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2018 대기업집단 공시이행 점검 결과’, 위반 행위 다수 발견
내부거래, 지배구조 중요 공시사항 위반…쪼개기거래 등 새 유형 나타나
금호아시아나·오씨아이·케이씨씨·한국타이어 등 과태료 부과 총 23억 넘어

국내 대기업집단에서 내부거래와 지배구조 등 위반 행위가 다수 확인됐다. 사진=연합뉴스

국내 대기업집단에서 내부거래와 지배구조 등 중요한 공시사항에 대한 위반 행위가 다수 확인돼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사익편취 규제 대상 회사(총수일가 지분율이 30% 이상인 상장사와 20% 이상인 비상장사)나 규제사각지대 회사(총수일가 지분율이 20%~30%인 상장사, 사익편취 규제 대상 회사의 상법상 자회사)에서 위반 행위가 많이 발생하고 있어 집중적인 감시와 개선이 요구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또 ‘쪼개기’거래 등 새로운 유형의 공시의무 면탈 행위가 나타나고 있어 보다 세밀한 이행점검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쪼개기거래는 공시 대상 대규모 내부거래의 규모 기준이 50억 원 이상 또는 자본금(자본총계)의 5% 이상인 점을 이용해 거래액을 규모 기준 이하로 나눠 수회에 걸쳐 거래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일 ‘2018년 대기업집단 공시이행 점검 결과’를 통해 지난 5월 1일 지정된 60개 공시대상기업집단 2083개 소속 회사를 대상으로 공정거래법상 3개 공시 의무 이행 여부를 통합 1회 점검한 결과 35개 집단 139개 회사가 194건의 공시 의무를 위반한 사실을 확인하고 과태료 총 23억3332만 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기업집단별로는 금호아시아나그룹(18건, 과징금 5억2400만 원), 오씨아이(18건, 2억7100만 원), 케이씨씨(16건, 4800만 원), 한국타이어(13건, 2억7900만 원) 등의 위반이 가장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3개 공시 의무는 대규모내부거래의 이사회 의결 및 공시(법 제11조의2), 비상장사 중요사항 공시(법 제11조의3), 기업집단 현황공시(법 제11조의4) 등을 가리킨다.

공정위는 “공시 점검의 실효성 제고를 위해 올해부터는 위반 행위의 단순 적발 건수가 아닌 위반 행위의 내용과 시장에 대한 영향에 초점을 맞춰 점검 방식을 개선했다”며 “단순 오기나 누락보다는 시장 감시 회피 등의 목적으로 시장에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거나 숨긴 사안에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점검 방식에 따라 대규모 내부거래, 지배구조 현황 등 중요한 공시 사항에 대한 위반 행위가 다수 적발됐다는 설명이었다.

다만, 비상장사 중요사항 공시의 경우에는 과거 위반의 대다수를 차지하던 임원 변동에 대한 사항 등이 이번 점검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위반 행위 적발 건수가 많지 않았다. 2016년 점검 당시에는 임원 변동 위반 건수가 13건으로 전체의 38.2%를 차지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내부거래 공시 위반의 경우 전체 91건의 위반 행위 중 사익편취 규제 대상 회사, 규제사각지대 회사의 위반이 68건으로 74.7%를 차지했다. 또 계열사와 자금대여 및 차입, 신주 인수, 유가증권 거래, 상품용역 거래 등을 하면서 이사회 의결을 하지 않거나 공시하지 않았다.

실제로 기업집단 부영 소속 규제사각지대 회사인 ㈜동광주택은 2015년 1월 29일 이중근 부영 회장에게 50억8600만 원을 대여했지만 공시하지 않았고 오씨아이(OCI) 소속 군장에너지㈜는 규제사각지대 회사인 계열회사 에스엠지에너지㈜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주식(50억 원)을 인수했지만 공시하지 않았다.

또한 신세계 소속 ㈜몽클레르신세계는 계열회사인 ㈜신세계와의 2017년 4분기에 이뤄질 상품용역 거래금액을 33억4900만 원으로 공시했지만 실제 거래금액은 172억1900만 원으로 당초 공시한 금액보다 414%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변경 내용을 이사회 의결 및 공시하지 않았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18건 위반, 과징금 5억 이상 등 불명예를 안았다. 사진=연합뉴스

특히 금호아시아나 기업집단 소속 회사들은 대여(차입)조건, 상환일, 대여(차입)목적 등이 동일함에도 불구하고 고의적으로 자금을 분할해 거래한 것으로 밝혀져 쪼개기거래의 대표적 사례로 지목됐다.

아시아나개발㈜는 금호티앤아이㈜에 2017년 6월 2~13일 동안 총 100억 원을 공시기준금액(18억2200만 원) 미만으로 6회에 걸쳐 분할·대여했다. 6회로 분할된 자금대여 거래조건(금리 4.6%, 대여기간 1년)과 상환일(2017년 6월 29일)이 모두 동일했다. 금호산업㈜는 금호고속㈜에 2016년 12월 6~7일 동안 총 92억 원을 공시기준금액(50억 원) 미만으로 2회에 걸쳐 분할·대여했다. 2회로 분할된 자금대여 거래조건(금리 3.7%, 대여기간 1년)과 상환일(2017년 4월 4일)이 모두 동일했다.

이는 계열사들의 현금시재를 매일 파악하면서 그룹 전체 자금운용 등을 총괄했던 전략경영실이 주도적으로 자금대여를 기획·실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위는 “자금대여 시작 당시 아시아나개발은 130억 원 이상의 여유자금을 보유했었고 자금대여 기간 동안 금호티앤아이에 대한 대여금 외에 추가적 자금 지출이 없었다”며 “금호산업은는 400억 원 이상의 여유자금을 보유했었다”고 말했다.

기업집단 현황공시 위반의 경우는 전체 97건의 위반 행위 중 이사회 및 주주총회 운영 등 지배구조 관련 위반이 83건으로 85.5%를 차지했다.

이와 함께 상법과 정관에 따른 서면투표제, 집중투표제 도입 여부에 대해 사실과 다르게 허위로 공시하는 등 주주총회 운영 관련 위반이 50건으로 조사됐다. 또 이사회 내 설치된 위원회나 이사회 안건을 누락하거나 사외이사 참석자 수를 허위로 공시하는 등 이사회 운영 관련 위반도 33건 적발됐다.

공정위는 “이번 점검 결과를 분석해 부당지원 혐의가 있는 경우 적극 조사하고 내년도 집중점검 분야 선정 등 점검 방식을 보완해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점검을 계속해 나갈 계획”이라며 “공시제도 교육과 홍보를 강화해 기업들이 공시의무를 성실히 이행하게 해 주주, 채권자 등 이해관계자와 시장에 정확한 정보가 적기에 제공되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점검 내용은 2017년 대규모내부거래 공시는 3개 집단 소속 86개사 전체를 대상으로 4년간 공시사항, 2016년 기업집단현황공시, 비상장사 중요사항 공시는 27개 집단 소속 155개사(전체 1126개사의 13.8%)를 대상으로 3년간 공시사항을 점검한 결과였다.

공정위는 “기존에는 최근 3~5년간의 모든 공시사항을 점검했지만 올해는 중점점검 분야(3년) 외에는 1년으로 점검 대상 기간을 축소했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강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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