 임금 체계 개편을 위한 사업주의 노력 등도 함께 수사할 예정”이라면서도 “다만, 이번 조치는 기본급이 낮고 상여금 등이 높은 불합리한 임금 체계를 가진 사업장에 대해 합리적인 개편을 유도하기 위해 내년 한 해 동안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저임금액 수준만을 받고 일하는 저임금 노동자들에 대한 최저임금 위반의 경우는 원래대로 별도 시정기한을 부여하지 않고 고의적인 법 위반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처리할 계획이라는 설명이었다.

이낙연 총리가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노동시간 단축 관련 계도기간 연장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이에 대해 이 총리는 “주 52시간 근무제는 연말로 계도기간이 끝난다. 탄력근무제 조정 방안에 대한 경사노위의 논의가 매듭지어지지 않은 단계에서 계도기간만 끝나면 현장은 매우 혼란스러울 것”이라며 “합리적 조정이 불가피해졌다”고 밝혔다.

지난 7월 1일부터 300인 이상 기업과 공공기관에 주 최대 노동시간을 52시간으로 단축하는 근로기준법이 시행된 후 정부는 노동시간 단축의 원활한 현장 안착을 위해 범정부 지원 대책, 현장 지도·지원 등 후속 조치를 실시해 왔다. 이어 준비기간이 부족한 점을 감안해 연말까지 계도기간을 부여한 바 있다.

정부가 300인 이상 기업을 모니터링 한 결과 주 52시간 이내로 근로하는 기업이 3월에는 58.9% 정도였지만 10월 말에는 87.7% 수준까지 증가했다. 하지만 12.3%의 기업은 노동시간 단축에 애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 일정 범위의 기업에 대해서는 계도기간을 연장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계도기간 연장 대상 기업은 ▲사업의 성격상 업무량의 변동이 커서 특정 시기에 집중근로가 불가피하지만 현행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단위기간이 짧아 어려움을 겪는 기업 ▲근로시간 단축을 노력하고 있지만 준비기간이 부족한 기업 등이다.

계도기간은 탄력적 근로시간제 관련 기업에는 탄력적 근로시간제 개정법이 시행되는 시점까지 부여되고 노동시간 단축 준비기간이 필요한 기업은 내년 3월 31일까지 부여된다.

내년 최저임금은 올해 대비 10.9% 인상된 8350원이다. 월급 기준으로 174만5150원이다.

이에 정부는 “내년부터는 매월 지급되는 상여금과 복리후생비의 일부가 최저임금에 산입돼 기업의 실질 임금인상 부담은 다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며 “소상공인의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담 완화를 위한 실질적인 지원 방안도 별도로 마련 중에 있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투데이 강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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