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뒤바뀐 분위기…지지부진 초대형 IB
“투자자·노동자 보호” 목소리 커진 거래시간 단축·거래세 폐지

사진=연합뉴스

2019년 기해년(己亥年) 새해를 앞둔 증권업계의 마음이 가볍지만은 않다. 지지부진한 초대형 IB 문제와 증권 거래시간 단축, 거래세 폐지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용두사미(龍頭蛇尾)로 흐르는 초대형 IB

지난해를 달군 초대형 IB 도입 문제는 1년 만에 분위기가 반전됐다. 대형 증권사들이 잇달아 덩치를 키워 초대형 IB에 도전장을 내던 지난해와 달리 지지부진한 모양새다.

앞서 초대형 IB 사업은 지난해 11월 금융당국이 미래에셋대우, KB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등 5개 대형 증권사에 대해 종합금융투자사업자를 지정하면서 본격화됐다.

2016년부터 국내 IB 덩치를 키워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게 하겠다는 목적으로 추진돼 온 계획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문제는 초대형 IB의 핵심사업으로 분류되는 단기금융업이 한국투자증권에만 인가가 나면서 불거졌다. 금융위원회는 한국투자증권에만 인가를 내린 것에 대해 금융감독원에서 심사가 완료된 회사에 대해서만 증권선물위원회를 거쳐 금융위에 상정됐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 5월 NH투자증권이 두 번째로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았지만 미래에셋대우·KB증권·삼성증권 등은 여전히 인가를 받지 못해 ‘반쪽짜리 초대형 IB’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지난 10월 열린 금융위 국정감사에서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초대형 IB 육성에 대한 정부 말을 믿고 증권사들이 자기자본을 늘렸지만 단기금융업, 외환 업무 등 주요 업무를 제대로 못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내년에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전망이다. 지난 1월 단기금융업 인가 신청을 철회한 KB증권이 최근 금융위에 단기금융업 인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또한 하나금융투자는 지난달 30일 4976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올해에만 총 1조2000억원의 자본금을 확대해 자기자본이 3조2000억원으로 늘어났다. 초대형 IB 인가 요건인 자기자본 4조원에 근접한 것이다.

◆주 52시간 앞두고 거래시간 단축 목소리 커져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이 지난 9월 여의도 한국거래소 앞에서 ‘증권거래시간 단축 및 통일임단투 승리 서울·수도권 결의대회’를 개최했다.사진=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문재인 정부의 핵심 공약인 주 52시간 근무가 본격 시행되면서 증권업계 노동자들이 거래시간 단축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주식 거래시간은 2016년 8월 1일부터 오후 3시에서 3시 30분으로 30분 연장됐다.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는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함을 연장 목적으로 내걸었다.

반면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은 거래시간을 연장한 이후 오히려 월별 거래량이 감소했다고 주장했다.

사무금융노조가 거래소의 마켓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 2년 동안 코스피 거래량은 12.9% 감소됐고 코스닥은 증가된 것으로 조사됐다.

증권거래시간 연장 전인 2016년 6월 한 달간 거래량은 98억1534만주에 달했지만 연장 후 총 거래량은 66억3706만주에 그쳤다.

사무금융노조 측은 거래시간이 늘어나면서 노동강도 역시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단축 요구 이유로 꼽았다.

사무금융노조는 지난 10월 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증권노동자 장시간 노동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2016년 8월 거래시간이 연장된 이후 2년 2개월간 응답자의 71.8%가 시간외근무가 늘었다고 답했다. 이들 중 시간외수당을 받지 못한다는 응답은 70.7%에 달했다.

반면 당국과 거래소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정지원 거래소 이사장은 “증권업계 근로자도 중요하지만 투자자와 기업 등 모든 시장참여자들이 의견을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증권사를 포함한 은행·보험·카드 등 금융권은 내년 7월까지 주 52시간 근무가 유예됐다. 이에 거래시간 단축이 현실화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증권거래세 폐지

하반기 업계를 가장 뜨겁게 달구고 있는 과제는 증권거래세 인하·폐지 문제다. 상반기 고공행진하던 주가가 하반기 들어 힘을 쓰지 못하자 논의에 불이 붙었다.

1963년부터 과세된 증권거래세는 1971년 자본시장 육성을 위해 폐지됐다가 1979년 자본시장에서의 투기 행위를 방지하고 세수를 증대하기 위해 재도입됐다.

지난 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증권거래세,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토론회가 개최됐다.사진=김민아 기자

현행 증권거래세는 코스피 상장 종목의 경우 농어촌특별세 0.15%를 포함해 0.3%의 세율이 적용된다. 코스닥·코넥스·K-OTC는 0.3%를 부과한다. 주권 또는 지분 양도가 있다면 납부해야 하고 소액주주·대주주 구별 없이 적용된다.

증권거래세는 주식을 팔 때 무조건 내야 하는 세금으로 주가 하락으로 손해를 본 투자자라도 내야 하는 것이 문제가 된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조세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증권거래세와 양도소득세가 이중과세 된다는 주장도 폐지에 힘을 실었다.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이 2021년 4월부터 종목별 시가총액 3억원 수준까지 낮아지면서 확대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양도소득세는 대주주의 상장법인주식, 비상장 주식, 장외거래 등 소득세법상 열거된 경우에 과세된다.

정치권은 거래세 폐지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달 23일 조경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국내 자본시장 활성화와 이중과세 방지를 위해 ‘증권거래세법 폐지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또 최운열·김병욱 의원(이상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금융위와 함께 ‘자본시장 활성화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고 알려졌다. 특위는 증권거래세 인하를 포함한 종합적인 자본시장 개혁 과제를 내놓을 방침이다.

반면 정부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이상율 기획재정부 소득법인세정책관은 지난 6일 열린 ‘증권거래세,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에 참석해 “이중과세는 전체 투자자 중 매우 극소수고 일부 공제도 되고 있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민아 기자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