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흡기 V6 엔진 탑재…부드러운 가속력 자랑
민첩한 기동성 갖춰, 트립상 평균 연비 ℓ당 11km 전후

혼다 뉴 파일럿. 사진=제갈민 기자

자동차업계가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이에 질세라 혼다도 자사 대형 SUV 파일럿을 마이너 모델체인지로 상품성을 강화해 국내에 출시했다.

혼다 파일럿의 마이너 모델체인지인 ‘뉴 파일럿’은 현대자동차의 대형 SUV 팰리세이드와 출시 시기가 우연히 겹쳐 경쟁구도를 이루게 됐다. 뉴 파일럿은 기본 트림에도 모든 안전사양과 다수의 편의사양이 제공됨에도 5000만원 중반부터 가격이 책정됐다. 팰리세이드 가솔린 모델 풀옵션이 5000만원에 육박한 가격대에 출시된 점을 감안하면 경쟁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뉴 파일럿의 차체 제원은 전장 5005mm, 전폭 1995mm, 전고 1795mm, 축거(휠베이스) 2820mm이며, 공차 중량은 1950~1965kg이다. 전체적인 차체는 현대차 팰리세이드 보다 약간 크지만 휠베이스는 약 80mm 짧다. 트렁크 공간은 동급 차종 대비 넓은 편이다. 기본 적재공간은 467ℓ지만 3열 시트를 접으면 1325ℓ까지 확장 가능하다. 추가로 2열까지 접으면 최대 적재공간은 2376ℓ에 이른다.

자연흡기 V형 6기통 3.5ℓ 엔진이 장착된 뉴 파일럿의 제원 상 출력은 284마력과 최대 토크 36.2kg.m를 자랑한다. 팰리세이드 3.8ℓ 가솔린 모델(295마력‧36.2kg.m)과 비교해도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지난 18일 혼다코리아는 경기도 화성에서 ‘뉴 파일럿 미디어 시승행사’를 진행했다. 이날 시승은 화성 롤링힐스 호텔에서 출발해 당진 해어름 카페에 도착하는 코스로 약 55km 구간에서 이뤄졌다.

뉴 파일럿의 첫인상은 웅장했다. 5m가 넘는 차체에 20인치 타이어를 적용한 덕에 경쟁 모델보다 전고가 높아 전체적으로 덩치가 커 보이는 효과를 준다. 전면부 라디에이터 그릴에 설치된 크롬은 전조등 부위까지 길게 이어져 있고 직전 모델에 비해 약간 두꺼워져 한층 강렬해 보인다. 전조등은 풀 LED를 적용해 눈매가 한층 또렷해 보인다. 혼다 엠블럼 크기도 직전 모델에 비해 커졌다. 전체적으로 기교를 부리지 않아 모던하면서 정갈한 분위기를 풍겼다.

혼다 뉴 파일럿 실내. 사진= 제갈민 기자

차량에 탑승하면 대형 SUV만의 높은 전고를 경험할 수 있다. 시야 확보가 넓어 운전하기가 한결 수월했다. 실내 수납공간도 주목할 만하다. 운전석과 동승석 문에는 3단으로 수납공간을 나눠 수납 효율성을 높였고 센터페시아 하단부에는 스마트폰 무선충전기를 넓게 설치해 대화면 스마트폰도 거뜬히 충전할 수 있도록 했다. 공조장치 조절은 아날로그 방식 채택으로 시인성과 조작성이 좋다.

계기반도 시인성을 한층 강화했다. 새로운 디자인이 적용된 7인치 멀티인포메이션 디스플레이가 계기반 중앙에 탑재됐다. 덕분에 차량의 각종 정보를 운전자가 효과적으로 전달받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됐다.

계기반 왼쪽 게이지는 냉각수 온도, 오른쪽 게이지는 연료 잔량을 나타낸다. 계기반 중앙에는 디지털 속도계와 멀티 인포메이션 디스플레이(MID)가 위치해 있다. MID에는 자동감응식 정속 주행 장치(ACC)와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LKAS)을 비롯해 평균 및 순간 연비, 도어 및 테일 게이트 오픈 여부, 기어 위치 등 차량의 각종 정보가 효과적으로 표시된다.

이어 3열 승하차를 보다 편리하게 할 수 있도록 2열 시트 측면부와 어깨 뒤편에 워크인 스위치도 설치했다. 워크인 스위치를 누르면 2열 시트 등받이가 앞으로 젖혀지고 시트가 앞으로 이동한다. 3열에 탑승할 시 보통은 시야가 답답하기 마련이지만 뒤로 갈수록 바닥 높이를 약간 높게 설계한 뉴 파일럿은 이런 부분이 어느 정도 해소됐다. 운전자 외 동승자를 배려한 부분이다.

혼다의 세심함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뉴 파일럿 엘리트 트림에는 리어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인 10.2인치 모니터가 2열 루프 상단에 탑재됐다. 이를 통해 블루레이, DVD, CD 형식의 멀티미디어를 감상할 수 있으며 HDMI 단자를 이용해 외부장치 연결이 가능하다. 엘리트 트림에 함께 제공되는 무선헤드폰과 RES용 리모콘을 통해 더욱 편안하게 미디어를 감상할 수 있다.

또한 2열 시트 열선‧공조장치 조작부에는 휴대폰 충전이 가능하도록 USB케이블 단자가 2개 설치돼 2열 동승자도 휴대폰을 마음 놓고 사용할 수 있다.

뉴 파일럿은 안락했다. 가속 느낌은 부드러웠으며 변속 충격이 느껴지지 않았다. 뉴 파일럿에 적용된 전자식 버튼 타입 9단 자동변속기는 클러치 마찰 재질의 최적화를 통해 마찰을 감소시켜 동력 손실과 변속 충격을 최소화했다. 덕분에 부드러운 변속과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하다.

주행 소음도 잘 잡아냈다. 프런트 방음 유리와 삼중 도어 실링을 적용한 윈드 실드, 1‧2열 도어 유리에 어쿠스틱 글래스를 적용하는 등 소음 최소화를 위해 큰 노력을 기울인 듯했다. 덕분에 시속 100km 이상에서도 엔진 소음과 풍절음이 크지 않았다.

큰 덩치와는 어울리지 않게 민첩했다. 좌우 차체 흔들림도 크지 않았으며 운전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재빠르게 이동했다.

혼다 뉴 파일럿 계기반. 시승 후 평균 연비. 사진=제갈민 기자

약 55km를 달려 목적지에 도착한 직후 평균 연비는 ℓ당 9.8km를 나타냈다. 화성 롤링힐스까지 동승자가 운전해서 왔을 때는 ℓ당 11.4km를 기록했다. 제원상 복합연비 ℓ당 8.4km(도심 7.4km, 고속도로 10km)를 모두 상회한 셈이다. 휘발유를 사용하는 대형 SUV 차량 기준 높은 효율의 연비다. 이는 연비 주행모드인 이콘(ECON)을 끈 채 시승한 후 기록된 수치다. 이콘모드를 켜고 고속도로에서 크루즈컨트롤 기능을 사용한다면 더욱 높은 연비를 기록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뉴 파일럿은 마이너 체인지 모델이긴 하지만 웬만한 편의장비와 안전장비 등이 모두 기본으로 적용돼 국내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 것으로 기대된다. 뉴 파일럿의 국내 판매가격은 기본 트림 5490만원이며 엘리트 트림이 5950만원이다.

혼다 뉴 파일럿. 사진=제갈민 기자

파이낸셜투데이 제갈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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