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병원인, 인유두종 바이러스 감염…주로 성관계 통해 전파
美 FDA‧의료계, 철저한 예방 위해 남녀 모두 접종 권장
남성, 백신 접종 비용 최소 30만~최대 60만원…비용 부담 커
한국MSD “WHO‧미국국립암센터, HPV 자체 박멸 사업 추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자궁경부암 백신으로 국내에 잘 알려진 HPV 백신을 남성도 접종해야 한다는 여론이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국가예방접종사업으로 지정해 남녀 모두 무료접종을 실시한고 있을 정도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 12세 여아에 한해서만 무료 접종이 이뤄지고 있다.

자궁경부암의 발병 원인은 대부분 인유두종 바이러스(HPV)로 주로 성관계를 통해 감염‧전파된다. 이는 곧 HPV 보균 남성이 성관계를 통해 바이러스를 여성에게 옮길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HPV는 성생활을 하는 남녀 누구나 감염될 수 있는 흔한 바이러스다. 남성이 감염될 경우 생식기 사마귀인 콘딜로마(곤지름)가 발병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산부인과, 비뇨기과 등 관련 전문의들은 자궁경부암과 콘딜로마의 철저한 예방을 위해 남녀가 모두 백신 접종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그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듯 캐나다와 미국, 호주 등 일부 국가에서는 남성도 자궁경부암 백신을 무료로 접종할 수 있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지난 10월 HPV 백신 ‘가다실9’의 접종대상을 9~26세에서 27~45세 남녀로 확대했다. 27~45세 여성 3200여명을 평균 3년 6개월 동안 추적해 HPV와 연관된 자궁경부암, 자궁경부전암 병변, 외음부암, 질암, 생식기 사마귀 등을 88% 예방한다는 임상 결과가 나옴에 따른 것이다.

호주는 2007년부터 12~13세 여아에게 무료로 HPV 백신을 제공하기 시작했으며, 2013년에는 백신 대상을 남아에게까지 확대해 19세 미만이라면 남녀 구분 없이 누구나 무료로 2회분의 백신 접종을 받게 했다.

이 외에도 프랑스, 독일, 일본 등을 포함한 총 29개국에서 HPV 예방을 위해 국가예방접종사업으로 남녀 모두에게 무료 접종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 남성이 필수 접종 대상이 아니다. 남성이 자궁경부암 백신을 접종하기 위해서는 전액 개인 사비를 지출해야 한다. 백신은 총 3회 접종해야 하며 1년 이내 모두 완료해야 한다. 백신 접종은 최초 접종 2개월 후 2차 접종, 2차 접종 4개월 후 3차 접종을 실시한다.

백신 종류는 가다실 4와 가다실 9가 있는데, 가다실 9가 가장 최근에 개발됐으며 가다실 4의 개량형이다. 가다실 4는 HPV 6, 11, 16, 18형의 4가지 바이러스 감염을 예방할 수 있으며, 가다실 9는 여기에 HPV 31, 33, 45, 52, 58형을 추가한 9가지 바이러스 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

1회 접종 비용은 가다실 4가 10만~15만원이며, 가다실 9가 20만원 전후로 형성돼 있다. 3회를 모두 접종할 시 최소 30만원 정도이며, 개량형인 가다실 9는 60만원에 육박한다.

최근 남성들 사이에서도 HPV 백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적지 않은 비용 때문에 망설여지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남성도 HPV 백신을 접종할 경우 여성의 자궁경부암 발병률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지만, 예산이 한정돼 있다 보니 주어진 예산 내에서 보다 효과적인 방법으로 사업을 운영해야하기 때문에 현재 12세 이하 여아만 지원하고 있다”며 “접종 대상이나 연령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전문가들이 검토를 한 후 중론이 모아져야 가능할 것이다”고 말했다.

한국MSD 관계자는 “‘가다실’이 우리나라에서는 자궁경부암 백신으로 많이 알려져 있어서 여성만 접종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이것의 정확한 명칭은 HPV 백신이다”며 “HPV가 일으키는 질환은 자궁경부암뿐만 아니라 생식기 사마귀나 항문암 등 여러 질환이기 때문에 미국은 WHO와 미국국립암센터 등이 나서 HPV 자체를 박멸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HPV가 여러 질환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미국을 비롯한 캐나다 등 선진국에서는 남성에게도 무료접종을 실시하기도 한다”며 “최근에는 영국에서도 남성을 필수 접종대상으로 선정한 만큼 우리나라도 남성의 HPV 감염예방을 위한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제갈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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